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회장 이성환)은 지난해 의료정책연구소가 전국 의대생 246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 용역 설문조사 결과, 공중보건의사와 군의관의 현행 최대 38개월인 복무기간을 24개월까지 단축하면 복무 희망률이 최대 94%까지 높아진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의대 재적생(△입영 신청 전 인원 2150명 △신청 후 대기 인원 152명 △병역 이행 중 인원 12명 △완료 및 면제 인원 155명)을 대상으로 복무 희망률과 복무기간 단축 시 단축 기간별 복무 희망률, 복무기간에 대한 부담 등을 조사했다. 대공협에 따르면 현행 공중보건의사 복무기간은 37~38개월로, 현재 기준 군의관·공보의를 희망하는 비율은 29.5%(728명)이다.

그러나 공보의 복무기간을 24개월로 줄이면 94.7%까지 높아졌으며, 26개월로 단축시킬 경우 62.9%를 기록해 큰 영향을 미쳤다. 군의관 복무희망률도 같은 조건을 기준으로 비교하면 각각 55.1%와 92.2%로 급등해 복무기간 단축의 영향이 매우 컸다. 특히 일반 의무병으로 복무하겠다 밝힌 응답자들도 복무기간이 24개월로 줄어들 경우 약 94% 이상이 공보의·군의관 복무를 희망한다 답했다.

이처럼 복무기간은 공보의·군의관 복무의 주요 부담으로 꼽혔다. 전체 응답자 중 74.5%는 일반 의무병에 비해 긴 복무기간을 10점 만점 중 '10점'(매우 부담됨)으로 평가했으며, '9점'까지 포함하면 84%에 달했다. 복무기간이 짧아질수록 복무 희망률은 가파르게 높아졌고, 이는 전공의·공중보건의사·군의관 희망자 모두에게서 공통적으로 관찰됐다.

군의관·공보의를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로도 복무기간이 꼽혔다. 군의관·공보의를 희망하지 않는다 답한 1553명은그 이유로△사병 대비 상대적으로 긴 복무기간(97.9%, 1520명) △개선되지 않는 처우(급여, 생활환경 등)(56.9%, 884명) △과중한 업무 부담·진료 관련 법적 책임에 대한 부담(24.7%, 384명) 등을답했다. 응답은 복수 선택이 가능한 구조다. 이 회장은 "복무기간을 줄이면 단순히 지원율이 올라가는 수준이 아니라, 지금 단축하지 않으면 머지않아 아무도 지원하지 않게 될 것이라는 경고"라며 "이미 공중보건의사 제도의 붕괴는 시작됐으며,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고 밝혔다.

해당 조사가 실시된 시기가 지난해 7월이며, 일반적으로 의대생들은 군의관·공보의 복무 희망률이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의정사태로 인해 현역병 입대를 택한 인원은 더 높아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더불어 입영 신청 전 의대생의 과반수는 의과대학 졸업 직후 군 복무를 희망했고, 전공의 수료 직후 복무를 희망하는 비율은 28.3%에 불과해 필요 군의관 및 공보의 인력 수요에 크게 밑돌아 정책적 대응이 요구됐다.

그러나 대공협은 보건복지부가 이를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 대응은 미흡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대공협에 따르면 군복무 단축 논의는 지체돼 있고, 공보의 제도 개선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되지 않았다. 대공협은 수차례 복무기간 단축과 처우 개선을 요청해 왔으나, 예고된 올해 지침서 개정안에서도 관련 내용은 제외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정부가 공공의료를 진정으로 지키려는 의지가 있다면 협회와 즉각 대책회의를 열어야 한다"며 "이대로 개선 없이 방치된다면, 더는 후배들에게 공중보건의사를 권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대공협은 전국 지자체의 85%가 민간의사 채용 예산을 책정하지 않았으며, 진료공백 심화에도 공보의에만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협회는 "의료공백을 말하기에 앞서, 지자체가 무엇을 해왔는지부터 돌아봐야 한다"며 "이제는 책임을 전가할 때가 아니라, 직접적인 행정을 보여줄 때"라고 밝혔다. 이어 "공중보건의사 제도의 존속 여부는 결국 복무기간 단축에 달려 있다"며, 정부와 국회에 조속한 제도 개선 논의를 공식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