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일간보사=김정일 기자]글로벌 의약품 공급망의 안정적인 관리를 위해 '제약바이오 공급안정화법(가칭)'의 제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정순규 제약바이오산업팀장은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정보통신기획평가원의 '과학기술&ICT 정책·기술 동향'에 발표한 '주요국 의약품 공급망 대응 정책과 시사점'에서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정순규 팀장은 한국은 지리적으로 중국과 일본 등 글로벌 공급망의 주요 국가들과 가깝고, 수준 높은 R&D 및 제조 역량을 보유하고 있어 국제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도 중국과 인도에 대한 API 수입 의존도가 높고, 핵심의약품의 자급률이 낮으며, 자국에서 개발한 신약이 많지 않다는 점 등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가 차원에서 안정적 공급이 필요한 의약품을 전략적으로 지정하고, 이에 대한 생산 및 비축을 지원하며, API 제조업체에 세제 혜택 및 R&D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짚었다.

또한 한국은 경제외교적으로 미국유럽일본 등 주요 제약시장과 우호적인 관계에 있으므로, 이를 활용해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위상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제약사와의 개방혁신을 강화해 공동 R&D 및 기술 이전 협력을 늘리고, 국제기구 및 다자 협정에 적극 참여해 글로벌 네트워크에서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 팀장은 주요국은 유사시에 의약품 공급 불안정 문제 해결을 위해 단계적인 대응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나, 한국은 의약품 공급망 안정화 체계 마련이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며 질병관리청과 식약처에서 신종 유행병에 대한 R&D 지원이나 국내 제조사에 국가필수의약품을 위탁 제조하는 등의 사업은 운영했으나, 전체적인 공급망 안정을 목표로 하는 물자 확보제조 시설 확충원료 자국화 등에 대한 자국 기업 지원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약품 공급 안정화를 위한 종합적인 체계 마련 및 관련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며, "5년 이상의 장기적 지원 정책을 추진한다면 2030년까지 특정 의약품에 대한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의약품 공급망의 안정적 관리를 통해 국민이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도록 대내외 의약품 공급망 조사(리스크 대비)부터 시설투자(제조 역량 확보), 생산 및 비축(위기 관리)을 아우르는 종합관리체계 구축이 필수적"이라며 "이를 위해 기존의 제약산업 육성법과는 별개로 공급망 안정과 지속가능성 향상을 핵심으로 하는 '제약바이오 공급안정화법(가칭)'의 제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 팀장은 글로벌 공급망은 기존 미중 갈등뿐 아니라 중동 사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기후 변화로 인한 기상재난 등으로 급격히 변화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양질의 정확한 정보를 얼마나 빨리 수집하고 활용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국내외 의약품 공급망에 대한 폭넓은 분석과 모니터링이 필요하며, 이 정보들을 통합적으로 활용하고 지원할 수 있는 '의약품 공급망 지도(가칭)' 사업을 통해 인프라를 구축하여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왔다.

정순규 팀장은 "한국은 ICT 역량이 강하므로, 빅데이터AI블록체인 등의 기술을 의약품 공급망에 접목하기 좋은 여건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활용해 공급망의 취약성을 분석하고 위기 대응력을 높이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며 "의약품 공급망 지도와 같은 전체적인 공급 현황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하고, AI를 활용한 리스크 사전 예측 등의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