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에 사용되는 대웅제약의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차단제(P-CAB) ‘펙수클루’(Fexuclue, 성분명: 펙수프라잔·fexuprazan)가 삼중음성 유방암 치료에 도전한다.

본지 취재 결과, 대웅제약은 미국 특허청(USPTO)에 ‘삼중음성 유방암의 예방 또는 치료용 약학적 조성물’에 대한 미국 특허 등록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특허는 2022년 12월 30일에 출원되었으며, 올해 5월 15일 공개됐다.

앞서 대웅제약은 정확히 1년 전인 2021년 12월 30일 우리나라 특허청에 해당 특허를 먼저 출원한 바 있다. 국내 특허는 2023년 7월 7일에 공개되었는데, 아직 등록은 되지 않았다.

이 특허는 ‘삼중음성 유방암의 치료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약학적 조성물’에 관한 것으로, 이 조성물은 ‘펙수클루’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상 질환인 삼중음성 유방암은 유방암 세포 표면에 표적할 수 있는 3개의 타깃이 모두 부재한 유형을 말한다.

구체적으로, 유방암 치료는 세포 표면에 존재하는 수용체 유형에 따라 달라진다. 주요 타깃은 호르몬 수용체(에스트로겐·프로게스테론, HR)와 인간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 2형(HER2)으로, 이에 따라 HR 양성·음성 또는 HER2 양성·음성으로 유방암을 분류한다.

삼중음성 유방암은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HER2이 모두 존재하지 않은 유방암의 유형으로, 전체 유방암의 약 10%를 차지하고 있다. 암세포 표면에 표적할 수 있는 타깃이 전혀 없기 때문에 표준 치료법은 세포독성 항암제 뿐이다.

물론 최근 Trop-2 표적 항체약물접합체(ADC) ‘트로델비’(Trodelvy, 성분명: 사시투주맙 고비테칸·sacituzumab govitecan)와 같은 새로운 치료제가 등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세포독성 항암제에 반응하지 않는 저항성 재발성 환자에 한해 사용되는 실정이다.

대웅제약은 자사의 P-CAB ‘펙수클루’를 통해 이러한 삼중음성 유방암의 미충족 의료 수요를 겨냥하며 새로운 치료 옵션을 찾고 있다.

‘펙수클루’의 작용기전은 위에서 산을 만들어내는 세포에 작용하여 위산 생성에 필요한 칼륨 이온의 작용을 차단하고, 이를 토대로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약물이다.

그런데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약물을 삼중음성 유방암 치료에 적용하려는 시도는 언뜻 보기에는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대웅제약은 다소 생소한 시도의 핵심 단서로, 지난 2014년 웨인 고(Wayne Goh) 호주 남오스트레일리아대학교 약학대학 교수가 발표한 연구 결과를 참고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펙수클루’가 적임 약물로 판단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웨인 고 박사 연구팀은 프로톤 펌프 억제제(PPI)인 에소메프라졸이 삼중음성 유방암 치료에서 암세포가 대사 과정에서 생성한 산성 물질의 배출을 억제하여 암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바 있다.

‘펙수클루’는 PPI를 개선한 차세대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로 등장했다. 따라서 대웅제약은 PPI 대신 ‘펙수클루’를 활용하여 삼중음성 유방암 세포의 사멸을 더욱 촉진하는 치료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특허 명세서에 따르면, 대웅제약은 시험관 실험(in vitro)에서 삼중음성 유방암 세포주를 대상으로 세포독성 항암제인 도세탁셀+‘펙수클루’ 병용요법 도세탁셀+에소메프라졸 병용요법을 비교 평가했다.

그 결과, 도세탁셀+‘펙수클루’를 투약한 삼중음성 유방암 세포주의 생존율은 43%인 반면, 도세탁셀+에소메프라졸은 61%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웅제약은 이와 관련 세포독성 항암제와 ‘펙수클루’의 병용요법이 삼중음성 유방암의 1차 치료제로서 효과적인 치료 유효성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우리나라 특허청은 보통 특허 출원 후 문제가 없으면 2년 이내에 특허 등록 여부를 결정하는 편이다. 따라서 ‘펙수클루’의 삼중음성 유방암 치료 관련 국내 특허는 올해 7월 7일 전후로 등록 여부가 최종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미국 특허청의 경우, 특허가 공개된 이후 등록까지는 최대 3년 이상 소요되므로, 미국 내 특허 등록까지는 다소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