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최재백 기자] 깊은 수면을 오래하면 기억 형성 및 강화를 증진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깊은 수면 중에 뇌에서 형성되는 서파들이 신경세포 사이의 시냅스 연결을 강화하여 기억 형성 및 강화를 증진한다는 연구 결과가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실렸다.

수면이 가장 필요한 인체 장기는 단연 뇌일 것이다. 잠을 자는 동안 뇌는 외부 세계로부터 단절되어, 깨어있는 동안 인식되던 감각 정보의 처리를 멈추고, 외부 간섭 없이 과거의 정보들을 복기하며 기억을 형성할 수 있다.

샤르테 베를린 의과대학(Charit Universittsmedizin Berlin)의 연구팀은 서파(Slow wave) 수면 또는 깊은 수면(Deep sleep)이 뇌의 기억 형성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며, 수면이 기억력 강화에 매우 중요하게 관여한다는 사실을 재조명했다.

연구팀은 45명의 연구 참여자들로부터 대뇌 피질 일부인 신피질(Neocortex) 검체를 채취해 깊은 수면 중에 발생하는 서파가 신경세포 사이의 시냅스 연결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 관찰했다.

신피질은 뇌를 사진으로 봤을 때 가장 바깥에 보이는 호두 모양의 표면으로 160억개의 신경세포로 구성되어 언어 능력, 상상력, 기억력, 감정 등 중요한 인지 기능에 관여하는 구조물이다.

연구팀은 2017년에 신경외과 수술 이후 폐기될 예정인 뇌 검체들을 모으는 플랫폼을 구축한 이후, 살아있는 조직 검체를 생리수에 넣어 24시간 이상 보존할 수 있는 기법을 개선해왔다고 전했다.

나아가 인간 뇌세포와 시냅스를 고해상도 녹화 기술로 관찰할 수 있게 됨에 따라, 기억과 관련한 흥미로운 시냅스 기전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기술들을 활용한 이번 연구 결과, 깊은 수면 중에 뇌에서 생성된 서파들은 신피질에 분포한 신경세포 사이의 시냅스 연결을 강화하여 기억을 형성하기 더 좋게 만드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외부 세계의 감각 정보 유입이 멈추는 서파 수면에 들면, 신피질에서 약 1초마다 흥분(UP state)과 억제(DOWN state)가 교차하는 흥미로운 활동이 나타나는데, 이는 신피질에 분포하는 수천 개의 신경세포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전압이 변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들은 특히 신피질이 억제 상태에서 흥분 상태로 변할 때 뇌세포 사이의 시냅스가 강화되어 정보에 대한 수용성이 매우 높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때 단기 기억을 저장하는 해마가 기억을 복기하면 신피질 뇌세포 활동이 더욱 활성화되어 장기 기억으로의 전환이 촉진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깊은 수면 시 발생하는 서파 활동(Slow wave activity, SWA)이 세포 단위에서 정교하게 시냅스 가소성(Synaptic plasticity) 및 기억을 강화한다는 사실이 흥미롭다고 평가했다.

일부 신경학자들은 인지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건강한 수면 패턴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치매 관리 및 예방을 위해 수면과 관련한 이상 증상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전했다.

나아가 향후 연구를 통해 알츠하이머병, 기타 치매 유형 등 신경퇴행성 질환이 발생하면 SWA-관련 시냅스 기전이 어떻게 변하는지 연구하고, 깊은 수면이 인지 저하를 늦추거나 기억력 개선에 도움이 되는지 조사해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