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김미경 기자] 국내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가 해마다 증가하지만, 환자 방사선 피폭 관리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한영상의학회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연구용역을 통해 수행한 ‘특수의료장비의 적정관리 및 의료방사선의 환자 보호 방안 마련’ 보고서를 내고 CT 장비 증가와 검사량 확대에 따른 고선량 노출 위험을 지적하고, 개선 방향을 내놨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우리나라에 설치된 CT는 2340대로 전체적으로는 2019년 대비 14% 증가했다. 상급종합병원은 20%, 종합병원은 21%, 병원은 3%, 의원은 18%가 증가했다.

성능별로 보면 단채널 장비는 60% 감소했으나 여전히 71대가 남아 있으며, 2~16채널 장비는 43% 감소해 185대가 남아있다. 16~64채널 장비는 2019년과 비교해 10%가 증가해 678대가 있고, 이는 2022년과 비교해 22대가 감소한 수치이다. 64~256채널 장비는 38% 증가한 836대이며 256채널 이상 장비 또한 69% 증가해 570대가 설치돼 있다.

연구팀은 장비 업체를 상대로 한 설문을 통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단채널 장비와 256채널 이상의 고성능 장비를 비교했을 때, 약 2배의 선량 차이를 보였으며, 환자 안전을 위해 단채널 장비의 빠른 퇴출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서는 노후 장비에 의한 선량이 얼마나 되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지만, 우리나라의 현 건강보험 체계상 어느 장비에서 촬영했는지 기록하지 않기 때문에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CT 검사 건수는 지난 5년간 31% 증가해 2023년 기준 연간 1467만7526건이 시행됐으며, 코로나19로 인한 것으로 생각되는 2020년의 약간의 감소 이후 매년 8% 정도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검사 건수는 2021년 OECD 기준으로 인구 1000명당 282건으로 미국 255건보다 약 10% 많은 수치로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2023년 질병관리청에서 발표한 1인당 의료방사선량은 3.13mSv이며 CT가 2.11mSv로 67%를 차지했다.

1인당 의료방사선량 3.13mSv는 일본 2.6mSv, 미국 2,3mSv를 비롯한 다른 나라와 비교해 단연 높은 수치이며, 특히 일본이 2011년 3.87mSv 대비 약 30%가 감소했으며 미국이 2009년 2.9mSv 대비 약 20% 감소한 것에 비해, 우리나라는 계속 증가 소견을 보인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처럼 다른 나라에 비해 1인당 의료방사선량이 높은 것에 반해 우리나라 CT 검사의 검사별 선량은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연구팀은 이에 “CT 검사 건수를 감소시키는 것이 전체 환자에 대한 의료방사선 피폭량을 줄이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면서 “과다 촬영 사례를 분석해 개별 사례의 극단값을 줄이려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방사선에 민감한 소아 환자의 피폭 증가가 두드러졌는데, 2023년 소아 두부 외상 CT는 4만6409건으로, 2019년보다 31% 증가했으며, 14세 이하 연령대의 피폭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이에 연구팀은 급여기준에 Glasgow Coma Scale 등 임상 지표를 반영하고, 복부 CT에 앞서 초음파 검사가 우선 시행될 수 있도록 기준을 정비할 것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비대유문협착증, 다낭성난소증후군처럼 CT 사용이 적절하지 않은 질환에서도 검사가 이뤄지는 사례를 언급하며 주상병명 입력 오류나 진단 목적이 불분명한 경우에 대한 관리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아울러 현재 CT 수가 체계는 ‘조영증강 전 CT’와 ‘조영증강 CT’ 두 가지로만 구분돼 있는데, 실제 임상에서는 조영제 투여 시점에 따라 복수의 단계가 존재하며, 이에 따라 환자 피폭량에도 큰 차이가 발생한다.

연구팀은 이에 대해 CT 검사를 단계별로 세분화해 수가에 반영하고, 불필요한 반복 촬영을 줄일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CT 검사 시 방사선 선량 표기를 의무화하고, 노후 장비의 검사 주기를 줄이는 방식으로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했으며, 장비 교체에 대한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나 지자체가 예산을 지원하는 방안도 나왔다.

연구팀은 건강검진에서 사용되는 CT의 실태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검진 목적의 CT가 정당화 과정 없이 시행되면, 불필요한 피폭으로 이어질 수 있어, 이에 대한 실태 조사와 별도의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CT 사용 증가가 단순한 기술 발전이 아니라 환자의 방사선 피폭 위험과 직결된 문제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며 “정당성 평가와 안전관리 체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법·제도적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