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창용] 2024년 기준 매출액 상위 10대 제약사 가운데 타법인 출자금액이 가장 컸던 기업은 보령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 동안의 합계 출자금액은 유한양행이 가장 많았다.

헬스코리아뉴스가 각사의 사업보고서를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보령은 지난해 12월 미국 휴스턴에 있는 달 인프라 선도 기업 ‘인튜이티브 머신스(Intuitive Machines)’에 약 1000만 달러(140억 원)의 전략 투자를 단행했다. 우주 인프라 구축 기업과 제약 회사 사이에 이뤄진 투자가 생소하게 들릴 수 있지만 우주 의학 연구를 위한 투자다.

보령은 앞서 지난해 10월 이탈리아에서 열린 ‘국제우주회의(IAC, International Astronautical Congress)’에서 인튜이티브 머신스가 제작 중인 달 착륙선과 달 탐사 차량(LTV·Lunar Terrain Vehicle)을 활용해 우주의학 실험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을 함께 개발하는 사업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에 투입한 140억 원은 전략적 협업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다.

보령은 2020년 5개 기업과 200억 원, 2021년 1개 기업과 37억 원, 2022년 8개 기업과 180억 원, 2023년 3개 기업과 18억 원, 2024년 1개 기업과 140억 등 최근 5년간 동안 출자총액은 575억 규모였다.

두번째로 많은 금액을 출자한 곳은 유한양행이었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11월 국내 신약 연구개발 바이오텍 사이러스테라퓨틱스(Cyrus Therapeutics) 지분 12만 2164주를 70억 원에 사들였다. 이는 사이러스테라퓨틱스와 카나프테라퓨틱스(KANAPH Therapeutics)가 공동개발한 SOS1 단백질 화합물 상업화에 대한 투자였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4월 ‘유안타케이바이오백신블로버스터 사모펀드’에도 2억 원을 투자했다.

유한양행이 최근 5년(2020년~2024년)간 타법인에 출자한 금액은 총 1552억 원으로 10대 제약사 중 가장 많았다. 이는 유한양행이 오픈 이노베이션을 가장 왕성하게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연도별로 보면 2020년 9개 법인에 510억 원, 2021년 9개 법인에 280억 원, 2022년 10개 법인에 250억 원, 2023년 5개 법인에 440억 원, 2024년 2개 법인에 72억 원 등이다.

HK이노엔은 지난해 3개 법인에 총 31억 원을 출자했다. 프로티움사이언스와 CDAO(위탁개발 및 분석) 및 CDMO(위탁개발 및 생산) 기술을 기반으로 한 사업협력에 20억 원을 투자했고, 피노바이오에도 10억 원을 투자했다. 피노바이오는 항체-약물 접합체(ADC) 전문 바이오텍이다. 나머지 한 곳은 ‘유안타 케이바이오백신블록버스터 사모펀드’로, 1억 2100만 원을 투자했다.

HK이노엔의 지난 5년 출자 현황을 살펴보면 2020년 1개 법인에 10억 원, 2021년 1개 법인에 10억 원, 2022년 4개 법인에 42억 원, 2023년 1개 법인에 8억 원을 출자했다. 2024년 출자한 금액 31억 원은 지난 5년 대비 높은 편이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10월 미국 실리콘밸리의 바이오 기업 메딕 라이프사이언스(MEDiC Life Sciences)에 26억 원을 투자했다. 한미약품은 같은해 7월 메딕 라이프사이언스와 신규 항암제 효능 예측 바이오마커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바 있다.

한미약품의 지난해 타법인 출자 건수는 1건으로 지난 5년 평균 출자 건수인 1.3건(2021년 2건, 2022년 1건, 2023년 1건)과 비슷하지만 출자액은 연도별로 다소 차이가 있었다. 최근 5년간 출자액은 2020년 0원, 2021년 2개 법인 76억 원, 2022년 1개 법인 19억 원, 2023년 1개 법인 200억 원, 2024년 1개 법인 26억 등이다. 총 출자액은 총 321억 원이다.

종근당은 지난해 종근당 미국법인인 CKD USA를 설립하며 8300만 원을 출자했다. 종근당 역시 ‘유안타 케이바이오백신블로버스터 사모펀드’에 1억 2100만 원을 투자하며 지난해 총 2억 원을 출자했다. 연도별로 보면 2020년 1개 법인에 36억 원, 2021년 1개 법인에 40억 원, 2022년 2개 법인에 40억 원, 2023년 1개 법인에 39억 원, 2024년 2개 법인 2억 400만 원 등이다. 이렇게 해서 최근 5년간 출자금은 총 157억 원이었다.

GC녹십자는 지난해 ‘유안타 케이바이오백신블로버스터 사모펀드’ 한 곳에 1억 2100만 원을 투자했다. 이 회사는 2020년 2개 법인 72억 원, 2021년 2개 법인 68억 원, 2022년 2개 법인 70억 원, 2023년 1개 법인 20억 원 등 최근 5년 동안 총 231억 2100만 원을 출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외제약과 제일약품은 지난해 출자한 타법인이 없었다. 최근 5년 사이 두 기업의 출자 현황을 보면 제일약품은 2021년 에스앤피혁신기술1호조합 한 곳에 30억 원을 투자했고 중외제약은 5년간 진행한 타법인 출자가 없었다.

지난 5년 동안 타법인 출자 건수가 적거나 없는 기업의 경우, 보유한 자금을 내부 연구개발(R&D), 또는 설비에 집중 투자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재무 리스크를 최대한 적게 하려는 경영 기조로도 해석할 수 있는데, 특히 바이오벤처기업에 하는 투자는 실패할 위험도가 높은 만큼 보수적 투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대웅제약의 경우 2020년 6개 법인에 94억 원을 출자했다. 이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7개 법인에 출자했지만 해당 3개 년도에 대한 출자 금액은 밝히진 않았다. 회사 측은 2024년에도 2개 법인에 출자했지만 출자 금액을 밝히지 않아 이번 분석에서는 제외했다.

동국제약 역시 최근 23개 법인에 출자했지만 출자 금액을 밝히지 않아 분석 대상에서 제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