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회장 안중현)는 오는 6월3일(화) 열릴 제21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에 '천만 노인 시대, 어르신 숨 쉴 권리 보장을 위한 중증 호흡기질환 치료 환경 개선 방안' 정책 제안서를 전달했다고 지난 17일 밝혔다.

이번 제안서는 고령층 건강증진 및 사회경제적 비용 절감을 위해 작성된 것이다. 학회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나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초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높은 나라로, 만성폐쇄성폐질환(COPD)과 천식 등 중증 호흡기질환 유병률이 높은 고령층의 '호흡권' 보장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특히 COPD는 전 세계 사망률 3위의 중증 호흡기질환으로, 세계보건기구(WHO)가 전 세계적으로 관리해야 할 비전염성 5대 질환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만 65세 이상 COPD 유병률은 25.6%로, 인구 고령화 등에 따라 COPD 환자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학회가 추산한 COPD로 인한 의료비, 간병비 등 사회경제적 부담은 1조4000억원가량이다.

따라서 학회는 중증 호흡기질환의 치료 환경 전면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으며, '조기 진단 체계적 관리 고위험군 적시 치료 사망위험 예방'을 모두 아우르는 4대 정책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4대 방안은 △국가건강검진 '폐기능 검사' 도입 △천식COPD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 조속 시행 △COPD 신약의 신속한 건강보험 적용 △고용량 인플루엔자 백신의 국가필수예방접종(NIP) 도입이다.

먼저, COPD의 발견과 조기 진단을 위해 국가건강검진에 '폐기능 검사'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COPD는 폐 기능이 50% 이상 손실되기 전까지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한 번 손상된 폐는 다시 회복되지 않아 조기 발견과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COPD는 질환 인지율이 2.3%로, 유병률이 비슷한 고혈압(71.2%), 당뇨병(66.6%)에 비해 매우 낮다. 따라서 국가건강검진 시 COPD 고위험군(10년 이상 흡연한 50세와 60세 등)을 대상으로 폐기능 검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학회에 따르면 이는 연간 약 23억원의 재정이 소요되지만, 폐기능검사를 통해 COPD를 조기 발견하고 적시 치료한다면 막대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만큼 오히려 비용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천식COPD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을 조속히 시행해 호흡기질환 조기 진단 및 지속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학회는 천식 및 COPD 환자들에게 주로 사용되는 흡입제(흡입스테로이드, 흡입기관지확장제)의 일차의료기관 처방률이 낮을 뿐만 아니라, 천식 환자의 70~80%가 흡입기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흡입기는 환자가 사용법을 잘 숙지하지 못하면 증상 조절이 잘 되지 않고 급성 악화 및 부작용 위험이 늘어, 올바른 사용법 교육이 중요하다. 반면 학회가 전문의 및 환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흡입제 교육상담을 단 1회만 실시해도 복약 순응도가 개선됐다. 학회는 그러므로 일차의료기관 기반의 효과적인 관리 체계를 구축해 환자의 유지 치료율을 높이고 환자의 증상 조절, 삶의 질 개선, 사회경제적 비용 경감 등을 꾀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중증 호흡기질환의 적시 치료와 관련해서는, COPD 생물학적제제 신약의 신속한 건강보험 급여화를 제언했다. COPD는 급성악화 증상이 발생할 경우 폐 기능이 2배 손상되며 사망률이 증가한다. 또 중증도가 높거나 악화 빈도가 많을수록 이에 따른 외래 및 입원 치료비, 간병비 등의 비용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고위험군 환자는 사용가능한 치료제로 최대 표준 요법인 3제 복합요법이 적용되지만 약 50% 환자는 급성 악화가 조절되지 않는다. 따라서 학회는 고위험군 COPD 환자들이 건강보험의 울타리 안에서 신약 치료를 받게 함으로써, 급성 악화로 인한 입원 및 사망을 예방하고 의료비 등 사회경제적 부담을 절감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마지막 정책 개선방안으로는 국가필수예방접종 대상 내 고용량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포함이 꼽혔다. 학회는 65세 이상 고령자가 면역력이 떨어져 인플루엔자에 감염될 경우, 합병증과 사망 위험이 높아지므로 환자들에게 인플루엔자 예방 접종을 권고하는 것을 천식 및 COPD 진료지침으로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고용량 인플루엔자 백신은 표준 용량의 백신에 비해 항원을 4배 포함하고 있어 고령자의 입원 및 사망 위험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현재 미국, 캐나다, 유럽 주요국 등 18개국은 이미 고용량 인플루엔자 백신을 사용 중이며, 14개국은 국가예방접종으로 도입한 바 있다.

이은주 학회 대변인이사(고려대 안암병원 호흡기내과)는 "지난해 12월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에 진입함에 따라 노인 환자 비중이 큰 COPD, 천식 환자가 급증할 수밖에 없다"며 "진단부터 치료, 관리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중증 호흡기질환 치료 환경을 개선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유 이사장(건국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은 "COPD와 천식은 조기 진단과 지속적인 관리, 적시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고령층의 일상과 생존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이로 인한 사회경제적 부담도 가중될 것"이라며 "새 정부가 그동안 간과돼 온 어르신들의 '숨 쉴 권리', 즉 호흡권을 적극 보장해 고령층 건강 증진과 사회경제적 비용 절감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