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김미경 기자] 네이버 이해진 창업자의 최측근인 최인혁 전 네이버 최고운영책임자(COO) 복귀 소식에 노조가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그의 복귀에 기대감을 표하는 이들도 존재한다. 최인혁 전 COO는 테크비지니스 부문 대표로 내정됐다.

19일 알파경제 보도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개발 리더들은 “개발자 천국으로 알려진 네이버에서 지난 몇 년 동안 개발자들이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려 온 것이 사실”이라며 최인혁 전 COO가 복귀 후 최고기술책임자(CTO) 역할을 해주지 않겠냐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몇 해 전 직장 내 괴롭힘 사망사건 전까지 최인혁 전 COO를 필두로 한 개발진이 신규 사업 등 비즈니스 전반을 주도했는데, 네이버는 당시 개발자 우선 조직으로 탄탄한 시스템을 갖춰왔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업계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사망사건 이후 최인혁 전 COO가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회사를 떠나면서 개발 구심점이 사라졌고, 더불어 CTO 역할마저 부재하면서 기술·개발 우선 조직이던 네이버는 지난 몇 년간 회계와 인사·총무 등 스탭 조직에 의해 모든 게 통제되는 상황으로 돌아섰다.

이 때문에 개발자들은 창의적인 신규 개발은커녕 강력한 비용 통제와 감사 시스템으로 일상적인 매니지먼트조차 허덕이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는 것이다.

윤용필 한국외대 초빙교수는 알파경제에 “올해 초 네이버 주총장에서 한 주주가 주변에 네이버 AI 서비스 쓰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말한 것이 기술 본위 네이버에 어떤 위기 상황인지 설명해 주는 가장 직접적인 표현”이라며 “미국 테크 기업들이 위기에 개발자 조직으로 더 똘똘 뭉치는 이유처럼 네이버도 개발자 중심의 조직으로 회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네이버 쇼핑의 핵심 개발자들이 한 대형 증권사로 대거 이직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소식을 들은 상당수의 ICT 전문가는 네이버 개발자 이탈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현대자동차는 한때 자사 자율주행 사업을 위해 네이버 자율주행팀 전체를 통째로 들고 가기도 했다.

네이버 고위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네이버 개발자들 스카웃에 혈안”이라며 “자금과 조직을 앞세운 대기업과 해외 기업으로부터 기존 개발자를 지키기도 어렵지만, 신입 개발자 뽑기도 힘들 지경”이라고 털어놨다.

이에 네이버는 베트남 과학기술대 인재를 유치하는 전략 구사로 부족한 개발 인력을 보충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중요한 개발 아키텍처 등은 네이버 본사에서 수행하지만, 기술경쟁력 확보에 대한 네이버의 노력은 베트남에서 AI 공동연구센터를 만드는 등 진행형이다.

일각에서는 네이버 AI가 제대로 된 가시적인 성과를 나타내지 못하는 현상을 두고 잿밥보다 염불, 기술 개발보다 선언적 행동에 더 관심을 쏟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이 가운데 이해진 창업자는 공식 복귀 전 네이버 최고위 리더를 모은 비공식 자리에서 “사우디 진출 외에 신규 산업이 전무하다”고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관우 전 모건스탠리 이사는 “기존 비즈니스만 유지하는 기술기업은 생존 자체가 어렵다”며 “네이버가 개발을 통한 신규 도전에 나서지 않는다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현권 법률사무소 니케 대표 변호사는 “최 전 COO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의 법원 무죄 판결이 확정된 상황에서 현업 복귀를 반대하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며 “네이버가 미래 성장동력을 잃어가고 있는 지금, 도의적 책임을 지고 여러 해 조직을 떠나 있던 셀프 피해를 감당한 검증된 리더의 복귀를 막을 명확한 이유는 별로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