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유전성 희귀질환인 뒤센근이영양증(DMD) 치료제가 머지않아 국내에도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마땅한 치료제가 없어 임시처방에 의존하고 있는 환자들에게는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다.

DMD은 X 염색체의 p21 유전자 변이로 인해 디스트로핀 유전자의 엑손(exon)이 제거되거나 일부 사라지면서 디스트로핀 단백질이 합성되지 않는 질환이다. 이 때문에 근육 발달이 저하되며 근육 세포의 괴사가 발생한다.

이 질환은 특이하게 남성에게만 발병한다. 증세는 2~6세 사이에 나타나는데, 질병이 진행됨에 따라 근육 세포가 빠르게 감소하여 심장근, 호흡근의 기능 저하가 발생하고 20세 이전에 사망한다.

하지만 아직 국내에는 마땅한 DMD 치료법이 없다. 국내 DMD 환자는 2000여 명으로 추정되는데, 이들은 의료인의 재량에 따라 스테로이드 제제나 근육 세포를 이식하는 방법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

이 가운데 스테로이드 제제는 ‘양날의 칼’로 불린다. 잘 쓰면 ‘만병 통치약’이지만, 잘못 쓰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이는 DMD 치료시에도 마찬가지다. 스테로이드를 DMD 환자들에게 사용할 경우 메스꺼움, 부종, 체중 증가, 여드름, 체모 증가 등 각종 부작용을 유발, 그 한계가 분명하다.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새로운 신약 개발에 나선 배경이다. 제약바이오업계는 2016년을 기점으로 비스테로이드성 혹은 기존 스테로이드의 부작용을 줄인 DMD 신약을 내놓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는 미국 기업 사렙타 테라퓨틱스(Sarepta Therapeutics)가 있다.

사렙타 측이 개발한 DMD 치료 신약은 모두 4종. 증상 완화제인 ‘엑손디스 51’(Exondys 51, 성분명: 에테플러센·eteplirsen) ‘바이온디스 53’(Vyondys 53, 성분명: 골로디르센·golodirsen) ‘아몬디스 45’(Amondys 45, 성분명: 카시머센·casimersen), 그리고 유전자 치료제인 ‘엘레비디스’(Elevidys, 성분명: 델란디스트로겐 목세파보벡·delandistrogene moxeparvovec)다.

‘엑손디스 51’은 디스트로핀 유전자 중 엑손 51이라는 부분에 결합한 다음 세포가 단백질을 만드는 과정에서 해당 엑손을 건너뛰도록(엑손 스키핑 기술) 유도하는 신약이다. 이에 따라 비록 짧지만 어느 정도 기능을 하는 디스트로핀 단백질이 합성될 수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2016년 9월 ‘엑손디스 51’을 가속 승인(조건부 허가)했다. 전 세계에서 DMD 치료제가 허가를 받은 첫 사례다.

사렙타 측은 이후 ‘바이온디스 53’(Vyondys 53, 성분명: 골로디르센·golodirsen), ‘아몬디스 45’(Amondys 45, 성분명: 카시머센·casimersen) 등 유사한 엑손 스키핑 기전의 DMD 치료제를 잇따라 선보이며 개별 환자의 유전자 변이에 맞춘 맞춤형 치료 옵션을 선보였다.

‘바이온디스 53’은 엑손 53, ‘아몬디스 45’는 엑손 45를 건너뛰도록 설계한 약물이다. FDA는 각각 2019년 12월과 2021년 2월 두 약물을 DMD 치료제로 허가했다.

사렙타가 마지막으로 선보인 신약은 1회 투약으로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일명 ‘원샷 유전자 체료제’다. FDA는 2023년 6월, 사렙타스의 유전자 치료제 ‘엘레비디스’(Elevidys, 성분명: 델란디스트로겐 목세파보벡·delandistrogene moxeparvovec)를 전격 승인했다. DMD 유전자 치료제가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은 것도 이때가 세계 처음이다.

이들 4개 약물은 모두 가속 승인 상태로, 향후 임상 3상을 통해 유효성(치료 효과)을 입증해야 정식 승인으로 전환할 수 있다.

