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시우] 한국이 첨단기술 국가순위에서 종합 5위, 바이오는 10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중국은 AI 등 5개 첨단기술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다.

하버드 케네디스쿨 벨퍼 센터(Belfer Center)는 지난 5일(현지 시간) 이같은 내용을 담은 핵심 및 신흥 기술 지수(Critical and Emerging Technologies Index)를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인공 지능(AI), 바이오, 반도체, 우주, 양자 등 5개 주요 첨단기술에 걸쳐 25개국의 국가 순위를 평가한 것이다.

발표된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반도체 분야에서의 우위를 바탕으로 종합 5위로 평가됐다. 분야별로는 인공지능(AI) 9위, 반도체 5위, 바이오 10위, 양자 12위, 우주 13위를 차지했다.

인공지능은 미국, 중국, 유럽, 독일, 영국, 프랑스, 인도, 캐나다, 한국, 일본 순이었으며, 반도체는 미국, 중국, 일본, 대만, 한국, 유럽, 영국, 독일, 싱가포르, 인도 순이었다. 바이오는 미국, 중국, 유럽, 일본, 영국, 독일, 인도, 호주, 캐나다, 한국 순이었다.

“중국, 첨단 기술 미국 추월 보도는 오보?”

언론들은 종종 중국이 첨단 기술에서 미국을 훨씬 앞섰다거나 유럽이 기술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으나 이러한 비교를 뒷받침할 수 있는 강력한 부문 간 데이터를 찾기는 어려웠다. 핵심 및 신흥 기술 지수는 정책 입안자, 전략가 및 연구자가 25개국의 기술력을 평가할 수 있도록 하여 이러한 격차를 메우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수천 개의 공개 및 상업 데이터를 사용하여 구축된 이 지수는 인공 지능, 바이오, 반도체, 우주 및 양자의 진행 상황을 벤치마킹하는 대화형 대시보드를 통해 제공되는 정량적 모델이다.

평가 결과, 다른 어떤 나라도 핵심 및 신흥 기술에서 미국과 중국에 훨씬 뒤쳐져 있으며, 한 국가에서 다음 국가로 갈수록 점수가 꾸준히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단일국가로 보면 일본, 한국, 영국, 독일, 대만, 프랑스, 인도, 러시아, 캐나다, 호주, 이탈리아, 네 덜란드, 스페인, 싱가포르, 브라질, 이스라엘, 아랍 에미리트, 뉴질랜드,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우크라이나, 북한 순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미국은 모든 부문에서 강력하지만 완전한 패권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며 “유럽, 일본, 한국과의 협력 파트너십을 통해 미국은 특히 양자, 반도체, 바이오 분야에서 훨씬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여전히 미국을 뒤쫓고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여러 부문에서 격차를 좁히고 있다는 평가다. 중국은 외국 장비에 대한 의존도, 취약한 초기 단계의 민간 연구, 얕은 자본 시장으로 인해 반도체와 첨단 AI에서 뒤처져 있지만, 제약 생산, 양자 감지 및 양자 통신에서 강점이 있어 바이오 및 양자 분야에서는 미국과 격차가 훨씬 적었다.

벨퍼 센터는 이 보고서에서 “5대 첨단기술 부문 중 중국이 바이오분야에서 미국을 추월할 가장 즉각적인 기회를 가지고 있으며, 미·중 간 격차가 좁다는 것은 향후 개발이 세계 힘의 균형을 빠르게 바꿀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중국은 바이오 분야에서 전반적으로 비슷한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중국의 강점은 인적 자본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안보, 유전공학, 백신 연구, 농업 기술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이는 민간 부문의 혁신과 공공-민간 파트너십에 힘입어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중국은 광범위한 대규모 공공 투자와 국가 지원 제조를 통해 의약품 생산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한국, 5대 첨단기술 육성 : 투자, STEM인력, 규제완화, 국제 파트너십 확대 권고

한국은 지난 2022년 위 5개 첨단기술 분야 모두 12대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했다. 이어 2023년에는 국가전략기술육성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었고, 2024년에는 범부처 기본계획이 수립되었다. 한국 정부는 제1차 기본계획(2024-2028)에 따라 2025년 12대 전략기술 전반에 걸쳐 6조 8000억 원(약 49억 달러)의 R&D 예산을 배정했다. 특히 AI, 반도체, 바이오, 양자기술에 중점을 두었다.

