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김미경 기자] 대리 수술 및 유령 수술 혐의를 받는 연세사랑병원의 재판에서 직접 대리 수술에 참여했던 의료기 회사 직원이 핵심 증인으로 나섰다.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병원장과 관련자 10명에 대한 5차 공판이 2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됐다.

이날 재판에서는 연세사랑병원에서 대리 수술에 참여했던 전 의료기 회사 직원 A씨가 증인으로 출석해 4차 공판에 이어 당시 상황을 상세히 증언하고, 연세사랑병원 변호인의 반대 신문이 진행됐다.

증인은 2016년 6월경 의료기회사(前 TJC라이프)에 입사했다가 같은 해 9월 퇴사, 이후 2019년 6월경 재입사해 2020년 9월 무렵 퇴사할 때까지 근무했다고 밝혔다.

그는 의료기기 공급 업무 담당으로 입사했지만, 실제로는 연세사랑병원 수술실에 출근해 고용곤 병원장의 지시에 따라 인공관절 수술 등 의료행위에 관여했다고 증언했다.

A씨의 증언에 따르면, 그는 인공관절 조립, 의료용 핀 망치 시술, 인공관절 삽입 시 망치질, 환부 개방을 위한 리트랙터 사용, 수술 중 출혈 닦기 등 의료인이 수행해야 할 수술 보조행위를 지시받아 시행했다.

앞서 A씨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서도 불법 의료행위에 가담했던 구체적인 내용을 제보한 바 있다. 뼈에 못을 박는 행위를 직접 수행했으며, 이는 병원 시스템 내에서 관행처럼 이뤄졌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번 5차 공판에서도 A씨는 “수술에는 영업사원 2명이 참여해 각각 퍼스트와 세컨드 어시스트 역할을 하고, 퍼스트를 맡은 직원은 주로 드릴링, 망치질, 인공관절 부품 조립 등을 맡았으며, 세컨트 어시스트는 리트랙터를 잡고 있거나 환자의 다리를 고정해주는 역할 등을 수행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대퇴골 절삭 시 커팅 가이드 설치를 위해서는 환자 뼈에 못을 박아야 하는데, 의사가 직접 하려면 자리를 옮기는 등 번거로워, 영업사원에게 드릴을 넘겼다”고 했다.

또한 “수술 후 뼈에 박힌 못을 제거하는 행위 역시 영업사원이 담당했으며, 이는 명백한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강조하고 “절삭 가이드를 다 사용하고 나면 빼야 하는데, 이때 힘이 많이 들어가서 영업사원에게 시켰다”고 밝혔다.

수술 부위 소독 역시 의료인이 아닌 영업사원이 수행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아울러 증거로 제출된 지상파 방송영상 속 수술 장면에 등장하는 수술 보조 인원은 사실 의료인이 아닌 영업사원이라는 것도 이번 공판에서 A씨의 증언을 통해 재확인됐다.

연세사랑병원은 현재 ‘공장식 수술방’ 시스템을 운영하며 대리 수술과 유령 수술을 자행했다는 의혹을 받는 상황이다.

증인을 포함한 제보자의 증언에 따르면, 의료기기 영업사원들은 수술실에 상주하며 의료인의 역할을 대신했고, 집도의 한 명이 4~5개의 수술방을 동시에 운영하며 다른 의사, 간호사, 영업사원에게 수술을 맡기는 행태가 벌어졌다.

심지어 고 병원장은 여러 수술방을 동시에 운영하며 소위 ‘섀도우 닥터’라고 부르는 다른 의사, 간호사, 영업사원에게 수술을 지시하고, 자신은 외래 진료나 방송 출연 등 외부 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언에 따르면, 고 병원장은 본인이 집도해야 할 수술실에도 거의 들어오지 않았으나, 수술실에 있어야 할 고 병원장이 외래에 있는 모습을 수술 환자의 보호자가 보고 강하게 항의했다고 한다.

고 병원장은 그 이후에서야 수술에 들어오기 시작했으나, 그마저도 방송 출연 등의 이유로 뜸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같은 시각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국민연대 등 시민단체는 대리·유령 수술을 규탄하고 법원의 엄중한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들은 대리 수술 처벌이 미미해 근절되지 않고 있으며, 의료법 대신 보건범죄단속에관한특별조치법을 적용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