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위원회가 국정감사를 통해 보건복지부를 포함한 의료대란 관련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들었다.

지난 8일 보건복지위원회는 전날(7일)에 이어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을 대상으로 2024년도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특히 이날 국정감사 2차 질의부터는 일반 증인 및 참고인에 대한 질의가 있어, 중소병원 의사·지방 국립대학병원 원장·증원 관련 연구위원·전공의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 장관 사퇴·대통령 사과 이어 '박민수 제2차관' 사퇴 촉구

야당 의원들은 지난 7일 국정감사에서 의료대란 책임 소재에 대해 조규홍 장관 사퇴와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데 이어, 이날 박민수 제2차관을 향해 사퇴 의사를 물었다.

서영석·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여당 내에서도 '박민수 경질론'이 나오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서영석 의원은 "'직접 응급실에 전화할 수 있으면 경증이다'라는 발언 이후, 여당에서도 '장관보다 박민수 차관의 경질이 반드시 필요하다',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할 신뢰가 깨졌다', '차관 사퇴가 불가피하다' 이렇게 주장했다"고 발언했다.

남인순 의원도 "오죽하면 집권당에서조차 '박민수 차관이 실무를 책임지고 있으니 경질해야 하지 않느냐' 얘기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진숙·백혜련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으로 인한 의료대란 사태가 장기화'가 대통령 부정 평가 1위 사안임을 지적했다.

특히 전 의원은 조규홍 장관, 박민수 차관, 한덕수 총리 등을 언급해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으며, 대통령의 진심 어린 대국민 사과와 책임자의 자진 사퇴를 다시 한번 촉구했다.

백혜련 의원(더불어민주당) 역시 "여·야·의·정 협의체를 만들려면 장관과 차관은 사퇴해야 한다. 그게 대화의 물꼬를 트는 길"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나 이같은 의원들의 질의에 박민수 차관은 "담당 차관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느끼지만, 인사에 대해서는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사항은 아닌 것 같다"고 답변했다.

■ 여당도 정부 태도 지적···"미친짓 그만하자"

한지아 의원(국민의힘)은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라는 주제로 의료대란을 향한 정부의 태도를 지적했다.

먼저 9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현 의료대란에 대해 "매우 안타깝다"고 밝힌 한 의원은 "정부 내 다른 분들의 태도를 보면 대화의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면서 "(의료계에도) 국회와 정치를 믿어보겠다고 하는 분들이 있어 오랜 대화를 통해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하도록 마음을 돌려놓으면, 다시 허사로 만들어버리는 일들이 지난 한 달 동안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피해를 최소화해야 할 때이다. 미래를 봐야 한다"며 "대화와 만남이 필요하다. 서로 생각이 너무나도 다르기 때문에 여·야·의·정이 만나서 국민 건강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미친짓 그만하고 국민께서 하라는 정치하자"며 사태 해결을 위한이해관계자들의 태도 변화를 요청했다.

■ 정형준 부원장, "정부 증원안은 파산···시장중심적 아니어야"

김선민 의원(조국혁신당)이 신청해 참고인으로 참석한 정형준 원진녹색병원 부원장은 '정부의 의대 증원으로 촉발된 의료대란'에 대해 "의사 증원을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정부의 증원 방안은 증원 발표 이후 반발하는 의사를 진압하는 정략적 목적으로 고안됐다고 생각한다"고 견해를 드러냈다.

정 부원장은 "시장중심의 의료공급 때문에 지방의료가 붕괴되고 있고, 중소병원에서도 의사를 구하기가 어렵다"면서 "지역의사제, 공공의대 등 필수적인 진료과나 기피 진료과의 지원자를 늘릴 수 있는 방안을 취해야 하지만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원 배정 과정에 대해서도 "배정을 다 확인하고 취합해 특정 증원 수를 발표한 것이 아닌, 증원 숫자를 결정해 놓고 배정은 교육부에 위임하고, 배정위원회 회의록 등 기록은 전부 폐기하는 기이한 상황"이라며 "정부의 증원안 자체는 파산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의대증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장중심적인 증원안이 아니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정현준 부원장은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지역과 기피 진료과 의사를 구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의료시장화가 가속화돼 있어 전문의 대부분이 (대학)병원, 지방보다 개원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기피진료과 수익성이 낮은 것에 대해 수가를 인상하겠다고 하는데, 소아과나 산부인과는 저출생으로 행위 수 자체가 줄고 있다"며 "정부가 나서서 공공의료와 지역의료를 강화하기 위한 지역의사제나 공공의사를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의사 수를 늘리면 낙수효과로 기피 진료과 의사가 충원될 거라고 하는 이런 시장주의적 방식은 매우 부작용을 일으킬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이런 생각은 접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여야의정 협의체에 대해서는 '비관적'으로 봤다. 그는 "협의체가 작동하려면 사전에 상당 부분의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정부에서 전공의와 협의를 거치기 위해 노력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의료대란 해결 및 3월 전공의 복귀 가능성에 대해서도 "정부가 어떤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아직까지는 복귀 가능성이 매우 낮다"며 "정부의 2000명 증원안을 원점 재검토 수준에서, 전공의를 복귀시키고 재논의한다는 전제가 아니라면 과연 돌아올까 싶다"고 말했다. 특히 필수 진료과 전공의들이 복귀가 문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지방 국립대병원 '위기상황'···"재정지원 절실하다"

장종태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참고인 신청한 남우동 강원대병원장은 지방 국립대학병원의 실태와 어려움을 전했다. 남 원장은 국립대병원들의 재정 상태가 "굉장히 위기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간단한 수치로만 봐도 작년 적자의 3배를 올해 적자로 예상하고 있다"며 "전문의 당직 수당, 신규 채용 인력에 대한 정부 지원이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역부족이다. 내년 초까지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위기감으로 하루하루 버티고 있다"고 토로했다.

