[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던 ‘콜린알포세레이트’(이하 콜린) 성분 제제의 허가 품목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임상 및 급여 재평가에 대한 부담이 커진 제약사들이 최근 1~2년 사이 허가를 줄줄이 포기한 결과다.

한국파비스제약은 22일 자사의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 ‘에이콜린정’의 품목허가를 자진해서 취하했다. 올들어 콜린 제제의 품목허가가 취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제약사가 품목허가를 자진 취하한 콜린 제제는 총 116개로 늘어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그동안 품목허가를 획득한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완제 기준)는 모두 264개(수출용 품목 13개 및 폐업 제약사 품목 1개 제외)다.

이 중 지난해까지 115개 품목의 허가가 취하됐으며, 8개 품목은 유효기간 만료로 허가가 자동으로 취소됐다. 제약사가 임상 재평가 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아 허가가 취소된 품목은 9개다. 임상 재평가 자료 미제출은 품목허가를 유지하지 않겠다는 회사 측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를 종합하면 국내 제약사들은 그동안 132개에 달하는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의 품목허가를 포기했다. 식약처로부터 허가받은 전체 품목(264개)의 딱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런 가운데, 한국파비스제약이 추가로 ‘에이콜린정’의 품목허가를 취하하면서 제약사가 품목허가를 포기한 콜린 제제는 절반을 넘어섰다.

제약업계의 콜린 제제 품목허가 포기는 국정감사를 통해 해당 제제의 효능 논란이 공론화된 지난 2019년 처음 시작됐다. 당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김명연 전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 등은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효과성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은 의약품이 건강보험 재정을 갉아먹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임상적 유용성과 효능에 대한 재평가를 요구했다.

이에 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곧바로 콜린 제제에 대한 임상 재평가 및 급여 적정성 재평가 절차에 착수했고, 이듬해인 2020년부터 제약사들의 품목허가 포기가 줄을 이었다.

임상 진행 비용, 임상 성공 가능성, 제품의 매출 등을 고려했을 때 품목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손해라는 판단에서였다.

특히 2020년 말 복지부가 제약업계에 콜린 제제 재평가를 위한 임상시험에 실패할 경우, 임상계획서를 제출한 날부터의 건강보험 처방액 전액을 반환하도록 환수 협상을 명령하면서 허가 포기는 더욱 가속했다.

품목허가를 유지하면서 임상 재평가를 통해 효과를 입증하려 했던 제약사들은 복지부의 이 같은 환수 명령에 불복했다. 임상에 실패할 경우, 그동안의 임상 진행 비용, 적응증 축소에 따른 향후 매출 감소, 급여 축소 등을 감수해야 하는데, 여기에 처방액까지 환수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법원은 연이어 제약사들의 소를 각하했다. 국내 제약사 50여 곳은 대웅바이오와 종근당을 중심으로 두 개 그룹으로 나뉘어 복지부의 1·2차 환수 협상 명령에 대한 취소 소송을 진행했는데, 1차 환수 협상 명령 취소 소송에서 두 그룹 모두 완패한 것이다.

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은 행정청의 행위로 제약사들의 손실이 발생해야 하는데, 환수 협상 명령은 재평가 임상시험이 실패했을 때 효력이 발생하므로 제약사들의 손실이 발생하는 행정처분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후 대웅제약, 한미약품, 유한양행 등은 소송을 취하하고 협상에 임하거나 자진해서 약가를 인하하는 등 소송 대열에서 이탈했다. 현재 종근당, 환인제약, 씨엠지제약 등 30여 개 제약사가 복지부의 2차 환수 협상 명령에 대한 취소 소송을 진행 중이지만, 앞서 1차 환수 협상 명령 취소 소송 2건이 모두 각하된 만큼 승소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콜린 제제의 매출이 큰 회사들은 급여 축소나 처방액 환수를 감수해서라도 허가를 유지하려 하지만, 매출 규모가 애매하게 크거나 작은 회사들은 품목을 유지하면 손해가 더 클 수 있다”며 “제약사들이 복지부와 소송에서 불리한 위치에 선 만큼 콜린 제제 품목허가를 포기하는 제약사는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