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방암 환자의 중간 진단 나이가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40대 이하 젊은층의 유방암 발생률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는 고령층에서 유방암 환자가 늘고 있는 서구와는 다른 양상이다.

이에 한국유방암학회(이사장 한원식)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한국인 유방암의 현주소'를 지난12일 제주 그랜드조선제주에서 열리는 추계학술대회에서 공식 발표했다.

학회의 국가암등록사업자료 분석 결과에 따르면, 유방암은 한국 여성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으로, 2021년 기준 연령표준화 발생률은 연간 10만명당 68.6명이었다.

이는 2007년까지 연평균 6.8%씩 증가하다 이후 증가 폭이 4.6%로 둔화한 수치다. 학회는 올해 유방암 신규 환자가 약 30665명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으며, 이는 전체 여성암 발생의 21.8%를 차지한다. 특히 유방암으로 인한 연령표준화 사망률은 10만명당 5.8명으로, 국내 여성암 사망 원인 중 9.2%를 차지하며 4위에 해당한다.

국내 유방암 검진율은 2004년 33.2%에서 2023년 72.7%로 매년 2.88%씩 증가했으며, 이는 조기 진단의 활성화와 표준 치료의 이행 덕분이다. 이로 인해 국내 유방암 사망률은 미국이나 영국, 일본에 비해 다소 낮은 편이다.

유방암 발생 연령대별로는 2021년 기준 40대가 8589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50대가 8447명, 60대가 5978명으로 뒤를 이었다. 유방암 진단 중간 나이는 2000년 46.9세에서 2021년 53.4세로 꾸준히 상승했다. 이는 인구 고령화와 폐경 후 유방암 환자가 증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한국 유방암의 특성은 서구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박세호 세브란스대병원 유방외과 교수는 "한국 여성의 유방암 발생률은 50대 초반까지는 증가하지만, 그 이후로는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이는 서구와는 다른 패턴이므로 한국인의 유방암 발생 양상을 지속적으로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40대 이하 유방암 환자가 줄지 않는 이유로는 서구화된 식생활, 음주, 흡연, 운동 부족, 유전적 요인 등이 꼽히고 있다. 또한 늦은 결혼, 비혼 여성의 증가, 출산율 저하, 수유 감소 등이 폐경 이후 유방암 진단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학회는 한국인에게 적합한 유방암 예방과 조기 진단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원식 서울대병원 유방외과 교수는 "한국의 유방암 발생 건수는 증가하고 있지만, 서구 선진국에 비해 발생률은 약 70-80% 수준이다. 향후 10년 이상 증가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출산율이 낮은 상황에서 유방암 발생률이 더욱 증가할 수 있어 대국민 검진 홍보가 중요한 시점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