의정갈등 이후 인력 충원율, 병상 가동률에 대해서도 "작년 70%에서 현재 40%까지 하락한 수준이다. 특히 교수들의 추가 이탈이 계속 발생하는 것이 걱정스럽고 안타까운 상황"이라며 "병원장으로서 누적된 피로와 질병 등 여러 가지 연유에 따른 교수들의 추가 대규모 사직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처우개선을 위한 재정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또한, "지난봄부터 비상 경영 TF를 운영하며 인원 재배정, 사업계획 및 투자계획 유예 등 여러 가지 정책을 실행하고 있지만, 인건비 비중이 높은 병원 특성상 긴축으로 인한 재정 절감은 크게 효과를 못 보고 있는 현실"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강원대병원이 강원도의 책임의료기관으로서 역할을 당당히 할 수 있는 정도의 재정적인 보상책을 정밀하게 계획하고 정밀하게 준비"할 것을 부탁했다.

이에 조규홍 장관은 "소통을 통해 긴급 자금 지원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 과학적 근거는 '소모적 논쟁', 증원 최종결정은 '정부 몫'

정부가 2000명 증원을 결정하는 데 참고한 연구 보고서의 저자들은 정부의 '급격한 증원'에 아쉬움을 나타내면서도 최종결정은 정부의 몫임을 강조했다. 또한, '과학적 근거'라는 용어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날 국정감사에는 신영석 명예연구위원(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권정현 연구위원(한국개발연구원)이 남인순 의원의 신청에 따라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먼저 신영석 연구위원은 "저는 일관되게 5년 동안 2000명 증원보다는 조금 더 연착륙했으면 좋겠다고 말씀을 드려왔다"면서도 "연구자들은 연구하고 본인이 생각하는 내용을 말씀드리면, 최종결정은 정부에서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는 누구의 잘못인가를 따질 상황은 아니다. 결국은 국민과 환자가 피해를 보고 있다"면서 "이제는 어떤 형태든지 정상화 과정으로 갔으면 좋겠다. 굉장히 위기 국면이지만 기회의 창으로 삼아 새로운 의료체계가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선 "전공의가 참여해 의견을 교환해야 한다"고도 했다.

권정현 연구위원은 "그간 '과학적 근거'에 대한 논의에서 지적된 부분이 보고서에 2000명이라는 숫자의 있냐 없냐였다"면서, 이에 대해 '굉장히 부당한 지적'이자 '소모적이고 필요 없는 논쟁'이라고 평가했다.

정부의 증원 방식에 대해서는 "저 역시도 보고서에 점진적 증원을 제안한 바가 있다"면서도 "연구자가 생각하는 정책과 정부의 다양한 정책수단, 재원을 투자해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점진적 증원을 하는 것도 한꺼번에 2000명을 증원하는 것에 못지않은 비용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고 견해를 밝혔다.

■ 전공의가 말하는 전공의 복귀 '지금으로서는 회의적'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의정갈등 이후 자취를 감췄던 전공의의 의견도 들을 수 있었다.

임진수 대한의사협회 기획이사는 강선우 의원(더불어민주당)의 신청으로 참고인 출석해 발언하면서, 전공의 복귀 가능성에 대한 질의에 "지금으로서는 회의적이다. 어려울 것 같다"고 답했다

임 이사는 "정부가 2014·2020년 의정 합의를 무시하고 의료개혁에 진심이라고 말할 때 그래도 믿고 싶었다. 그러나 (정부의 행보를 보며) 정상적인 의대 교육을 받은 의사로서 어떻게 이렇게까지 우리를 모욕할 수 있는지 정말 믿기 힘든 현실이었다"며 "이제는 많이 체념했다. 전공의가 이 꼴을 보고 '우리가 왜 돌아가야하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밖에 없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사직 전공의들은 전문의가 됐을 때 전문가로 존중받고, 소신껏 진료할 수 있고, 의사로서 살아가는 게 보람 있다고 느껴진다면 자발적으로 복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에 원하는 점에 대해서는 "정부가 의정 합의를 무시하고 심지어 의료계와 대화를 하려는 시도도 내부적으로 차단하고 있으면서, 논의체에 들어와 대화하자고 하는 게 얼마나 설득력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진정성을 보여주려면 정부 내부에서 태클을 거는 사람부터 빠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최근 교육부가 의대교육을 6년에서 5년으로 단축할 수 있다고 발표한 것에는 "어떤 부분이 문제가 되는지를 말씀드리는 것보다 문제 인식에 대해서 말씀드리고 싶다"며 "교육부 장관의 배임 행위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여지껏 의료계와 소통하지 않고 버텨오던 정부가 이제 와서 내놓은 대책이 '의대 5년제'라는 게 굉장히 개탄할 일"이라며 "의사들의 전문성에 대한 굉장한 모욕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고 개탄했다.

또한, '전공의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임진수 이사는 본인이 "명예의전당 2위에 올라있다"면서 "리스트를 작성한 전공의와는 사태 이전에 일면식도 없던 사이였다. 이 사태가 아니었다면 리스트를 작성한 전공의와는 나쁜 인연으로 이어질 이유가 전혀 없었다. 지금 우리 사이를 이렇게 만든 정부가 구속당해야 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고 강하게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