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더 이상 마약 청정국이 아닙니다. 홍대에만 가도 7000원이면 마약을 구할 수 있어요."

송파구의사회는 지난 18일 오후 7시 올림픽파크텔 서울홀에서 '우리 곁을 파고드는 마약, 현황과 대책'이라는 주제로 송파미래발전포럼 제3차 심포지움을 개최했다.

이번 심포지움은 우리나라의 심각한 마약 범죄의 실태를 공유하며 경각심을 고취하고. 이에 대응 및 예방하기 위한 정책들이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행사에는 임현선 송파구의사회장(서울시의사회 부회장)과 조성래 강동구의사회장, 임민식 동대문구의사회장을 비롯해 전성훈 대한의사협회(의협) 법제이사, 이재만 의협 정책이사, 김형주·노복균 서울시의사회 법제이사. 한성존 서울시의사회 정책이사. 이중선 송파구정신건강복지센터장 등 의료계 인사들이 자리했다.

또한 배현진 국회의원(국민의힘, 송파을), 남인순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송파병,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주영 국회의원(개혁신당, 송파구 공직회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송기호 더불어민주당 송파을 당협위원장, 김근식 국민의힘 송파병 당협위원장 등 정계 인사들과 송파구시의원 및 구의원, 각계 전문가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이날 임현선 송파구의사회장(서울특별시의사회 부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참 어렵고 어두운 주제다. 남의 일, 멀리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최근 마약 투여와 향정신성 의약품의 남용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며 "비대면 수단으로 은밀하게 이뤄지는 불법 판매 등으로 매우 쉽게 접할 수 있고, 경험하는 연령층도 점차 낮아지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의사들은 의료기관 안에서 통제 가능한 처방을 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지역 사회에서 발생하고 있는 불법적인 유통과 투약 실태 같은 문제들을 명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오늘 포럼을 통해 마약제제의 현황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의논해 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서정석 한국중독정신의학회 이사장(중앙대 광명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마약제제, 어떻게 우리의 삶을 파괴할까?'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서 이사장은 "우리나라는 마약 청정국이 아니다. 암수율(잠재적인 범죄 배수)이 10만명당 30이 넘어가면 더 이상 청정국이 아닌데, 요즘은 50일 곱하라고 한다"며 "현재 마약사범은 2만명을 넘어 3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곱하기 40 정도를 한다고 하면 웬만한 소도시 인구가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마약사범의 경우 40~50대 중년이 훨씬 줄고, 20대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며 "학력, 수입, 나이와 상관없이 모든 계층에서 누구나 쉽게 마약을 접할 수 있다. 홍대 앞에서 7천원이면 불량한 마약을 구할 수 있다. 지금은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심각성을 전했다.

또 그는 마약 중독자를 '범죄자'로 볼 것인지, '환자'로 볼 것인지가 가장 큰 주제가 될 것이라고 봤다.

서 이사장은 먼저 중독에 대해 "중독 기준을 보면 횟수나 양은 나오지 않는다. 결국 갈망하고, 내성이 생기고, 그로 인해 통제력이 없어지는 것이 키워드"라고 했다.

치료에 대해서도 "마약 중독 환자의 경우 일반환자와 차원이 다르다. 갈망이 시도 때도 없이 올라오기 때문에 손이 많이 가고 신경을 써야 하는 데 그에 대한 보상은 적다"며 "마약 환자가 입원하거나 외래를 통해 치료할 수 있는 병원도 사실 그렇게 많지 않다. 치료율도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의학적 향정신성 약물이 마약으로 혼동에 대해서도 언급됐다. 서 이사장은 "마약류와 의료용 약물의 구별도 필요하다"며 "정책에서도 두 가지를 분리해 봐야 하는데, 환자와 범법자를 같은 주머니에 넣고 보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두 번째 발제는 '우리 곁을 파고드는 마약, 현행과 대책'을 주제로 김도형 서울동부지방검찰청 부부장검사(형사 3부)가 진행했다.

김 검사는 "지금은 마약을 쉽게 구할 수 있다는 것이 상당한 문제가 되고 있다"며 "텔레그램, 비트코인 등을 활용한 일명 '던지기'를 통해 점조직으로 은밀하게 거래가 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마약류에 대해 "중추신경계(뇌, 척수)에 영향을 미쳐 중추신경을 흥분시키거나 억제하는 물질 중 의존성, 내성, 금단증상이 있는 것으로서, 법규에 따라 규제 대상으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는 물질"이라고 설명하며, 범죄 원인으로는 △유혹 △우연 △강압 △중독 △호기심 △영리 △치료 △기타 등을 제시했다.

그는 특히 '영리'의 영역에서 "중독 환자의 경우 마약 구매에 필요한 수익 창출을 위해 유통에 가담하는 경우가 생긴다"며 "운반, 판매, 알선책 등 유통 사범은 초범이어도 선처하는 경우가 많이 없다. 상당히 강한 처벌을 받게 된다"고 경고했다.

또 김 검사는 "법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마약은 향정 가목, 나목, 다목이 있다. 가목은 상당히 위험한 약물들이고 나목, 다목 순으로 조금 약한 것들"이라고 설명하며, "가목, 나목의 경우 위험하기 때문에 초범이라도 대부분 선처 없이 기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목은 중독성과 위해성이 다소 약해 교육 조건부 또는 치료 조건부 기소 유예를 많이 하고 있다"고 했다.

가목에는 △LSD △합성대마 등. 나목에는 △메스암페타민(필로폰, 히로뽕) △엑스터시 △케타민 등. 다목에는 △바르비탈 △펜자조신 등이 포함된다.

끝으로 김 검사는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마약사범을 감옥에 오래 가두는 것은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결국 본인이 끊지 못하기 때문에 재범의 가능성이 높고, 그 경우 실형이 나온다. 구속률도 상당히 높다"며 "치료가 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단기간의 강력한 충격을 통해 끊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패널토의에서는 마약류 관리를 위해 '마약청(가칭)'을 신설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도 나왔다. 이와 관련해 이주영 의원은 관할(법무부 또는 보건복지부 식약처 산하) 등에 대한 의견을 질의했다.

이에 대해 서정석 이사장은 "결국 치료적 개념과 처벌의 개념 중 어느 쪽에 무게 중심을 둘 지의 문제일 것"일 것이라며 "의사의 입장에서 치료가 더 좋다고는 하지만, 사실 현실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근거 중심으로 정책을 몇 가지 준비하고 있고, 대선 전에 각 당에 제안을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행사에 참석한 국회의원들도 축사를 통해 심각한 마약 문제에 대한 각오를 전했다.

먼저 배현진 의원은 "이번 심포지움 주제에 굉장히 관심을 갖고 있다. 2022년 국감 때부터 예산결산위원회에서 많이 질의했던 부분"이라며 "우리 아이들, 청소년들이 가장 건강하고 안전하게 자라는 문제인 만큼 끝까지 열심히 듣고 공부해 보겠다"고 말했다.

남인순 의원 역시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으로서 항상 다루는 주제"라며 "정치를 떠나 대한민국을 위해 반드시 제대로 해내야 하는 부분이다. 오늘 발표에도 구체적인 내용이 있어 의정활동에 참고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주영 의원은 "돈은 정말 많이 들고 정부는 곤란해 하는 영역"이라면서도 "하지만 선제적, 공격적으로 대응하고 준비하는 것이 우리 사회가 망가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아닌가 생각한다. 마약에 대해 진심을 다해 열심히 일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