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한국백신과 진행 중인 과징금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패소한 공정거래위원회가 결국 대법원행을 선택했다. 그러나, 과징금 부과 처분의 근거가 됐던 위법 혐의가 이미 무죄로 확정된 상황이어서 결과를 뒤집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한국백신과 진행 중이던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 명령 취소의 소’에서 패소한 뒤 최근 서울고등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이에 따라 이에 따라 양측의 법정 다툼은 마지막 승부처인 대법원으로 옮겨져 계속될 예정이다.

공정위는 현재 백신 담합 혐의로 과징금 처분을 받은 다수 제약사와 행정소송을 진행 중인데, 한국백신과의 소송 결과가 이들 제약사와 진행 중인 소송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앞서 내려진 패소 판결을 뒤집기 위해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점쳐진다.

이번 소송은 한국백신의 의도적 물량 취소로 2016년부터 2년간 영·유아 BCG 백신 물량 부족 사태가 발생했다고 판단한 공정위가 한국백신을 검찰에 고발하는 동시에 시정명령과 9억 90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데 회사 측이 불복하면서 시작됐다.

다만, 형사소송과 행정소송이 동시에 진행된 만큼, 행정소송(과징금 부과처분 취소의 소)을 맡은 서울고등법원은 판결의 혼선을 피하기 위해 형사소송 결과가 진행되는 동안 본안 심리를 중단했다가 지난해 3월 한국백신의 무죄가 확정되자 단 두 번의 변론기일만 진행한 뒤 원고승소 판결을 선고했다.

서울고법 재판부는 한국백신이 주력 상품인 경피용 BCG 백신 판매를 늘리기 위해 피내용 BCG 백신 수입 계획을 의도적으로 축소·취소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는 공정위의 주장에 대해 증거가 부족하고 과도한 해석이라고 일축했다.

질병관리청의 확정적 주문이 없었고, 전 세계적으로 피내용 BCG 백신 공급 부족 사태가 발생했던 만큼, 한국백신의 수입 계획 조정은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설명이다.

또한, 형사소송을 통해 한국백신이 시장지배적 사업자 지위에 있지 않았다는 점과 출고조절 행위가 없었다는 점이 인정된 만큼, 이에 근거한 과징금 처분은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앞서 형사소송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경피용 BCG 백신에 대해 부당하게 백신 출고 수량을 조절했다거나 질병관리청(당시 질병관리본부)을 방해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한국백신에 무죄를 선고했다.

이후 검찰이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했으나 기각됐고, 대법원 상고심도 한국백신 승리로 끝나면서 1심 무죄 판결이 확정됐다.

공정위와 한국백신의 이번 행정소송 결과는 한국백신 사건으로 촉발된 대규모 백신 담합 사건에 연루된 다른 제약사와의 행정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점쳐진다. 승소를 점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공정위가 대법원행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2019년 공정위로부터 한국백신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GC녹십자, 유한양행, 보령바이오파마, SK디스커버리, 광동제약 등 6개 제약사와 의약품 유통업체들이 필수예방접종 국가지원사업(NIP)에서 추가 담합을 한 혐의를 찾아내, 공정위에 이들 제약사에 대한 고발을 추가로 요청했다.

이후 공정위로부터 추가 고발당한 이들 제약·유통사를 NIP 입찰에 참여하면서 들러리 업체를 세우는 수법으로 폭리를 취한 혐의로 기소했다. 이와 함께 공정위는 사건에 연루된 32개에 제약·유통사에 총 409억 원에 이르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형사재판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제약·유통사들에 유죄를 선고했지만, 2심 법원인 서울고등법원은 제약·유통사에 무죄를 선고하며 1심 판결을 뒤집었다.

당시 사건을 맡은 서울고법 재판부(형사3부)는 “애초에 NIP 입찰에서 공정한 자유경쟁을 통한 가격 형성이 전제됐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들에게 경쟁을 제한하거나 낙찰가에 영향을 미쳐 공정성을 해칠 고의가 있었음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이러한 서울고법 판결에 불복해 상고장을 제출, 현재 대법원에서 상고심을 진행 중이다.

이들 제약·유통사는 NIP 입찰 담합을 이유로 이뤄진 공정위의 과징금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도 치르고 있다. 만약 형사소송 상고심에서 제약사들이 승소해 무죄가 확정될 경우, 법원은 한국백신 행정소송 판결을 참고해 제약·유통사에 내려진 과징금 부과 처분도 취소할 가능성이 크다.

공정위가 이번 한국백신과의 행정소송(과징금 부과 처분 취소의 소) 상고심에서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점쳐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