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일간보사=김정일 기자]최근 치매, 경도인지장애 치료를 위한 옵션이 다양화되고 있는 가운데 의료계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두 약물의 병용요법에 대한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이 연구에서는 은행잎추출물을 도네페질과 병용 시 알츠하이머 치매의 원인으로 알려진 베타아밀로이드 플라크가 형성되기 이전 올리고머 단계에서 이를 억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돼 주목된다.

순천향대병원 신경과 양영순 교수(대한치매학회 보험이사)는 아밀로이드 PET 양성 알츠하이머 환자를 대상으로 도네페질과 은행잎추출물을 병용 투약한 연구 논문 'Efficacy of Ginkgo biloba as an adjunct to donepezil in amyloid PET-positive Alzheimer's patients'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최근 발행된 국제 신경학 저널 '프론티어즈 인 뉴롤로지'에 게재됐다.

이번 병용요법 연구는 아밀로이드 PET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알츠하이머 환자 101명을 대상으로 도네페질 단독 복용군(60명)과 은행잎추출물을 병용군(41명)으로 나눠 12개월간 추적 관찰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이 연구에서 SK케미칼 '기넥신'이 사용됐다.

양영순 교수는 "혈액 기반 바이오 마커 MDS-Oaβ(Mutimer Detection System-Oligomeric Amyloid β) 검사 결과 도네페질 단독 투여군에서는 MDS-Oaβ 수치가 12개월간 큰 변화 없이 유지된 반면, 도네페질과 기넥신 병용 투약군에서는 MDS-Oaβ 수치가 0.87에서 0.72로 0.15점 정도 감소했다"고 말했다.

K-MMSE(한국판 간이정신상태검사) 결과에서도 병용 투약군의 인지 기능 향상이 확인됐다. 연구 결과에서 은행잎 추출물을 함께 복용한 환자의 경우 투약 전 21.2점에서 12개월 후 23.6점으로 2.4점 가량의 인지 기능 개선이 확인됐다. 도네페질 단독 복용군은 22.7점에서 12개월 후 22.5점으로 소폭 낮아진 결과 도출됐다.

양 교수는 "도네페질과 은행잎추출물을 복용한 군에서 K-MMSE 점수가 2점 정도 개선된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초기 치매이기 때문에 이같은 개선 효과가 있었다. 중기 이후의 치매에서는 이렇게 개선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CDR-SB(Clinical Dementia Rating - Sum of Boxes)에서도 병용군 투약환자의 개선이 확인됐다. 이 지표는 식사, 의사소통과 같은 일상생활기능 정도를 평가해 전반적인 치매 심각도를 평가하는 척도다.

양 교수는 "도네페질 단독군은 CDR-SB 점수가 12개월 후 0.1점 증가하며 나빠졌지만 은행잎추출물 병용 투약군의 경우 투약 전 CDR-SB 점수가 3.4에서 12개월 후 2.6으로 0.8점 감소하며 일상생활 기능이 개선되는 경향을 보였다"며 "수치는 적어 보여도 통계적으로 의미있게 개선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부작용적인 측면에서는 도네피질의 거의 유일한 부작용이 어지럼증인데, 은행잎추출물을 같이 복용한 경우 어지럼증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양영순 교수는 "이번 연구는 도네페질 단독 투여 대비 은행잎추출물 병용시 인지 기능 개선 효과와 함께 혈장 내 베타아밀로이드의 독성 응집 경향(MDS-Oaβ)도 유의하게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양 교수는 "베타아밀로이드가 프로토피브릴 단계까지 오면 이미 독성이 크게 높아진 상황으로 그 이전 단계인 올리고머 단계에서 이를 조절하느냐가 초기 치료에서 더 효과적"이라며 "앞으로 올리고머를 어떻게 조절하느냐가 진짜 치료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은행잎추출물은 항산화와 항염증 효과, 혈류 개선 등 기전을 지닌 의약품으로 베타아밀로이드 응집을 억제하는 가능성이 확인됐다"며 "향후 타우 단백질, 염증 지표 등 다양한 바이오마커를 활용한 연구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