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일동제약이 미국에서 진행 중인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 치료제 후보물질 ‘ID119031166M’의 1상 임상시험을 마무리했다. 회사 측이 설정한 타임라인에 맞춰 특별한 변수 없이 시험이 끝난 것인데, 일동제약 외에도 유한양행, 동아에스티, 한미약품 등 다수 국내 제약사의 MSAH 치료제 개발이 순항하고 있어 국산 신약 등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임상시험정보사이트 클리니컬트라이얼스(Clinicaltrials.gov)에 따르면, 일동제약은 최근 ‘ID119031166M’의 1상 임상시험 진행 상태를 중단(Terminated)로 변경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이번 임상 진행 상태 보고는 중단으로 이뤄졌지만, 실질적인 종료 사유는 임상 완료(completed)에 해당한다. 예상보다 일찍 시험 목표를 달성하면서 조기 종료의 의미로 임상 진행 상태를 중단으로 보고했다는 것이다.

일동제약은 당초 2023년 12월 종료를 목표로 ‘ID119031166M’의 1상 임상시험에 돌입했으나, 시험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이후 목표 종료 시점을 올해 6월로 반년가량 연기한 바 있다.

그런데 회사 측의 예상보다 2달 빠른 지난 4월, 당초 모집하려 했던 78명보다 적은 67명의 피험자만으로도 평가변수 분석이 가능할 정도의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하면서 임상 완료 대신 중단 보고를 하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ID119031166M’은 파네소이드 X 수용체(farnesoid X receptor, FXR)와 결합해 해당 수용체를 활성화하는 FXR 작용제(agonist) 기전의 약물이다. FXR 작용제는 간의 지질 및 당 대사, 담즙산 생성 및 배출, 염증 반응 등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물질은 전임상 동물모델 연구에서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치료와 관련한 유효성과 안전성이 관찰됐다. 다중 용량 상승 시험에서는 약물 용량에 비례적으로 관련 지표가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동제약은 이번 1상 데이터를 분석한 뒤 2상 임상시험을 비롯해 기술수출 등 향후 ‘ID119031166M’ 개발 전략을 세울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레즈디프라’ 허가로 열린 MASH 치료제 시장

한미약품·동아ST·유한양행 등 개발 성과 기대

MASH는 알코올을 섭취하지 않아도 간에서 염증이나 섬유화 등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심한 경우 간암을 일으킨다. 전 세계 MASH 환자 수는 4억 4000만 명 이상, 치료제 시장 규모는 34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환자 수도 2018년 31만 8325명에서 2022년 40만 7719명으로 28% 증가해 치료제 개발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 쓸 수 있는 치료제가 많지 않아 해당 시장은 무주공산이나 마찬가지다. 미국 FDA가 올해 3월 바이오기업 마드리갈 파마슈티컬스의 ‘레즈디프라(성분명 : 레스메티롬)’을 세계 최초의 MASH 치료제로 정식 승인하면서 관련 시장은 이제서야 실질적인 태동기를 맞이했다.

글로벌 MASH 치료제 시장이 본격적인 경쟁 체제에 돌입하면서 국내 제약사들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미약품, 동아에스티, 유한양행 등이 대표적인 개발 선두주자로 꼽힌다.

한미약품은 에포시페그트루타이드(LAPSTriple agonist)와 에피노페그듀타이드(LAPSDual agonist) 등 2개 MASH 치료 신약 파이프라인을 가동 중이다. 두 후보물질 모두 현재 2상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데, 에포시페그트루타이드는 한미약품이 직접, 에피노페그듀타이드는 MSD가 수행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지난 2020년 MSD에 에피노페그듀타이드를 기술수출한 바 있다.

에피노페그듀타이드의 경우 신규 임상 2건이 추가됐으며, 에포시페그트루타이드는 IDMC의 임상 진행 권고를 받으며 순항 궤도에 올랐다. 한미약품은 에포시페그트루타이드의 임상 2상(2025년)과 에피노페그듀타이드의 임상 2상(2026년) 종료 후 주요 학회를 통해 결과를 발표한다는 구상이다.

동아에스티는 미국 자회사 뉴로보 파마슈트컬스를 통해 MASH 치료제 후보물질 ‘DA-1241’를 개발 중이다. ‘DA-1241’은 세포 표면에 위치한 수용체인 ‘GPR119’에 선택적으로 결합해 활성화하는 약물이다.

앞서 진행한 임상 1상에서 안전성과 내약성을 확인했다. 전임상 연구에서는 간의 지방축적과 염증을 줄이는 우수한 약효를 나타냈다. 특히 계열 내 최초 MASH 신약 후보물질이라는 점에서 기대감이 크다.

뉴로보는 ‘DA-1241’의 글로벌 임상 2상 파트1과 파트2 시험을 진행 중으로, 이중 파트1 시험은 최근 환자 모집을 완료한 상태다. 회사 측은 올해 하반기까지 해당 2상 시험을 마친다는 목표다.

지난 2019년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수출된 유한양행의 MASH 신약 후보물질 ‘YH25724(글로벌 과제명 : BI 3006337)’은 북미, 유럽, 일본에서 각각 1건씩 총 3건의 1상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이 중 유럽 임상시험은 이미 마무리했으며, 일본과 북미 임상시험은 올해 하반기 끝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