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창용] 당뇨병성 망막질환 치료제(눈 영양제) 빌베리건조엑스제제가 대법원 판결로 최종 비급여로 확정되면서 사실상 시장 퇴출 수순을 밟게 됐다.

대법원은 지난 17일 국제약품, 영일제약, 한국휴텍스제약 등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약제급여 목록 및 급여 상한금액표 일부개정 고시취소 소송’에서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을 내렸다. 심리불속행 기각이란 상고기록을 받은 후 4개월 이전에 2심 판결에 위법 등 사유가 없다고 판단할 경우 본안 심리를 진행하지 않고 상고를 기각하는 절차다.

이에따라 2021년 급여적정성 재평가로 퇴출될 줄 알았던 눈 영양제 빌베리는 4년여의 소송끝에 2025년 5월 1일부터 최종적으로 급여목록이 삭제된다.

앞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020년 콜린알포세레이트 재평가에 이어 2021년 해외에서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되지만, 한국에서는 보험급여 대상인 의약품들에 대한 재평가를 실시했다. 당시 임상적 유용성이 불분명한 많은 약제가 퇴출될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이모튼을 포함한 일부 약제는 살아남았고, 빌베리와 같은 약제는 소송을 통해 퇴출 시기가 지연됐다.

빌베리 소송은 1심에서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1심 재판부는 “심평원이 빌베리의 임상적 유용성을 불인정하더라도 비용 대비 효과성, 사회적 요구도를 추가로 검토하지 않은 절차가 위법하다”며 제약사 손을 들어주었다. 그러나 2심과 3심은 정부측이 승소하면서 장시간의 법정 다툼은 결국 막을 내렸다.

참고로 빌베리 소송 과정에서 국내 눈영양제 처방시장은 도베실산으로 대체되었다. 2023년 도베실산의 원외처방 매출액은 360억원에 달했다. 소송으로 급여퇴출이 지연되는 동안 처방시장이 빌베리에서 도베실산으로 완전히 전환된 것이다.

이와관련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관계자는 “효과 없는 약제를 두고 비용 효과성, 사회적 요구도는 왜 안 따졌냐는 1심의 억지 판결은 약제급여 적정성 재평가 제도 자체를 퇴보시키는 결과를 낳았고, 제약사들이 소송으로 급여 삭제, 약가인하를 지연시켜 얻은 부당이득을 환수하려는 '환수환급법'을 반대하는 근거로도 악용되었다”며 “한 재판부의 무모한 판단이 건강보험정책에 얼마나 큰 혼란을 가져올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사례”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