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미국 인사이트(Incyte)의 PD-1 면역관문 억제제 ‘자이니즈’(Zynyz, 성분명: 레티판리맙·retifanlimab)가 면역 항암제 최초로 항문암 분야 1차 치료제로 등극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15일(현지 시간), 절제 불가능한 국소 재발성 또는 전이성 항문관 편평세포암(SCAC) 환자를 위한 1차 치료제로 ‘자이니즈’와 세포독성 항암제의 병용요법을 허가했다.

이번 허가는 임상 3상 시험(시험명: POD1UM-303)의 결과를 근거로 했다. 시험은 SCAC 환자 대상 ‘자이니즈’ 및 기존의 1차 치료제인 카보플라틴(carboplatin)+파클리탁셀(paclitaxel) 병용요법 대비 위약+카보플라틴+파클리탁셀 병용요법을 비교 평가한 것이었다.

사망위험 37% 낮춰, 무진행 생존기간 2개월 연장

회사 측에 따르면, ‘자이니스’ 병용요법은 대조약 대비 질병 진행 및 사망 위험을 37% 낮추며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치료 효과를 보였다. ‘자이니즈’ 병용요법 투여군의 무진행 생존 기간(PFS)은 9.3개월인 반면, 대조군은 7.4개월이었다. PFS를 2개월 가량 늘린 셈이다.

‘자이니즈’는 면역 반응을 저해하는 면역관문 단백질인 PD-1에 작용하여 면역 세포의 활성을 촉진하는 기전의 면역 항암제다. 지난 2023년 3월 메르켈(Merkel) 세포암이라는 희귀 피부암 치료제로 처음 허가를 취득했다.

이번에 허가된 대상 질환인 SCAC은 항문관의 편평 세포에서 발생하는 암이다. 항문암 중 가장 흔한 유형으로, 전체 항문암의 약 80~9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 감염이 SCAC 발병의 가장 주된 원인이다.

그간 SCAC의 표준 1차 치료법은 세포독성 항암제인 카보플라틴+파클리탁셀의 병용요법이었다. 그러나 백금 기반 항암제인 카보플라틴의 경우 내성 문제가 자주 발생하여 새로운 1차 치료 대안의 필요성이 대두되곤 했다.

‘키트루다’(Keytruda, 성분명: 펨브롤리주맙·pembrolizumab)와 ‘옵디보’(Opdivo, 니볼루맙·nivolumab) 등 유명한 PD-1 면역관문 억제제를 보유한 미국 MSD와 BMS 또한 이러한 미충족 의료 수요를 공략하기 위해 관련 임상을 실시한 바 있다.

그러나 항문암의 시장 규모는 애시당초 매우 작은데, 임상 시험 결과 PD-1 면역관문 억제제의 1차 단독요법이 기대만큼 높은 효과를 보이지 않자 MSD와 BMS는 각각의 PD-1 면역관문 억제제에 대한 SCAC 1차 치료 적응증 확대를 중단했다.

참고로 시장조사 전문업체 스트레이트 리서치(Strait Research)에 따르면 오는 2031년 글로벌 항문암 치료제 시장 규모는 13억 달러(한화 약 1조 8000억 원)일 것으로 추산된다. MSD가 2024년 ‘키트루다’ 한 품목으로 기록한 매출(295억 달러, 한화 약 41조 원)의 5%도 안되는 수준이다.

이러한 틈새 시장을 파고든 약물이 바로 인사이트의 ‘자이니즈’다. 인사이트 측은 이번 ‘자이니즈’의 적응증 확대 허가를 바탕으로 올해 항암제 품목의 연매출 가이던스를 소폭 상향했다.

한편 인사이트는 미국에 이어 유럽과 일본에서도 ‘자이니즈’의 허가를 추진하고 있다. ‘자이니즈’의 임상 실시 국가를 모두 고려할 경우, 인사이트는 향후 대만, 중국, 호주, 영국, 뉴질랜드에서도 허가 취득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 회사는 주요 선진국 중 유독 한국에서만 ‘자이니즈’의 임상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자이니즈’의 국내 도입은 먼 미래의 이야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약이 필요한 환자는 허가국으로 직접 원정치료를 가는 수밖에 없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