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NSCLC) 치료 신약 ‘렉라자(LACLAZA, 해외 제품명 : LAZCLUZE, 성분명 : 레이저티닙)’를 투여한 뒤 횡문근융해증이 발생한 환자가 처음으로 나타났다. 3등급의 심각한 이상반응에 해당하는 만큼, 치료 과정에서 관련 지표에 관한 각별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내과 이승훈·최주환·이성용 교수팀은 최근 국제 학술지 ‘호흡기학 사례 보고서(Respirology Case Reports)’을 통해 ‘비소세포 폐암 환자에서 레이저티닙으로 유발된 횡문근융해증(Lazertinib-Induced Rhabdomyolysis in a Patient With Non-Small Cell Lung Cancer)’ 사례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는 ‘렉라자’를 복용한 뒤 횡문근융해증이 발생한 69세 한국 여성의 사례에 관한 것이다. ‘렉라자’ 치료 과정에서 이상반응으로 횡문근융해증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횡문근융해증은 근육(횡문근)에 충분한 에너지와 산소 공급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근육세포가 파괴 또는 괴사하는 질환이다. 근육세포 안에 있는 미오글로빈·단백질·크레아틴키나아제·전해질 등이 혈류로 흘러 들어가고, 혈류로 들어간 근육세포 내 물질은 신장의 필터 기능을 저하해 급성 세뇨관 괴사나 신부전증을 일으킬 수 있다.

이 69세 여성은 1차 치료제로 ‘렉라자’를 매일 240mg씩 투여받았는데, 약물 투여 직후 아스파테이트 아미노트랜스퍼라제(AST)와 알라닌 아미노트랜스퍼라제(ALT) 수치가 급격하게 상승했다.

의료진은 간 손상 이외의 원인이 이러한 수치 변화를 일으켰을 가능성을 고려해 추가 검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횡문근융해증 환자에서 나타나는 크레아틴 인산 키나아제(CPK), 혈청 미오글로빈, 젖산 탈수소 효소(LDH), 소변 미오글로빈 수치의 급격한 상승과 고칼륨혈증이 확인됐다.

결국, 환자는 CPK 수치 상승과 다른 전형적인 증상을 바탕으로 횡문근융해증으로 진단됐다. 당시 이 환자는 신체적 스트레스를 경험하지 않았고 ‘렉라자’ 외에 다른 약물은 사용하지 않았다.

환자의 소변 알칼리화가 시작되자 의료진은 ‘렉라자’ 투여를 중단했다. 다만, 증상이 심각하지는 않아 스테로이드를 투여하지는 않았다.

약물 투여 중단은 약 17일 동안 이어졌는데, 이 과정에서 CPK 수치는 1000IU/L 미만으로 감소했다. 이에 의료진은 ‘렉라자’ 투여를 재개했다. 단, 투여 용량은 최초 투여 용량의 3분의 1인 80mg으로 줄였다. 이후 약 5일간 안정적인 상태가 유지되자 용량을 160mg으로 늘렸고, 이로부터 약 1개월 동안 추적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상(abnormalities)은 나타나지 않았다.

“렉라자, 횡문근융해증 유발 기전 불문명” “이상반응 질환 연관성 추가 연구 필요”

이 환자는 ‘렉라자’ 치료 재개 후 약 2개월 뒤 진행한 컴퓨터 단층 촬영(CT) 검사에서 부분반응(PR)이 확인됐으며, 이번 사례 보고서 작성 시까지 질병이 진행하지 않아 ‘렉라자’ 치료를 지속했다.

연구진은 “‘렉라자’를 투여받는 환자, 특히 근육통과 AST 수치 상승을 보이는 환자는 횡문근융해증을 배제(exclude)하기 위해 혈청 CPK 수치를 평가할 것을 권장한다”며 “우리가 발견한 사례에서 횡문근융해증 환자에 대한 약물 투여 용량 감소는 추가적인 부작용 없이 ‘렉라자’를 재사용할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드물기는 하지만 EGFR 티로신키나아제억제제(TKI) 치료 후 혈청 CPK 수치 상승 및 횡문근융해증이 발생하는 것은 이러한 치료를 받는 환자의 혈청 CPK 수치를 모니터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다만, ‘렉라자’로 유발된 횡문근융해증의 기전이 아직 불분명한 만큼, 약물과 이상반응 질환의 연관성을 조사하기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렉라자’는 폐암 세포의 성장에 관여하는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의 신호 전달을 방해해 암세포 증식과 성장을 억제한다. 2021년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허가를 받아 국산 신약 31호로 기록됐으며, 지난해 8월 리브리반트 병용 요법으로 미국 FDA 승인을 받았다. 최근에는 유럽에서도 품목허가를 획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