3상서 유효성 확증해야 국내 도입될 듯

이제 관심은 이들 치료제가 언제쯤 국내에 들어올 수 있느냐에 쏠린다.

현재 사렙타 측은 ‘SRP-4045’(‘바이온디스 53’) ‘SRP-4053’(‘아몬디스 45’) ‘SRP-9001’(‘엘레비디스’)라는 코드명으로 각 약물에 대한 국내 임상 3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사렙타가 가장 먼저 선보인 ‘엑손디스 51’은 양산부산대학교에서 조만간 개별 DMD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자 임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4개 약물 모두 국내 임상을 진행하는 셈이다.

(참고로 식약처는 7일 양산부산대학교측에서 신청한 ‘엑손디스 51’에 대한 개별 환자 사용승인을 허가했다. 이번 허가는 회사측이 추진하는 임상과는 별개로 진행하는 것으로, 위급한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목적이다.)

이 가운데 ‘SRP-4045’(‘바이온디스 53’)와 ‘SRP-4053’(‘아몬디스 45’)의 임상 3상은 올해 10월 종료될 예정이다. 임상이 종료된다는 것은 식약처에 해당 품목들의 허가 신청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관건은 유효성 입증 여부다. 현재 진행 중인 임상 3상에서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이들 약물의 국내 도입은 기대와 달리 쉽지 않을 수 있다.

실제로 이들 약물은 FDA 가속승인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가장 마지막에 승인을 받은 유전자 치료제 ‘엘레비디스’의 경우 조건부 허가에 대한 FDA 산하 자문위원회의에서 찬성 8표, 반대 6표로 겨우 통과되었다. 더욱이 이 약물은 2024년 10월 발표된 3상 결과, 1차 평가변수를 충족하지 못했다.

사렙타의 DMD 치료 신약은 유럽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사렙타 측은 ‘엑손디스 51’의 유럽 시장 진출을 시도했지만, 유럽 의약품청(EMA)은 2018년 9월 “약물 투약으로 합성된 짧은 형태의 디스트로핀 단백질이 실질적인 치료 효과를 나타내는 지에 대한 3상 데이터가 필요하다”며 허가를 반려한 바 있다.

현재 미국과 일본을 제외하고 사렙타의 DMD 치료 신약을 허가한 나라가 없는 것도 이런 이유와 무관하지 않다.

따라서 ‘엑손디스 51’를 비롯한 ‘바이온디스 53’ ‘아몬디스 45’ ‘엘레비디스’는 임상 3상 시험에서 유효성이 확증될 때 국내 도입의 문이 활짝 열릴 것으로 보인다.

물론 식약처가 환자 치료를 위한 시급성을 감안, 조건부 허가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무엇보다 현재 이들 신약을 능가하는 새로운 신약이 없다는 점은 식약처의 조건부 허가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다만, 식약처가 사렙타의 약물을 승인한다도 해도 유전자 치료제는 환자들에게 ‘그림의 떡’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치료 효과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비싸기 때문이다. ‘엘레비디스’의 1회 투약 비용은 미국 기준 300만~4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43억 원~약 57억 원에 달한다.

참고로 사렙타는 ‘엑손디스 51’에 대해 기존 대비 화학구조를 더욱 고도화한 후속 치료제 ‘SRP-5051’(성분명: 베슬에테플러센)의 3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지난 2023년 9월 식약처로부터 승인받았으나, 지금은 임상을 중단했다.

‘SRP-5051’을 투약 받은 일부 환자에게서 저마그네슘혈증 및 신장 기능 저하 등의 부작용 위험성이 보고됐기 때문이다. 회사측은 진행하던 임상 3상을 2024년 11월 중단했다.

이에 따라 ‘바이온디스 53’ ‘아몬디스 45’ ‘엘레비디스’가 국내 허가를 취득해도 엑손 51 결손 DMD 환자들은 ‘엑손디스 51’이 도입되기 전까지 치료목적 사용승인 등의 임시처방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