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김동주 기자] 국내에서 연 매출 600억원에 육박하는 ‘삭센다’(리라글루타이드) 등 비만치료제들이 자살충동과 자해행위를 유발하는 부작용 가능성이 제기됐다. 후속약물 ‘위고비’(세마글루티드)의 국내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노보노디스크는 일단 사태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 ‘삭센다’·‘위고비’ 등 비만치료제 자살충동 유발?…EMA, 부작용 조사 착수

지난 10일(현지시간)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약물부작용감시위험평가위원회(PRAC)는 아이슬란드 보건당국이 노보노디스크의 ‘오젬픽’(세마글루타이드)과 ‘삭센다’ 사용 중 발생한 자살 및 자해 충동에 관한 부작용을 보고하면서 이들 약제에 관한 조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앞서 아이슬란드 보건당국에 따르면 최근 ‘오젬픽’을 사용한 후 자살충동 사례 2건과 ‘삭센다’ 사용 후 자해 충동을 느낀 사례 1건 등 총 3건에 부작용이 발생한 것.

리라글루티드와 세마글루티드는 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GLP-1) 수용체 작용제다.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인 GLP-1과 비슷한 효과를 내 주기적으로 투여하면 체중의 15∼20%가량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삭센다'는 GLP-1(Glucagon-Like Peptide 1) 유사체로 승인받은 전 세계 최초의 비만 치료제다. 체중조절을 위한 저칼로리 식이 요법 및 운동의 보조요법으로 허가받은 삭센다는 1일 1회 주사 투여한다.

음식물 섭취에 따라 분비되는 인체 호르몬인 GLP-1은 뇌의 시상하부에 전달되어 배고픔을 줄이고, 포만감을 증가시켜 식욕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데 '삭센다'는 실제 인체의 GLP-1과 동일한 기전으로 작용하여 식욕 및 음식 섭취를 억제해 체중 감소에 도움을 주는 효과가 입증된 바 있다.

‘오젬픽’은 미국 FDA와 EMA 등에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허가됐지만 체중감소 효과가 확인돼 ‘위고비(Wegovy)’라는 상품명으로 또 다시 승인돼 차세대 비만치료제로 떠오르고 있는 품목이다.

‘리라글루티드’와 ‘세마글루티드’ 성분을 함유한 의약품을 포함한 EMA의 이번 조사는 오는 11월 완료될 예정이다.

◇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 독주 ‘삭센다’…국내 영향은 없을까

아이큐비아, 한국바이오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는 1757억원으로 2018년 968억원에서 4년간 81.5% 증가했다.

국내에서 가장 각광받고 있는 품목은 노보노디스크가 지난 2018년 출시한 ‘삭센다’로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6분기 연속 점유율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연 매출은 약 6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발 부작용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상황에도 관심이 쏠린다. ‘삭센다’는 지난 2017년, ‘위고비’는 올해 4월 각각 국내에서 품목허가를 획득한 바 있다.

유럽연합(EU)에서 발표한 두 약제의 약물 정보에는 자살 및 자해 충동이 부작용으로 제시되어 있지 않다. 다만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는 이들 품목 처방 시 자살 및 자해 충동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환자에게 알리도록 권고한다.

FDA의 유해 사건 보고 시스템(FAERS)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이후 세마글루타이드를 복용한 환자 중 자살 충동을 느낀 사례는 60건, 리라글루타이드의 경우 2010년 이후 이러한 사례가 최소 70건에 달한다.

현재 국내에서 ‘삭센다’, ‘위고비’에는 자살 및 자해 충동 등에 부작용은 허가사항에 포함되지 않은 상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해당 성분들의 부작용으로는 어지러움, 구토, 두통, 설사, 변비, 복통 등만 기재되어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EMA에서 조사를 하고 있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다”며 “어떤 결론이 나올지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노보노디스크 측은 일단 별다른 대응은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노보노디스크 관계자는 “글로벌 본사가 현재 조사를 성실하게 받고 있다. 정확하게 인과관계가 밝혀진 게 없이 조사하고 있는 사안”이라며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따로 보고된 사례가 없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을 것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