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시우] 세계 1위 CDMO(의약품 위탁개발생산) 기업인 스위스 론자가 대대적인 시설투자에 나선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신흥 경쟁기업들의 매서운 추격에 위기감을 느낀 것이다.

지난해 기준 론자의 매출은 67억 스위스 프랑, 우리 돈 약 10조 6749억 원으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EBITDA는 20억 스위스 프랑(약 3조 1859억 원) 이었다. EBITDA는 '이자, 법인세,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Earnings Before Interest, Taxes, Depreciation and Amortization)'의 줄임말로, 기업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 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수익성 지표다.

반면, 4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3조 7000억 원, EBITDA는 1조 6030억 원에 불과했다. 아직은 두 기업간 격차가 적지 않지만, 급변하는 시장 환경은 순위를 한순간에 바꿔놓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론자는 12일(현지 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바이오접합체(bioconjugation) 서비스 확장을 위해 스위스 비스프(Visp)에 2개의 제조시설을 추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바이오접합체 출시와 상업용 대량생산을 위해 1200리터 규모의 신규 제조시설 2개를 추가로 건설하고, 바스프의 기존 바이오접합체 시설에 제조 기반 인프라를 확장해 2028년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이 시설은 항체-약물접합체(ADC) 및 성숙하고 있는 기타 바이오접합체를 제조하는데 필요한 점점 더 복잡한 프로세스를 실행할 수 있도록 설계할 예정이다.

추가되는 바이오접합체 제조시설은 초기단계 임상 개발을 위한 제조부터 제품 출시 및 상업적 공급을 위한 대규모 제조에 이르기까지 론자의 선도적인 바이오접합체 서비스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의약품 충진 캐파도 포함된다.

론자의 바이오접합체 부문 부사장 겸 책임자인 크리스티안 모렐로(Christian Morello)는 “ADC 및 기타 바이오접합체가 상용화를 향해 점점 더 진행됨에 따라 바이오접합체 분야에서 강력한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며, “이번 투자는 증가하는 시장 수요를 해결하고, 고객의 성장을 지원하며, 바이오접합체 제조를 위한 유연하고 통합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측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이번에 추가되는 제조시설은 에너지 효율 온수 난방 시스템, 공기 공급 및 조명 솔루션을 포함하는 신축 건물에 대한 지속가능성 설계 표준을 따르고 있어 기존 시설에 비해 탄소 발자국을 크게 줄이고, 세포독성 액체 폐기물 관리를 개선하기 위한 기술을 이용해 폐기물을 최대 90%까지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참고로 론자는 2006년 이후 70개 이상의 바이오접합체 프로그램을 위해 1000개 이상의 cGMP 배치를 생산했다.

론자의 이번 시설 투자 확대 계획 발표는 연간 500조 원 규모로 추산되는 글로벌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이 얼마나 뜨거운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126년 전통의 론자는 현재 한국의 신흥 CDMO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그만큼 빠른 속도로 추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바이오 CDMO 생산캐파를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5공장 등 제2바이오캠퍼스 건설을 추진하면서 조만간 ADC 생산시설을 완공할 예정이다. 뿐만아니라 롯데바이오로직스도 송도 공장 건설을 진행하면서 미국 시러큐스에 있는 ADC 생산시설을 증설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론자에게는 큰 위협이다.

내외적 환경도 녹록지 않다. 미국 생물보안법을 통한 우시바이오로직스 압박, 덴마크 노보홀딩스의 미국 카탈란트 인수 연내 마무리 등 글로벌 바이오 CDMO 시장은 사상 최대의 격변속에 놓여있다.

따라서 기업들의 생산 캐파 확장 및 신규 모달리티 생산 서비스를 선제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경쟁은 갈수록 더 치열해 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