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전신 중증근무력증(gMG)이라는 희귀한 근육 질환 치료 신약이 잇따라 국내 허가를 취득, 환자 치료의 선택지가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식약처는 24일 벨기에 제약사 UCB의 ‘리스티고’(Rystiggo, 성분명: 로자놀릭시주맙·rozanolixizumab)를 시판 허가했다. 국내 허가는 UCB의 한국법인인 한국유씨비제약이 받았다. 적응증은 항아세틸콜린 수용체 또는 항근육 특이 티로신 키나제 항체 양성인 성인 환자의 전신 중증근무력증(gMG) 치료를 위한 표준 요법에 부가 요법이다.

앞서 식약처는 올해 1월 한독의 ‘비브가트’(Vyvgart, 성분명: 에프가르티지모드 알파·efgartigimod alfa)를 gMG 치료제로 국내 최초 허가한 바 있다. 올해에만 gMG 치료제가 두 차례 허가된 셈이다.

대상 질환인 gMG은 신경근육접합부의 신경 전달 장애에 의해 발생하며 변동성 근력약화 및 근육의 피로감을 주된 증상으로 하는 일종의 자가면역 질환이다. 유병률은 인구 10만 명당 14.5명 정도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증상은 근육이 쉽게 피로해지며 점차 기능이 저하되는 것이다. 초기에는 눈꺼풀 처짐 등 눈 근육 증상으로 시작하지만, 환자의 약 85%는 2년 이내에 팔, 다리, 안면, 호흡근 등 전신 근육으로 증상이 확산된다.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는데, 신경과 근육이 만나는 부위인 신경근육 접합부에서 면역 체계에서 생성된 항체가 근육 표면의 신경전달 물질인 아세틸콜린 수용체에 작용, 신경 자극이 근육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과거에는 치료가 어려워 질환이 진행되면서 호흡근 마비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다. 다행히 현대에는 항콜린에스터레이스 억제제, 면역억제제, 스테로이드 등 효과적인 약물들이 개발되어 사망률이 크게 감소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해당 제제들은 장기 복용 시 부작용의 위험이 동반되어 새로운 치료 옵션에 대한 수요가 높은 상황이었다. 이러한 가운데 등장한 약물이 바로 ‘비브가트’와 ‘리스티고’다.

두 약물은 모두 FcRn(신생아 Fc 수용체) 항체로, 타깃인 FcRn은 면역글로불린G(IgG: 병원체 제거 단백질) 항체와 결합하여 혈액 내에서 IgG의 반감기 연장을 촉진하는 단백질이다. 이 단백질은 면역 반응을 조절하며, 태반을 통과해 모체에서 태아로 IgG 항체를 전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FcRn 항체는 FcRn에 선택적으로 결합하여 활성을 저해하는 약물이다. 이를 통해 IgG의 반감기를 단축시켜 과도한 IgG 활성으로 인한 자가면역 질환을 치료하는 기전이다.

gMG은 IgG의 과발현이 주요 특징인터라, FcRn 항체는 gMG의 안성맞춤 치료제로 여겨졌다. 이러한 전망을 토대로 도출된 품목이 ‘비브가트’와 ‘리스티고’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2021년 12월 ‘비브가트’를 가장 먼저 gMR 치료제로 가속 승인(조건부 허가)했으며, 2023년 6월에는 ‘리스티고’를 허가한 바 있다.

두 제품은 출시 이후 뛰어난 유효성을 바탕으로 gMG의 표준 치료제로 자리매김했다. 2023년 기준 ‘비브가트’는 전년(11억 9100만 달러) 대비 83% 증가한 21억 8600만 달러(한화 약 3조 1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리스티고’는 전년(1900만 유로) 대비 무려 963% 급증한 2억 200만 유로(한화 약 3200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참고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중증 근무력증 진료 환자 수는 9910명으로, 10년 전보다 5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비브가트’와 ‘리스티고’의 국내 도입은 그간 적절한 옵션이 없었던 국내 gMG 환자들의 미충족 의료 수요를 해소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비브가트’는 네덜란드 제약사 아르젠엑스(Argenx)가 보유한 제품으로, 국내 판권은 희귀 의약품 수입 전문기업 한독이 갖고 있다. 한독은 2023년 8월 아르젠엑스와 ‘비브가트’의 국내 독점 판매권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