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 환자들을 위한 복지법 제정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됐다. 지난달 27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세계 희귀질환의 날' 기념행사에서 희귀질환 환자들과 보호자들은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법안 마련을 촉구했다.

이번 행사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선우 의원을 비롯한 여야 의원들이 공동 주최하고, (사)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가 주관했다. 강 의원은 "국내 희귀질환 등록 환자가 5만 명이 넘지만, 여전히 높은 의료비와 제한적인 치료법으로 인해 환자와 가족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희귀질환 환자들이 병원 치료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홈케어 지원제도' 강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첫 번째 세션에서는 한국갤럽 임성수 실장이 '이분척추증 환자의 삶의 질' 연구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이분척추증 환자 중 59.4%가 현재 지급되는 도뇨 카테터(1일 6개 기준)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응답했으며, 적정 개수는 평균 8.7개로 나타났다. 또한, 환자 중 45.8%가 하루 물 섭취량이 부족하다고 답변했으며, 그 이유로 도뇨 부담(45.5%), 요실금 우려(9.1%), 카테터 부족(6.8%) 등을 꼽았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희귀질환 환자의 보호자들이 직접 나서 환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공유했다. 선천성 수포성표피박리증 환자의 보호자인 권영대 씨는 "매일 3시간 이상의 상처 드레싱을 해야 하며, 치료제 없이 유지비용만 월 300만 원이 든다"고 호소했다. 또한 엔젤만증후군 환자의 보호자인 이영란 씨는 "지능 저하와 균형감각 이상으로 인해 보호자가 24시간 곁을 지켜야 하지만, 자립할 수 있는 지원 시스템이 전무하다"고 토로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희귀질환 홍보대사로 구경선 작가가 위촉됐다. 구 작가는 토끼 캐릭터 '베니'를 창작한 일러스트레이터로, 자신도 어셔신드롬을 앓고 있다. 그는 지난해 5개 희귀질환을 주제로 인스타툰을 제작해 희귀질환 환자들의 어려움을 알리는 데 힘써왔다.

한국수포성표피박리증환우회 권영대 대외협력팀장은 "희귀질환자들을 위한 복지법 제정은 단순한 지원책이 아니라, 이들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정당한 시민권을 보장받는 첫걸음"이라며 "희귀질환자와 가족이 안정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