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창용] 바이오 산업이 국가 간 기술패권 경쟁의 중심축으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합성생물학(synthetic biology)과 바이오파운드리(biofoundry)가 새로운 국가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혁신성장실 조원선 부연구위원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 ‘국가 바이오 경쟁력 합성생물학과 바이오파운드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합성생물학은 생명체의 DNA, 단백질, 효소 등을 인공적으로 설계·합성하여 새로운 기능을 갖춘 생물체나 생명시스템을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의약품, 식품, 에너지, 환경 등 400가지 이상의 분야에 활용될 수 있는 첨단 바이오 기술로 꼽힌다.

바이오파운드리는 이러한 합성생물학 기술을 실제 생산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자동화된 실험 플랫폼과 제조 설비를 통합한 연구 인프라를 가리킨다. 생명체를 설계하고 대량으로 생산하는 ‘바이오 공장’이며, 기술 실용화와 산업화를 위한 핵심 기반인 것이다.

합성생물학 시장 규모는 2022년 114억 달러(16조 2153억 원)에서 연평균 25.6%씩 성장해 2027년 357억 달러(50조 7690억 )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의료 응용 분야는 연평균 28.7%의 성장률로 가장 큰 확대가 기대되며, 신약 발굴 및 치료제 개발 등이 그 중심에 있다.

세계 주요국은 합성생물학을 국가 전략기술로 지정하고, 기술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정책·투자 경쟁에 돌입했다.

미국은 합성생물학을 가장 먼저 전략기술로 인식하고, 2012년 ‘국가 바이오경제 청사진’을 통해 지원을 시작했다. 이후 세계적인 연구기관(MIT, 하버드 등)과 기업(Amyris, Ginkgo Bioworks 등)이 기술 혁신을 선도하며 강력한 민·관 협력 생태계를 형성해왔다.

그러나 최근 중국이 추격하기 시작했다. 최근 5년(2019년~ 2023년) 사이 중국은 전체 고인용 논문의 57.7%, 전체 연구 논문 출판량의 38.1%를 차지하며 논문 수에서 미국을 앞섰다. 약 16조 원 규모의 민간 투자도 집행했다.

H-지수 기준 세계 상위 10개 연구기관 중 9곳이 모두 중국 소재라는 점에서 지식생산과 인재 집약도에서의 우위 역시 입증하고 있다. H-지수는 연구자의 연구 생산성과 영향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한국은 2022년 합성생물학을 ‘12대 국가전략기술’에 포함시키고, 2025년 3월에는 ‘합성생물학 육성법’이 심의 통과되며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하지만 연구 성과 지표에서는 중위권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최근 5년간 고인용 논문 비율은 2.6%, 논문 점유율 역시 2.6%로, 중국(57.7%)과 미국(13.1%)에 비해 큰 격차가 있다.

글로벌 상위 10% 연구인력 중 한국 출신의 소속기관 점유율은 5.2%로, 여전히 중국(29.6%)과 미국(27.0%)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연구인력 비중은 서서히 증가하고 있으며, 정책적 뒷받침이 강화된다면 성장 여지는 충분하다는 것이 조원선 부연구위원의 설명이다.

조 부연구위원은 “디지털 기술 융합과 전략적 투자로 한국만의 맞춤형 생태계를 빠르게 조성한다면 선진국과의 격차를 줄이고 미래 바이오경제를 선도할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 부연구위원은 특히 “교육 및 연구 환경을 강화하고 글로벌 연구인력을 확보하는 전략이 시급하다”며, “합성생물학을 전문으로 다루는 학부·대학원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학문적 심화와 실무 경험이 조화된 커리큘럼을 개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핵심 인프라인 바이오파운드리는 민관과 공공이 할 수 있는 분야를 특정하여 민관협력 기반 범용형과 특화형으로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시장성이 높은 레드 바이오 분야는 민간 주도로 연구개발과 상업화를 가속화하되, 자급자족 및 식량 안보 측면에서 중요성이 커질 그린 바이오 분야는 국가 주도로 특화된 바이오파운드리를 설립해 중장기적 산업 역량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전략이 성공적으로 실행된다면, 한국은 기존 바이오 제조 산업의 열세를 넘어 합성생물학 분야에서 오히려 글로벌 혁신을 선도하는 핵심 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