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GLP-1 작용제 ‘위고비’(Wegovy, 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가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 치료 가능성을 입증하면서 한미약품의 ‘에피노페그듀타이드’(efinopegdutide, MK-6024) 또한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덴마크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는 지난 4월 30일(현지 시간), 뉴 잉글랜드 의학 저널(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MASH에서 자사의 GLP-1 작용제 ‘위고비’를 평가한 임상 3상 시험(시험명: ESSENCE)의 중간 분석 결과를 게재했다.

해당 시험은 만 18세 이상의 MASH 환자 중 간 섬유화 등급이 2~3기에 해당하는 환자를 대상으로 ‘위고비’와 위약의 유효성 및 안전성을 비교 평가한 다국적 연구였다.

참고로, ESSENCE 연구는 국내에서도 실시된 바 있는데,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021년 1월 ESSENCE의 3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위고비’ 투약군은 간 염증 및 섬유화 개선 지표에서 각각 62.9%, 36.8%의 개선율을 보였다. 그러나 대조군의 수치는 34.3%, 22.4%에 그쳤다.

노보 노디스크는 이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MASH 치료 적응증 허가를 신청했으며, FDA는 이를 접수하고 우선심사 대상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위고비’의 MASH 적응증 허가 여부는 연내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위고비’가 적응증 확대에 성공할 경우 GLP-1 작용제 중 처음으로 MASH 치료제 타이틀을 획득할 전망이다. ‘위고비’에 대한 고무적 임상 결과는 자연스럽게 다른 GLP-1 작용 계열 약물에도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더 우수한 간지방 감소율 입증

이는 ‘위고비’가 GLP-1 호르몬 단일 작용제인 반면, 현재 MASH 치료제로 개발 중인 GLP-1 작용 계열 약물은 대부분 2개 이상의 다중 기전의 작용제이기 때문이다.

한미약품의 ‘에피노페그듀타이드’가 대표적이다. 이 약물은 GLP-1 수용체와 글루카곤(GCG) 수용체를 동시에 활성화하는 이중 작용제(Dual Agonist)다. 약효를 늘려주는 한미약품의 독점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LAPSCOVERY)가 적용됐다.

작용 기전을 살펴보면, GLP-1에 작용하여 포만감을 촉진하고 음식물의 위 배출 속도를 지연시켜 비만을 예방하며, 간에 지방이 축적되는 것을 막는다. GCG에도 작용해 간에서의 지방산 산화를 유도하고 지방 합성을 감소시켜 간 지방량을 줄이는 데 기여한다.

특히 ‘에피노페그듀타이드’는 ‘위고비’ 대비 MASH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간지방을 더욱 효과적으로 감소시킨다는 효과를 입증한터라 차세대 MASH 치료제로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한미약품은 지난 2023년 유럽간학회(EASL)에서 MASH 환자 145명을 대상으로 ‘에피노페그듀타이드’와 ‘위고비’를 비교 평가한 임상 2a상 시험의 데이터를 발표했다.

시험 결과, 투약 24주차에 ‘에피노페그듀타이드’는 MASH 환자의 간지방을 72.7%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위고비’의 경우 MASH 환자의 간지방을 42% 감소시킨 것에 그쳤다.

따라서 ‘에피노페그듀타이드’는 MASH 치료 유효성 기준, 차세대 MASH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미약품 입장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존재한다. 바로 안전성 측면으로, ‘에피노페그듀타이드’가 ‘위고비’에 비해 위장관 관련 이상반응 발생률이 더 높았다는 것이다.

이는 시험에서 쓰인 ‘에피노페그듀타이드’ 용량이 10mg으로, ‘위고비’의 1mg보다 투여량이 훨씬 높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물론 보고된 이상반응은 대부분 경미한 위장관 증상에 그쳤으나, 환자의 장기적인 투약 순응도 측면에서는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미약품은 2015년 11월 ‘에피노페그듀타이드’를 미국 얀센에 기술수출했으나, 2019년 7월 모종의 이유로 반환받았다. 다행히도 2020년 8월에는 미국 MSD에 재수출하는 데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