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한미약품이 경구 복용이 가능한 G-단백질 결합 수용체(GPR)119 작용제 연구를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국내 제약사 중 GPR119 작용제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른 동아에스티가 MASH(대사 이상 관련 지방간염) 적응증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것과 달리 한미약품은 당뇨와 비만 치료 적응증 개발에 관심을 보이는 모양새다.

약리·약학 분야 최상위 국제 학술지 ‘Biomedicine & Pharmacotherapy(생물의학 및 약물치료)’는 한미약품이 연구 중인 GPR119 작용제 ‘HG043’의 전임상 모델에서 항당뇨 및 항비만 효과에 관한 연구 논문을 최근 게재했다. 해당 연구는 한미약품이 중앙대학교 약학대학과 함께 진행한 것으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했다.

GRP119는 췌장의 베타 세포 내에 존재하는 수용체다. 활성화되면 포도당이나 지질대사 산물의 양에 따라 인슐린과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그리고 위 억제 폴리펩타이드(GIP)의 분비를 증가시킨다. 최근에는 GRP119가 지방간 질환과 관련된 대사 기능 장애에 대한 치료적 표적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의 연구 논문도 나오고 있다.

HG043은 한미약품이 발굴한 새롭고 강력한 형태의 티에노피리미딘 기반 GPR119 작용제다. 인간 GPR119에서 강력하고 용량 의존적으로 작용 효과를 나타냈으며, 특정 생물학적 반응을 50% 유도하는 데 필요한 약물 농도인 EC50 값은 2.0nM에 불과했다. 길리어드사이언스가 지난해 인수한 시마베이 테라퓨틱스(CymaBay Therapeutics)의 대표적인 GPR119 작용제 후보물질 ‘MBX-2982’의 EC50 값이 10.0nM인 것과 비교하면, HG043는 5분의 1 용량만으로도 충분한 생물학적 반응을 유도한 것이다.

또한 췌장 β 세포주를 사용해 포도당 자극 인슐린 분비(GSIS)를 향상하는 능력을 조사한 결과 HG043은 0.1nM의 EC50 값을 나타내며 인슐린 분비를 강력하게 자극했는데, 이는 MBX-2982( EC50=17.65nM)에 비해 약 100배 더 높은 효능이었다.

한미약품은 이러한 생체 외(in-vitro)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마우스(Mouse)와 랫드(Rat)를 이용한 생체 내(in-vivo) 실험을 진행했다.

공개된 연구 논문에 따르면, HG043(30mg/kg)을 경구 복용한 정상 마우스는 경구 포도당 부하 검사(OGTT)에서 약물을 복용하지 않은 마우스와 비교해 2시간 후 혈당 감소치가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기준선 대비 혈당 감소 폭은 약 25%로 이는 메트포르민이나 시타글립틴을 단독 투여했을 때보다 높았다.

당뇨병 마우스 모델에서는 HG043(30mg/kg) 치료군의 평균 혈당 및 당화혈색소(HbA1c) 수치가 대조군(vehicle control)과 MBX-2982 치료군보다 유의미하게 낮았다. 특히 4주 치료 요법 후 시행한 OGTT에서 HG043 치료군의 혈당 감소 수치는 대조군과 MBX-2982 치료군에 비해 유의하게 감소했는데, 이는 HG043가 지속적인 항당뇨 효과를 나타내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라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연구진은 마우스보다 유전학, 생리학, 해부학적으로 더 인간과 유사하고 크기가 커서 신약개발에 활용도가 높은 랫드를 활용한 연구도 진행했다.

HG043를 투여한 당뇨병성 비만 랫드는 혈당 수치 감소가 유도됐고, 당화혈색소 수치도 유의미하게 낮아졌다. 또한, 인슐린을 분비하는 β세포가 가장 많이 분포해 있는 췌도의 형태와 밀도가 유지됐으며 β세포의 면적과 질량도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HG043는 식이 유발 비만 모델 랫드에서 우수한 항비만 효과도 보였다. HG043(30mg/kg)을 24일 동안 매일 경구 투여한 비만 랫드는 체중 증가가 유의하게 감소했는데, 이는 선택적 세로토닌 및 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억제제(SNRI)인 시부트라민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특히 부고환과 장간막에서 지방량을 측정한 결과, 시부트라민은 지방량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HG043은 지방량을 유의미하게 감소시켰다.

HG043는 최근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타깃 물질로 주목받고 있는 GLP-1(클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과 GIP(위 억제 펩타이드), 그리고 PYY(펩타이드 YY)의 혈장 수치도 유의미하게 높였다. 특히 GLP-1과 PYY 수치는 경쟁 GPR119 작용제인 MBX-2982와 비교해서도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연구진은 “HG043은 정상 마우스와 당뇨병 마우스 모두에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혈당 조절을 개선했다”며 “전임상 모델에서 체중, 음식 섭취량, 지방 조직량도 감소시켰는데, 시부트라민과 유사한 효과를 보였고 포만감은 더 우수했다”고 강조했다.그러면서 “이러한 유익한 결과는 여러 인크레틴의 자극으로 인해 혈당 항상성이 개선되고 식욕이 감소했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볼 때 HG043은 제2형 당뇨병과 비만 치료를 위한 새로운 치료제로서 유망하다. 향후 남녀 피험자를 개별적으로 분석해 성별 차이를 고려한 효능과 독성에 대한 포괄적인 평가를 수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동아ST, GPR119 작용제 2상 임상시험 막바지

MASH 치료제로 개발 중 … 간 보호 효과 확인

현재 국내에서 GPR119 작용제 개발로 가장 주목받는 제약사는 동아에스티다. 이 회사는 GPR119 작용제를 MASH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글로벌 제약사들도 수많은 실패를 경험한 질환 분야이지만, 동아에스티가 개발 중인 GPR119 작용제 ‘DA-1241’은 2상 임상시험에서 뚜렷한 간 보호 효과를 보이며 상용화 기대감을 높였다.

동아에스티 자회사 메타비아(Metavia)는 지난 7~10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유럽간학회 연례학술대회(EASL Congress 2025)에서 DA-1241의 2상 임상시험 결과를 포스터 발표했다.

메타비아는 109명의 MASH 환자를 DA-1241 50㎎, 100㎎ 단독투여군, DA-1241 100㎎과 당뇨치료에 쓰이는 DPP-4 저해제 병용투여군, 위약 투여군 등 네 그룹으로 나눠 글로벌 2상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매일 한 번 16주간 약물을 투여한 뒤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했다.

그 결과, 간 손상지표(ALT·Alanine Aminotransferase) 수치가 40~200U/L인 환자군은 DA-1241을 복용한 뒤 손상지표가 줄었다. 특히 100㎎ 투여군은 ALT 수치가 기준치보다 평균 22.8U/L 감소했다.

또한, 간 섬유화지표(FAST·FibroScan-AST) 점수는 평균 0.559에서 0.371로 감소해 간 섬유화와 지방이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고, 지방간 지표(CAP·Controlled Attenuation Parameter)도 DA-1241 100㎎ 투여군에서 평균 23.0dB/m 줄어 위약군(1.4 dB/m)보다 크게 개선됐다. 간 지방 함량 지표(MRI-PDFF·Magnetic resonance imaging-proton density fat fraction) 상 간 지방 함량 역시 기준 대비 19.9% 감소했다. DA-1241 100㎎을 투여한 그룹에서는 체내 염증 지표와 섬유화 지표, 간세포 사멸 지표 등도 감소했다.

메타비아는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올해 상반기 안에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DA-1241의 2상 임상시험 종료를 위한 데이터 리뷰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