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경지 아니냐?"

'경지'는 최근 인터넷에서 등장한 신조어로, '경계선 지능인'을 비하하는 표현이다. 그렇다면 경계선 지능인은 어떤 사람들을 가리키는 걸까?

경계선 지능인은 평균 지능에 미치지 못하지만 지적장애로 분류되지 않는 인구 집단으로, 웩슬러 지능 검사 결과 지능 지수(IQ)가 70에서 84 사이에 속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이들은 지적장애의 법적 기준에 미치지 못해 복지 지원에서 배제되며, 사회적·교육적 어려움 속에서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특히 학령기에는 학습 부진과 교우 관계에서, 성인기에는 구직 실패와 직업 유지의 어려움으로 사회적 고립을 경험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경계선 지능인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시현(대구대학교 일반대학원 재활과학과)과 김화수(대구대학교 재활과학대학 언어치료 교수) 연구팀은 경계선 지능인의 현황과 이들을 위한 사회적 지원의 필요성을 논문으로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경계선 지능인은 전체 인구의 약 13.6%에 해당하며, 2024년 4월 기준 우리나라의 경계선 지능인 수는 약 705만명으로 추정된다(국가통계포털, 2024). 학급당 인원이 30명일 경우, 학령기 아동 및 청소년 중 3~4명이 경계선 지능 범주에 속할 정도로 높은 비율을 보인다. 이처럼 큰 비중을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경계선 지능인은 여전히 사회적 관심과 지원에서 소외되고 있다.

경계선 지능인들은 학습 능력이 또래보다 현저히 떨어지며,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자주 좌절감을 느낀다. 연구에 따르면, 이들은 주의 집중이 부족하고 작업 기억 수행력이 낮아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다.

또한 이들은 감정 어휘의 세분화가 어렵고 어휘력이 제한적이어서 자신의 감정을 구체적으로 표현하기 힘들다. 화용 능력 부족으로 문제 상황에서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고, 간접적인 의미를 이해하거나 추론하는데도 어려움을 보인다.

'경계선 지능 성인의 언어 및 의사소통 지원 실태에 관한 언어재활사의 인식(최시현·김화수, 2024)'에 따르면, 이들은 대화 중에는 자신이 중심이 된 의사소통을 하거나, 대화 순서를 지키지 못하고 주제 전환이 서툴며, 거절 상황에 직면했을 때 대처하지 못하는 등의 특징이 두드러진다고 한다.

경계선 지능 성인의 언어 및 의사소통 특성은 언어재활사들의 경험을 통해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언어재활사들은 이들이 익숙하지 않은 대화 내용은 회피하고, 또래보다는 나이가 많거나 적은 사람들과 대화할 때 더 자신감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경계선 지능인들의 언어적 특성과 사회적 상호작용 문제는 조기 개입과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영유아기에는 건강검진 및 발달 선별 검사를 통해 이상 징후를 발견하고, 학령기에는 지능 검사 및 종합 심리 검사를 통해 조기 중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법적·제도적 측면에서도 경계선 지능인을 위한 지원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초·중등교육법'과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아동복지법'에서는 학습장애와 관련된 교육 정책을 마련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경계선 지능인의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지원이 부족한 실정이다. 연구진은 경계선 지능인을 위한 체계적인 진단 체계 마련, 심리 검사 비용 지원, 조기 진단을 위한 센터 설립 등을 제안했다. 또한, 이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학교 내 위원회를 설치하고, 교사와 전문가들이 개별적이고 집중적인 치료 및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성인기의 경계선 지능인은 자립 생활과 직업 활동에서 어려움을 겪으며, 사회적 고립과 경제적 불안정에 직면한다. 연구진은 이들의 자립을 돕기 위해 맞춤형 직업 교육과 사회성 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예를 들어, 사회적 기술을 향상시키기 위한 훈련 프로그램과 직업 교육을 제공함으로써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한, 경계선 지능 성인의 언어 및 의사소통 능력을 높이기 위해 적절한 교재와 치료 도구 개발이 필수적이라는 점도 강조됐다.

더불어 연구진들은 경계선 지능인을 위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함께, 이들이 지역사회에서 더 나은 환경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거듭 힘주어 주장했다.

점차 증가하는 '경계선 지능인'에 대한 사회적 책임은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다. 이들을 단순히 배척하거나 방치해서는 안 된다.

복지 사각지대에서 소외된 이들이 결국 더 큰 사회적 문제를 초래하지 않도록, 우리 사회는 이들의 특성과 필요를 반영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모두가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포용적 사회를 위해, 보다 섬세한 제도적 보완과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한 시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