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뇌전증을 앓고 있는 미취학 아동이 급성 발작 증상을 보일 경우 사용할 수 있는 비강분무형 응급약물이 보건당국의 승인을 받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17일(현지 시간), 만 2세 이상 뇌전증 환자의 급성 반복 발작 치료제로 미국 뉴렐리스(Neurelis)의 비강 분무형 뇌전증 치료제 ‘발토코’(Valtoco, 성분명: 디아제팜·diazepam)를 허가했다. 이로써 ‘발토코’는 미취학 아동과 성인 모두에게 사용할 수 있는 비강분무제가 됐다.

앞서 미국 FDA는 지난 2020년 1월 전 세계 최초로 만 6세 이상의 뇌전증 환자를 위한 비강 분무형 치료제로 ‘발토코’를 허가한 바 있다.

FDA의 이번 허가는 뉴렐리스 측이 실시한 임상 1/2상 시험(등록 번호: NCT05076838)을 근거로 했다. 해당 시험은 만 2세에서 5세의 뇌전증 환자를 대상으로 ‘발토코’의 유효성 및 안전성을 평가한 단일군 시험이었다.

회사 측에 따르면, ‘발토코’는 신속하게 흡수되었으며, 2세에서 5세 아동을 대상으로 한 유효성 데이터는 6세 이상에서 평가한 결과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안전성의 경우, 더 어린 연령대에서 새로운 이상반응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

‘발토코’의 주요 성분인 디아제팜은 향정신성 의약품인 벤조디아제핀 계열의 약물이다. 정확한 작용기전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뇌의 신경 억제성 물질인 GABA-A 수용체에 선택적으로 결합하여 GABA의 활성을 높이고, 이를 통해 과도한 신경을 줄여 발작 증상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디아제팜은 우리나라에서도 상용화되었다. 명인제약의 ‘명인디아제팜정’(성분명: 디아제팜)을 비롯해 12개의 품목이 현재 뇌전증 등의 뇌신경정신 질환 치료에 활용되고 있다.

차이점은, 12개의 품목이 모두 경구제 또는 주사제인 반면, ‘발토코’는 뉴렐리스의 플랫폼 기술인 INTRAVAIL 기반 비강 분무제라는 것이다. INTRAVAIL은 낮은 용량으로도 비강 투여를 통해 약물의 생체 흡수율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이다.

특히 뇌전증 환자의 급성 반복 발작 상황에서 경구제는 효과가 전혀 없는터라 과거에는 주사제만이 유일한 해결책으로 여겨졌으나, 주사제는 감염 위험은 물론 혈관을 손상시켜 염증 반응을 초래하는 부작용이 동반되기도 했다.

‘발토코’는 지난 2020년 1월 FDA로부터 허가를 받으며 이러한 미충족 의료 수요를 일부분 해소해주었다. 여기에 이번 허가로 만 2세까지 투약 연령대가 확대되면서 이제 미국의 부모들은 어린 자녀의 급성 발작 상황에서 보다 안전하고 간편한 치료법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뉴렐리스는 ‘발토코’의 시장을 해외로 넓히기 위해 지난 2022년 1월 일본 아큘리스 파마(Aculys Pharma)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며 ‘발토코’의 아시아 및 태평양 지역 권한을 아큘리스 파마에 이전한 바 있다.

아큘리스 파마 측은 이후 호주, 브루나이, 캄보디아, 미얀마, 뉴질랜드,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등에서 ‘발토코’의 허가를 순차적으로 취득했다. 2024년 9월에는 일본 규제 당국에 ‘발토코’의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만 허가 관련 움직임이 잠잠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