보고서는 이와 관련 “한국은 2023년 세계 GDP 순위는 14위를 기록했음에도 5개 첨단기술 분야에서 종합 5위를 차지하며 핵심 국가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며 “이러한 성과는 최첨단 ICT 인프라, 세계적 수준의 인터넷 속도, 정부의 디지털 전환 노력, 선도적인 기술기업, 그리고 기술에 정통한 국민들의 노력에 힘입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그러면서 5개 첨단기술 육성을 위한 핵심 과제 및 정책을 권고사항에 담았다.

점점 더 세계화되는 환경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정책과 공적 자금 지원이 지속적으로 강화되어야 하고 인구 감소와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전공 학생들의 의학 분야 진로 추구 경향 증가로 인해 더욱 심화된 인재 부족 문제는 반도체, AI, 바이오, 양자 기술 분야에서 특히 심각하는 점을 지적했다. 글로벌 경쟁 기업들이 규제 제약을 빠르게 완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규제 개혁을 추진하는 데 있어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하고 우주 산업은 추가적인 상용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짚었다. 특히 AI와 바이오에서 기업들이 세계화 되고 국제적인 파트너십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집중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의 바이오기술 육성 : 바이오 빅 데이터, 규제조화/R&D확대, 인력개발 권고

벨퍼 센터는 국가별 보고서에서 “한국은 아직 대규모 공공 및 민간 자본을 바이오 강점으로 전환하지 못했지만, 이 분야에 대한 한국의 새로운 관심을 감안할 때 주목해야 할 국가”라며 “한국은 지속적인 공공 부문의 연구개발 투자와 민간 부문 주도의 혁신을 바탕으로 바이오 분야에서 지속적이고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루어 왔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한국 정부에 대해 “바이오를 핵심 미래 성장동력으로 인식하고 2035년까지 세계 5대 선진 바이오 강국으로 도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2022년에는 첨단바이오가 12대 국가전략기술 중 AI·반도체, 양자기술과 함께 3대 미래 성장 동력으로 지정되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이러한 우선순위를 반영하여 2025년 첨단바이오 연구개발 투자액은 2조 1200억 원(15억 달러)에 달하여 2024년 대비 19.1% 증가했다.

보고서는 과학, 보건, 산업을 담당하는 부처 간 거버넌스를 강화하고 민관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2025년 1월 대통령 자문기구인 국가바이오위원회가 출범했다는 소식도 전했다. 위원회는 관련 부처 장관, 주요 바이오기업 대표, 학계 및 연구기관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위원회의 주요 제안으로는 신약 개발 가속화, 거대 펀드 조성, 생산 능력 확대, 전문 인력 양성 등이 있다. 최근 정부 정책들은 바이오클러스터 간 협력 강화, 국가 바이오데이터 플랫폼 내 데이터 연결성 향상, 그리고 규제 부담 완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이 위원회는 계엄 및 내란 혐의로 파면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추진 기간에 출범해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 공약과 달리, 정부 지원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을 대폭 삭각하는 등 첨단 바이오산업 육성에는 아예 관심조차 없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결국 헌법재판소에 의해 4월 3일 탄핵되면서 권좌에서 내려와 지금은 내란과 외환 혐의 등으로 각종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다.

한편 보고서는 ‘바이오기술 육성 핵심 과제 및 정책 권고사항’에서 “현재 바이오기술 환경의 단편화된 특성을 해소하고 R&D 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해 정부, 산업계, 병원, 연구기관의 데이터를 통합하는 포괄적인 국가 바이오 데이터 플랫폼 개발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플랫폼은 혁신과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기존 바이오분야와 첨단 바이오분야를 모두 포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기존 규제 장벽을 검토 및 개선하고, 공공 R&D를 확대하여 신약 개발 및 상용화를 가속화하는 동시에 바이오 기업의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며 “현재 국내 규제를 국제 기준 및 주요 국가의 기준과 비교하여 평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보고서는 특히 “2021년부터 2022년까지 해당 분야의 대학원 수준 인적 자원이 7.9% 증가하는 데 그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대학과 연구 센터의 관련 프로그램에 자금을 지원하고 국내외적으로 학계와 산업계를 연결하는 파트너십 프로그램을 구축하여 인력을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