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장정결제 시장의 경쟁 무대가 기존 액상형 제제에서 알약형 제제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알약형 장정결제 시장을 개척한 한국팜비오를 비롯해 액상형 장정결제 시장의 터줏대감 태준제약에 이어 대웅제약과 JW중외제약이 경쟁 무대에 뛰어든 가운데 인트로바이오파마까지 제품 상용화를 위한 제반 준비를 마치며 시장 구도는 5파전으로 확대됐다.

인트로바이오파마는 9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이지팡정’에 대한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이 제품은 필름코팅정 형태의 장정결제로, 한국팜비오의 ‘오라팡정’을 대조약으로 임상3상 시험을 진행했다. 오라팡정과 마찬가지로 대장 내시경 검사 전날과 당일, 두 차례 복용하는 방식인데, 1회 14정을 복용해야 하는 오라팡정과 달리 1회 12정만 복용하면 되도록 개발됐다.

주성분은 무수황산나트륨, 황산칼슘, 무수황산마그네슘 등 3가지로, 오라팡정의 주성분에서 시메티콘만 제외됐다. 주성분 함량을 오라팡정보다 높여 복용해야 하는 정제의 개수를 줄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 이지팡정 허가로 인트로바이오파마는 한국팜비오, 태준제약, 대웅제약, JW중외제약에 이어 국내 알약형 장정결제 시장에 진출한 5번째 제약사가 됐다.

국내 장정결제 시장 규모는 약 5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수년 전까지 액상 제품들이 시장을 장악해 왔으나, 한국팜비오의 오라팡정 등장 이후 알약형 제품의 점유율이 빠르게 치솟고 있다.

실제 오라팡정은 2019년 출시 후 4년여 만에 매출 200억 원대 품목으로 성장했다. 전체 장정결제 시장의 약 절반 정도를 차지한 셈이다. 오라팡정의 가파른 성장은 국내 제약사들의 알약형 장정결제 시장 진입을 부추겼다.

지난 2023년 태준제약이 ‘수프렙미니정’을 출시하며 한국팜비오의 알약형 장정결제 시장 독점 시대는 4년여 만에 끝이 났다. 이 회사는 2024년 11월 수프렙미니정의 후속 제품인 ‘수프렙미니에스정’에 대한 품목허가도 획득하며 한국팜비오 추격을 본격화했다.

이에 한국팜비오 역시 오라팡정의 후속 제품인 ‘오라팡이지정’을 확보하고 시장 방어에 나섰다. 오라팡이지정은 기존 오라팡정의 미니 제형 제품이다. 1회 복용량은 48정으로 늘었지만, 정제의 크기를 대폭 줄여 복용 편의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이런 가운데 그동안 장정결제 시장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던 대웅제약과 JW중외제약까지 시장에 가세하며 더욱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대웅제약은 앞서 지난 4월 ‘클린콜정’에 대한 품목허가를, JW중외제약은 같은 해 5월 클린콜정의 위임형 제네릭인 ‘제이클정’에 대한 품목허가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획득한 바 있다.

이들 두 제품은 피코설페이트나트륨수화물, 시메티콘, 무수황산마그네슘, 황산칼륨, 무수황산나트륨 등 5개 성분을 조합한 정제형 장정결제다. 1회 복용량은 10정으로, 대장 내시경 검사 전날 저녁과 당일 오전에 각각 1회씩 복용하면 된다.

이들 제약사 외에도 비보존제약이 필름코팅정 형태의 알약형 장정결제 ‘비보락사정’의 3상 임상시험을 마치고 허가 절차를 준비 중이다. 오라팡정 대비 정제 크기는 10% 정도, 1회 복용량도 10정으로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인트로바이오파마는 수탁생산에 강점이 있는 회사”라며 “이미 대웅제약도 JW중외제약의 제이클정의 수탁생산을 시작한 만큼, 이지팡정이 상용화되면 앞으로 적지 않은 수의 위임형 제네릭이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오라팡정은 OSS(Oral Sulfate Solution: 경구용 황산염 액제)를 알약 형태로 바꾼 세계 최초의 복합 개량신약 장 정결제다. 대장 내시경 전에 장을 깨끗이 비우는 데 사용한다. 지난 2019년 4월 식약처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아 한 달 뒤 출시했다.

OSS는 미국 FDA가 승인한 저용량 장 정결제 성분으로 안전성과 장 정결도가 우수해 2018년 미국 시장 점유율 66.1%를 차지한 약물이다.

다만, 맛이 역하고 복용해야 하는 액제의 용량이 커서 복약 순응도가 낮은 것이 단점이었는데, 한국팜비오는 이러한 OSS 제제를 정제형으로 개발하는 데 성공, 환자들의 복약 편의성을 크게 높였다는 평가다.

한국팜비오가 옥스퍼드 대학교 출판부(OUP, Oxford University Press)에서 발행하는 SCIE급 전문 의학 학술지 JCC(Journal of Crohn's and Colitis)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오라팡정 복용군의 재복용 의지는 94.55%로, 현재 대장 내시경 전 장 정결제로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PEG 제제 복용군(78%)보다 1.2배 가량 높았다.

오라팡정은 이러한 복용 편의성을 바탕으로 시장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 이미 대부분 상급종합병원과 다수 건강검진센터에서 처방이 이뤄지고 있으며, 로컬 병의원 처방도 확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