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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바이엘 아일리아(성분명 애플리버셉트) 독주 체제였던 황반변성 치료제 시장에 경쟁자인 로슈 바비스모(파리시맙)가 등장한지 2년이 지나면서 매출 경쟁에 본격적인 막이 올랐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황반변성 치료제 시장은 2021년 74억달러(한화 약 10조 298억원)에서 2031년 275억달러(37조 2730억원) 규모로 3.7배 확대될 전망이다.

그동안 황반변성 시장은 아일리아의 독주 체제였다. 아일리아는 평균 글로벌 연매출이 13억달러(1조 7620억원)에 달하는 대표 주자였다. 물론 노바티스 루센티스(라니비주맙)도 있었고, 바이오시밀러도 출시됐지만, 아일리아에 비할 바는 못됐다.

이런 가운데 바비스모가 2022년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허가됐고, 아일리아의 강력한 경쟁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그 예측은 정확했다. 바비스모는 주사 횟수를 연 3회로 줄이면서 시장에서 환영 받았다. 다만, 아일리아도 고용량 제품을 허가, 대응에 나서면서 두 제품의 글로벌 매출 경쟁이 시작됐다.

매출 급증 '바비스모'...전분기 대비 매출 108% 증가

바비스모

현재 안과 시장에서는 항-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VEGF) 계열 치료제로 아일리아와 바비스모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VEGF 계열 치료제는 안구에 새로운 혈관이 만들어지는 것을 막는 약물을 주입, 시력을 담당하는 황반의 퇴화를 늦추는 작용을 한다.

이 중 바비스모는 VEGF 계열 최초의 이중특이항체 신약이다.

바비스모의 강점은 황반변성 및 당뇨병성 황반부종 치료제가 타깃하는 VEGF-A와 함께 망막 혈관의 불안전성을 유도하는 안지오포이에틴-2(Ang-2)까지 동시 차단한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4개월 간격 주사가 가능하며, 보다 적은 투여 횟수로 시력을 유지하고 개선하는 효과를 보인다.

로슈에 따르면 바비스모의 올해 1분기 글로벌 매출은 8억 4700만스위스프랑(1조 264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08% 증가한 수치다. 바비스모의 지난해 매출은 2023년 대비 324% 성장한 24억스위스프랑(3조 5762억원)에 달했다.

바비스모는 글로벌 매출이 증가하면서 미국 안에서도 시장 점유율을 넓혀가고 있다.

습성 황반변성(AMD) 치료제 시장에서 바비스모의 점유율은 25%였고, 당뇨병성 항반부종(DME) 치료제 시장에서는 18%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했다. 이는 전분기 대비 각각 3%씩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바비스모의 성장이 로슈의 글로벌 매출에 영향을 준 건 아닌 것으로 보인다. 로슈의 올해 1분기 글로벌 매출은 144억스위스프랑(21조 481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분기 기록한 153억스위스프랑(22조 8271억원) 대비 6% 감소했다.

정체기 아일리아, 고용량으로 승부수 유럽 이어 글로벌 시장 진출 속속...경쟁은 이제부터

바이엘 아일리아

바이엘은 바비스모에 대응하기 위해 고용량 아일리아(8mg)를 시장에 내놨다.

기존 용량(2mg) 대비 4배 높은 용량을 통해 안구 내에서 농도를 더 오래 유지, 투여 간격을 최대 5개월로 늘린 것이다.

실제 임상3상 PULSAR, PHOTON 연구를 통해 황반변성 환자와 당뇨병성 황반부종 환자에서 기존 용량 제품 대비 비열등성을 입증했다.

그럼에도 아일리아는 매출 실적에서 정체 현상을 보였다. 기존 용량 아일리아와 최근 출시된 고용량 아일리아 제품의 올해 1분기 매출은 총 22억 5000만달러(3조 51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 감소했다.

지난해 8월 고용량 아일리아가 시장에 출시되면서 2억달러(2713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기존 용량 제품이 미국에서만 16% 줄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아일리아의 지난 한 해 글로벌 매출은 2022년 대비 3% 하락한 93억 8000만달러(12조 7080억원)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까지는 바비스모의 승리로 끝났지만, 두 약물의 경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고용량 아일리아가 글로벌 시장에서 속속 허가되고 있어서다.

고용량 아일리아는 지난해 8월 미국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 이외의 국가에서는 허가되지 않았다. 특히 유럽만 해도 올해 1월 승인됐고, 한국에서도 지난달 허가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바비스모는 올해 7개 국가에 출시되며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매출이 증가하면 로슈는 안과 분야 업계 리더로 발돋움할 것"이라면서도 "고용량 아일리아는 아직 많은 국가에서 허가받지 못했다. 전 세계 시장에 출시되기 시작하면 두 약물의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