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세계 최대의 규모의 제약·바이오 행사인 JP 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가 올해도 어김없이 열렸다. 2025년 1월 13일부터 16일까지 개최되는 2025 JP 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는 전 세계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참석, 신약 파이프라인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고 있다. 신약 후보물질은 예년과 유사하게 항암제 및 자가면역 질환 치료제 분야에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이번 행사에서는 경구제 개발에 대한 빅파마들의 강한 의지가 두드러진다. 주요 경구용 신약 개발 현황을 정리했다.

#미국 릴리, 미국 스콜피온 테라퓨틱스 PI3Kα 억제제 ‘STX-478’ 확보

릴리(Eli Lilly and Company)는 13일(현지 시간), 스콜피온 테라퓨틱스(Scorpion Therapeutics)를 약 25억 달러(한화 약 3조 6000억 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이번 인수를 통해 릴리는 스콜피온 측의 PI3Kα 억제제 후보물질 ‘STX-478’을 확보하게 된다.

‘STX-478’은 악성 B세포에서 과발현되는 PI3Kα를 표적하는 경구제다. 현재 임상 1/2상 시험에서 평가되고 있다.

‘STX-478’의 표적인 PI3Kα는 세포의 성장, 증식, 분화, 운동성, 생존과 같은 기능에 관여하는 효소다. 그간 혈액암 치료의 주요 표적으로 여겨졌으나 최근에는 유방암 치료에도 유망한 타깃으로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PI3Kα 억제 유방암 치료제는 스위스 노바티스(Novartis) 및 스위스 로슈(Roche)의 ‘피크레이’(Piqray, 성분명: 알펠리십·alpelisib)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각각 2019년 5월, 2021년 5월 유방암 치료제로 ‘피크레이’를 품목허가한 바 있다.

릴리는 이미 경구용 유방암 치료제 ‘버제니오’(Verzenio, 성분명: 아베마시클립·abemaciclib)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버제니오’는 CDK4·6 억제제로, 릴리는 ‘STX-478’를 통해 경구용 유방암 치료제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참고로 ‘버제니오’와 ‘피크레이’의 2023년 매출은 각각 11억 5000만 달러(한화 약 1조 6000억 원), 5억 달러(한화 약 7000억 원)를 기록했다.

#미국 화이자, 경구용 GLP-1 작용제 ‘다누글리프론’ 개발 올인

화이자(Pfizer)는 이날 자사의 경구용 GLP-1 작용제 ‘다누글리프론(danuglipron)’의 체중 감량 적응증 개발에 ‘올인’(All-in)한다고 전하며 비만 치료제 시장 진출 의사를 분명히 했다.

현재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GLP-1 작용제는 피하주사로 투약되는 제형으로, 투약 불편성을 동반한다. 이러한 단점을 개선하기 위해 전 세계 제약 업체들은 경구용 GLP-1 작용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화이자의 ‘다누글리프론(danuglipron)’도 그 중 하나이다. 이 약물은 소화기관에서 효소에 의해 분해되기 쉬운 GLP-1 호르몬(단백질)의 화학 구조를 변형하여 소화기관을 통과하면서도 활성 상태를 유지하도록 설계되었다.

관건은 ‘다누글리프론’이 현재 상용화된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의 경구용 GLP-1 작용제 ‘리벨서스’(Rybelsus, 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를 능가할 수 있느냐다. ‘리벨서스’는 체내 GLP-1 작용 효과가 낮아 비만 치료제가 아닌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만 활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다누글리프론’이 주사용 GLP-1 작용제와 유사한 체중 감량 효과를 입증할 경우, 비만 치료제 시장의 지각 변동을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임상 2상 시험에서 평가되고 있다.

#미국 길리어드, 미국 레오 파마 STAT6 억제제 확보

길리어드 사이언스(Gliead Science)는 레오 파마와 전략적 제휴 계약을 체결하면서 레오 파마(Leo Pharma)의 STAT6 억제제 개발 플랫폼 기술에 대한 접근권을 확보했다. 계약에 따라 레오 파마 측은 최대 17억 달러(한화 약 2조 5000억 원)의 금액을 수령할 수 있다.

STAT6은 면역 반응과 관련된 신호전달경로에 개입하여 특정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인자로, 특히 IL-4와 IL-13과 같은 사이토카인에 의해 활성화된다. STAT6 억제제는 이를 억제하여 자가면역 질환을 치료하는 기전이다.

길리어드는 피부와 관련된 자가면역 질환, 가령 판상 건선 등을 치료할 수 있는 경구용 STAT6 억제제를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본지 취재 결과 현재 개발 중인 STAT6 억제제는 20개로, 이중 미국 키메라 테라퓨틱스(Kymera Therapeutics)의 ‘KT-621’만이 임상 1상 시험에서 평가되고 있다. 따라서 길리어드는 아직 경쟁이 덜 치열한 경구용 자가면역 질환 치료 신약 시장에 진입하여 입지를 다지려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