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항체약물접합체(ADC) 명가로 유명한 일본 다이이찌산쿄(Daiichi Sankyo)가 우리나라에서 차세대 ADC 후보물질의 임상 시험에 본격적으로 돌입한다.

다이이찌산쿄는 9일 식약처로부터 ‘DS-3939a’의 1/2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 받았다. 시험은 진행성 고형 종양 환자를 대상으로 ‘DS-3939a’의 안전성과 및 내약성, 약동학적 특성을 평가하는 것이다.

‘DS-3939a’은 뮤신 1형(Mucin 1, MUC1) 단백질에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항체 약물과 세포독성 항암제인 토포이소머라제 1형(TOP1) 억제제를 링커로 연결한 ADC 후보물질이다.

타깃인 MUC1은 주로 상피 세포(피부나 장기 표면을 덮는 세포)의 표면 위에 존재하는 막관통 당단백질(단백질에 당이 붙어 있는 구조)이다. 외부 자극으로부터 세포를 보호하는 역할이다.

하지만 암세포의 경우, MUC1에 당이 제대로 붙지 않아 구조가 변형되고, 이로 인해 암의 성장과 전이를 돕는 다양한 신호 전달 경로가 활성화된다. 유방암, 난소암, 췌장암, 비소세포폐암(NSCLC) 등 다양한 고형암 세포 표면에서 과도하게 발현된다.

MUC1은 지난 1981년 처음 발견되었으나 표적 개발의 난이도가 높으며 과거 임상 실패 사례가 있던 만큼, 그간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표적 항암제에 대한 타깃 연구개발(R&D)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외면 받아왔다.

참고로, 유방암 표적인 인간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2형(HER2)은 MUC1보다 3년도 더 지난 1984년에 발견되었지만, 현재는 업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항암제 타깃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이러한 가운데 2010년대 이후 ADC의 기술이 무르익으면서 MUC1와 같은 비인기 타깃에 대한 성공 가능성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경쟁사와의 차별화를 꾀하는 업체들의 MUC1 표적 ADC 개발 구미를 당기고 있다. ADC 강자인 다이이찌산쿄가 MUC1 표적 ADC 개발에 뛰어든 것도 이런 이유로 풀이된다.

다이이찌산쿄는 지난 2023년 8월 미국, 일본, 벨기에, 프랑스, 스페인에서 ‘DS-3939a’의 임상 1/2상 시험을 실시하며 ‘DS-3939a’의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했다. 이후 올해 3월에는 중국 NMPA에 1상 IND를 신청한 데 이어, 이번에 식약처로부터 1상 IND까지 승인을 받으면서 임상 실시 국가를 점차 확대하고 있다.

신약 후보물질의 초기 임상이 국내에서 진행되면, 우리나라 환자의 약동학 데이터가 약물 개발 과정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DS-3939a’는 국내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 옵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DS-3939a’의 1/2상 디자인을 살펴보면, 예정된 1차 평가변수 도출 시점은 2026년 8월이다. 다이이찌산쿄가 그 다음 바로 3상에 착수할 경우, 통상적으로 ADC 3상이 4~5년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DS-3939a’의 상용화 시기는 빠르면 2030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