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국내에 단 하나 남았던 에토미데이트 성분 제제가 시장에서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해당 성분 제제의 마약류 지정을 추진하면서 제품을 판매하던 회사와 공급사 사이의 거래 계약이 끝나게 됐기 때문이다.

비브라운코리아는 21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에토미데이트리푸로주’에 대한 공급중단 보고서를 제출했다. ‘에토미데이트리푸로주’는 추후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될 예정으로, 이에 따라 국내 판매사인 한올바이오파마와 판매계약을 올해 안에 종료하게 됐다는 것이다.

회사는 “추후 재계약 혹은 신규 계약의 진행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로, 향후 수입 공급 재개 또한 미정”이라며 “동일 성분의 다른 제품이 없지만, 유사한 효능·효과를 가진 프로포폴, 케타민, 미다졸람 등의 의약품이 국내에 유통 중”이라고 설명했다.

비브라운코리아는 올해 10월 말까지만 ‘에토미데이트리푸로주’를 공급하고 11월부터는 제품 공급을 중단할 계획이다.

에토미데이트는 내시경이나 수술 시 사용했을 때 프로포폴과 유사한 효과를 내는 전신마취제 성분의 일종이다. 국내에서 허가를 보유한 제품은 비브라운코리아의 ‘에토미데이트리푸로주’가 유일하다. 독일 비브라운으로부터 수입하는 제품으로 판매는 한올바이오파마가 맡고 있다.

한올바이오파마도 에토미데이트 제제의 판촉영업업체(CSO)의 영업을 중단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자사와 관계된 각 회사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에토미데이트는 뛰어난 효능에도 불구하고 여러 해 동안 국회를 비롯해 약업계 안팎에서 오남용 논란이 이어졌다. 프로포폴과 효능이 유사한데도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되지 않아 오남용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매년 국정감사를 통해 제기됐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일부 의료기관에서 에토미데이트를 불법으로 투약하거나 오남용하는 사례가 적발되자 식약처는 이 성분을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신규 지정하는 내용을 담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에토미데이트를 국내에서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마약류로 지정하고 적극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것인데, 식약처의 이러한 설명에도 의료계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제 기준과 동떨어진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다.

직선제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 김재유 회장은 지난 13일 열린 춘계학술대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에토미데이트는 오남용 문제가 없고, 마약류와 멀다고 볼 수 있어 산부인과에서 선호하는 약물”이라며 “에토미데이트를 사용해 사고가 나지 않았지만, 많이 사용한다는 이유로 마약류로 지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실질적인 오남용 위험은 낮은데 행정 부담만 늘어나면 의료현장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현실적인 이득 없이 의료 자율성만 침해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료계는 에토미데이트보다 이미 오남용 사례가 많은 프로포폴 등 기존 마약류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남용 의심 병·의원을 선별해 약제 사용 적정성 평가를 강화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방안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에토미데이트를 마약류로 지정해선 안 된다는 의견을 모아 대한의사협회를 통해 식약처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식약처도 에토미데이트의 낮은 유해성은 인정하고 있다. 다만, 엄격한 마약류 관리의 풍선효과로 에토미데이트의 오남용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예정대로 마약류 지정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