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창용] 바이오헬스 산업이 단순한 기술 산업을 넘어 국가 안보와 경제성장, 국민 건강을 아우르는 전략 산업으로 떠오르면서, 대한민국의 ‘신약강국 도약’을 위한 전방위적 협력과 혁신 전략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이원규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신약개발지원센터 바이오구조설계팀장은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펴낸 정책보고서 ‘KPBMA Brief’ 28호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민·관·산·학·연이 만들어가는 신약강국)을 기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글로벌 제약 시장은 약 1조 5000억 달러, 우리돈 약 2075조 5500억 원에 달했다. 연평균 성장률은 6.2%로, 오는 2028년 시장 규모는 1조 9556억 달러(약 2705조 7681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제약시장 점유율의 약 80%는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 10개국이 차지하고 있다. 특히 정밀의료, 희귀질환 치료제, 디지털 치료제 등 첨단 분야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이들 10개국은 국가 전략 차원의 투자와 민관 협력을 강화하고 정책과 제도 정비 등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한국 역시 세계적 수준의 기초연구 역량, ICT 기술력, 의료데이터 활용 가능성, 임상시험 인프라 등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 성숙도, 규제 유연성, 대규모 자금 조달력, 전문인력 확보 등에서 선진국과의 격차가 존재한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신약개발 생태계는 정부, 규제기관, 산업계, 학계, 연구기관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고 있지만, 이들 간의 역할 중복과 협력 단절, 정책 연계 미비로 인해 시너지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일부 성공 사례도 있다. 유한양행은 바이오벤처 제노스코로부터 기술을 도입해 존슨앤드존슨(얀센)과 공동 개발한 폐암 치료제 ‘렉라자’로 미국 FDA 신속심사 및 시판 허가를 획득했다. 이 사례는 국내 벤처기업이 발굴한 후보물질이 중견 제약사를 거쳐 글로벌 빅파마와 공동개발로 이어진, 단계별 연계형 협력 모델로 꼽힌다.

GC녹십자는 희귀질환 치료제 ‘알리글로’를 FDA로부터 승인받았다. 알리글로의 경우 임상 설계에는 국내 환자 데이터와 질병관리청의 레지스트리 정보가 적극 활용되었으며, 국산 희귀질환 치료제가 FDA에 승인된 최초 사례로 평가받는다.

SK바이오팜은 자체 개발한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로 미국과 유럽 시장에 진출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원규 팀장은 이와 관련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 개발에는 정부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의 임상 2상 비용 지원(총 연구비 224억 원 중 112억 원을 지원)과 공공기관의 초기 기술 검증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이 사례는 공공의 지원을 기반으로 민간이 독자 개발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성공 모델로, 정책적 연계가 민간 혁신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민·관·산·학·연 전략적으로 결집한 국가 단위 실행 플랫폼 필수

신약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단순한 정책 나열이나 개별 사업 중심의 접근을 넘어, 민·관·산·학·연이 전략적으로 결집된 국가 단위의 실행 플랫폼이 필수이다.

보고서는 이를 위해 민·관·산·학·연이 유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5대 정책축을 제시했다.

첫째, 기초연구부터 사업화까지 연계하는 ‘전주기 R&D 생태계’ 구축이 시급하다. 둘째, 신속하고 유연한 인허가를 위한 ‘규제과학 기반 제도 혁신’이 요구된다. 셋째, 공공 연구 인프라를 민간에 효과적으로 개방·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넷째, 글로벌 기술수출과 협력을 위한 국가 차원의 지원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다섯째, 바이오·AI 융합형 고급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훈련 체계 개편 등이다.

이 팀장은 “신약강국은 기술이 아니라 전략으로 완성된다”며 “비전 제시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실행 가능한 협력 생태계를 설계하고, 지속 가능한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민·관·산·학·연이 함께 연결될 때, 한국은 글로벌 신약개발 경쟁에서 단순한 추격자가 아닌,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선도국가’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