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김미경 기자] 지난해 5월 29일 기소된 이후 1년여간 이어진 재판을 통해 연세사랑병원의 대리·유령 수술을 둘러싼 불법 정황들이 더욱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어 파장이 커지고 있다.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병원장 등 10명이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지 정확히 1년이 되는 5월 2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6차 공판이 진행됐다.

이날 6차 공판에서는 과거 연세사랑병원 수술실에서 순환 간호사로 일했던 공익제보자가 증인으로 참석해 증언을 이어갔다.

증인의 요청으로 비공개로 진행된 재판에서 증인은 연세사랑병원 수술실 근무 당시 고용곤 병원장이 집도의로 돼 있었지만 실제로 다른 의사가 수술했고, 의사 대신 간호 인력이 봉합하고, 영업사원을 통해 대리 수술이 진행된 부분 등에 대해 본인이 목격한 사실과 병원 관계자로부터 전해 들은 내용을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 재판이 진행될수록 드러나는 불법행위들

대리 수술에 가담했던 의료기기 회사 직원들 역시 연세사랑병원에 상근하며 수술 보조를 했다는 일관된 증언을 내놓고 있다.

앞선 5차 공판에서 나온 증언에 따르면, 인공관절 수술 시 영업사원 2명이 퍼스트와 세컨드 어시스트 역할을 맡았으며, 퍼스트 어시스트 직원은 주로 드릴링, 망치질, 인공관절 부품 조립 등을 직접 수행했다.

특히 환자의 뼈에 박혀 있는 핀을 제거하거나, 수술 부위 봉합 시 가위로 자르는 행위, 수술 부위 소독도 비의료인이 담당했다는 증언이 나와 충격을 줬다.

또한 연세사랑병원 측이 대리·유령수술 혐의를 스스로 시인하는 듯한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병원 측은 지난해 검찰 기소 직후에는 대리·유령수술 혐의를 ‘단순한 수술보조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던 중 올해 초 연세사랑병원 측 법률대리인은 한 시민단체를 상대로 진행한 가처분 신청 내용에서, 병원이 ‘팀제’ 수술 시스템을 통해 수술을 집도하며 집도의가 바쁘면 팀 소속의 다른 의사가 수술을 해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6차 공판이 진행되던 같은 시각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는 국민생명안전네트워크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연세사랑병원 등 의료기관의 대리·유령 수술 등 중대 범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다.

이들은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한 불법 대리 수술은 용납될 수 없는 중대 범죄”라며 “의료기관의 도덕적 해이를 강력히 비판하고 사법부의 엄정한 판결을 통해 의료계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환자들은 의사를 믿고 자신과 가족의 생명을 맡기는데, 면허도 없는 이들이 수술에 참여하고 심지어 뼈에 못을 박는 행위까지 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이는 환자 기만이자 명백한 생명 위협 행위로, 돈벌이에 눈이 멀어 환자의 안전을 외면한 의료기관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