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유한양행이 개발 중인 국산 이중특이성 항체 후보물질 ‘YH32364’이 본격적인 임상에 돌입, 성공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성공할 경우 유한양행이 개발한 비소세포폐암(NSCLC) 치료제 ‘렉라자(Leclaza, 성분명 레이저티닙·Lazertinib)’에 버금가는 신약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읽힌다.

본지 취재 결과, 유한양행은 16일 미국 국립보건원 운영 임상시험정보사이트(ClinicalTrials.gov)에 ‘YH32364’의 임상 1/2상 시험 내용을 등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시험은 EGFR(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과발현이 확인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고형암 환자 80명을 대상으로 ‘YH32364’의 내약성, 안전성, 약동학을 평가하는 것이다.

EGFR 양성 고형암의 유형에는 두경부 편평세포암(HNSCC), 비소세포폐암(NSCLC), 식도암(ESCC), 담도암(BTC), 자궁경부암, 외음부암, 요로상피암 등이 포함된다.

임상은 두 파트로 구성된다. 파트 1은 ‘YH32364’ 최대 내약 용량(MTD)과 권장 용량(RD)을 도출하는 용량 탐색 단계다. 파트 2는 표준치료 실패 또는 불응성 EGFR 양성 환자 대상 ‘YH32364’ RD의 유효성 및 안전성을 평가하는 용량 확장 단계다.

실시 기관은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서울대학교병원,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4곳이다.

시험의 1차 평가변수는 ‘YH32364’의 용량제한 독성(DLT) 및 이상반응(TEAE)을 통해 안전성과 내약성을 확인하고, 객관적 반응률(ORR)을 통해 치료 효과를 평가하는 것이다.

주요 2차 평가변수는 약동학(PK), 면역원성, 반응 지속기간(DoR), 질병 조절률(DCR), 무진행 생존기간(PFS) 등을 통해 항종양 효과의 지속성을 확인하는 것이다.

시험 참여자 모집은 오는 6월부터 시작되며, 1차 평가변수 도출은 2027년 6월, 최종 종료일은 2029년 12월로 예정되어 있다.

‘YH32364’은 유한양행과 에이비엘바이오가 공동 개발 중인 4-1BB와 EGFR을 동시에 표적하는 이중특이성 항체 후보물질이다.

타깃 중 하나인 EGFR은 세포의 증식, 분화, 생존을 조절하는 인자로, 암 치료의 주요 타깃이다. 대표적인 EGFR 표적 항암제는 영국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 AZ)의 EGFR 티로신 키나아제 억제제(TKI) ‘타그리소’(Tagrisso, 성분명: 오시머티닙·osimertinib)다.

‘타그리소’와 같은 EGFR 표적 항암제와 세포독성 항암제의 병용요법은 EGFR 과발현 고형암의 치료 성과를 상당 부분 개선시켰다. 그러나 여전히 내성 문제로 인해 새로운 치료 옵션에 대한 수요가 높다.

업계는 이에 따라 EGFR 표적 항암제에 세포독성 항암제 대신 면역 항암제를 병용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그 중에서 유한양행이 채택한 약물은 새로운 면역 항암제 계열인 4-1BB 작용제다.

타깃인 4-1BB는 종양괴사인자(TNF) 계열에 속하는 단백질로, T세포, NK세포 등 다양한 면역 세포에서 발현되어 사이토카인 분비를 유도하고 면역 반응을 활성화하는 역할이다. 4-1BB 작용제는 이러한 4-1BB에 작용하여 면역 세포의 암세포 공격력을 높인다는 접근법이다.

그런데 현재 널리 활용되고 있는 면역 항암제인 PD-1 면역관문 억제제 대신, 아직 유효성이 완전히 입증되지 않은 신계열 면역항암제인 4-1BB 작용제를 선택하는 이유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이에 대한 답은, PD-1 면역관문 억제제는 면역 세포를 간접적으로 활성화하는 반면, 4-1BB 작용제는 면역 세포를 직접적으로 활성화하므로 EGFR 고형암 치료에 더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한양행이 올해 4월 미국 시카고에서 개최된 미국암연구학회(AACR 2025)에서 발표한 ‘YH32364’의 비임상 실험 결과 EGFR 과발현 폐암, 대장암 세포에서 기존의 면역 항암제 대비 더욱 개선된 면역 세포의 활성을 유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YH32364’은 기존의 EGFR 표적 항암제+세포독성 항암제에 반응하지 않는 저항성 EGFR 과발현 환자들의 치료 대안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현재 개발 중인 EGFR+4-1BB 이중특이성 항체 후보물질은 11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발의 선두주자는 중국 상하이 헨리우스 바이오파마(Shanghai Henlius Biopharma)의 ‘HLX-35’로, 지난 2023년 1월부터 임상 2상 시험에서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