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골다공증 치료제 ‘프롤리아’(Prolia, 성분명: 데노수맙·denosumab)를 둘러싼 미국 암젠(Amgen)과 셀트리온의 특허 분쟁이 본격적인 2라운드로 넘어가는 모양새다.

우리의 고등법원 격인 미국 제3연방순회항소법원은 지난 5일(현지 시간), 셀트리온 미국 지사가 항소한 ‘프롤리아’ 특허 관련 사건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 법원에 따르면, 절차에 관한 사안으로 명확한 범위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진 항소는 최종 판결로 볼 수 없다.

이 판결은 얼핏 셀트리온이 암젠에 패소한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법원은 “아직 본안 판단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신청된 항소이기 때문에 그 요건이 성립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법원의 이번 결정은 절차적 요건 불충족에 따른 판단에 불과하며, 본격적인 싸움은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특허 분쟁, 문서 제출 명령 쟁점으로 확전

셀트리온은 지난 2020년 8월 자사의 ‘프롤리아’ 바이오시밀러 후보물질인 ‘CT-P41’을 공개하며 2025년 2월 상용화를 목표로 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프롤리아’는 암젠의 주요 제품 중 하나로, 셀트리온의 발표는 암젠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암젠은 셀트리온이 자사의 특허 기술을 무단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하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이후 셀트리온의 ‘CT-P41’ 상용화 계획이 구체화되자, 암젠은 2024년 4월 셀트리온 미국 자회사에 ‘CT-P41’ 관련 82가지 범주의 문서 제출을 강제하는 소송을 뉴저지 연방 지방법원에 제기했다.

암젠에 따르면, ‘프롤리아’ 바이오시밀러 개발과 제품 전략에 관한 핵심 정보는 셀트리온 미국 자회사가 보유하고 있으며, 설령 그 문서들이 한국에 있는 모회사에서 작성되었더라도 ‘28 U.S.C. § 1782 법률 조항’에 따라 제출해야 한다.

‘28 U.S.C. § 1782’는 미국 내 개인이나 법인이 타국 관련 사법 절차에 대해 미국 내 다른 개인이나 법인을 상대로 필요한 증거를 수집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률 조항이다.

셀트리온 미국 자회사는 “해당 조항은 국외 법인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반박했지만, 뉴저지 연방지방법원은 2024년 12월 “비록 자회사일지라도 셀트리온은 뉴저지 주에 위치한다”며 국외 적용 금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법원은 아직 문서 제출 범위를 명확히 확정하지 않고, 셀트리온의 구체적인 이의 제기는 추후 협의 과정에서 검토하기로 결정했다.

셀트리온 미국 지사는 뉴저지 연방지방법원 판결에 불복하며 상급 법원인 제3연방순회항소법원에 항소했으나, 항소법원은 문서 제출 범위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점을 근거로 이번 항소를 기각한 것이다.

셀트리온, 이미 상용화 임박 ... 관건은 출시 시기

이번 항소 기각에 따라 문서 제출 명령은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에 셀트리온에게는 불리한 상황인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문서 제출 범위가 아직 완전히 확정되지 않았고, 셀트리온이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의 제기할 기회가 있으므로, 셀트리온이 반격할 수 있는 2라운드가 남아 있다.

특히 문서 제출 범위를 조정할 여지가 있는 만큼, 셀트리온은 이를 적극 활용해 불필요한 자료 제출을 최소화하고 소송을 보다 유리하게 이끌 수도 있다.

결정적으로 셀트리온의 ‘프롤리아’ 바이오시밀러 후보물질 ‘CT-P41’은 올해 3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각각 ‘스토보클로’(Stoboclo) 및 ‘오센벨트’(Osenvelt)라는 제품명으로 허가를 받은터라 사실상 미국 내 상용화는 시간 문제가 되고 있다.

이를 반대로 해석하면, 암젠 입장에서는 소송을 통해 셀트리온의 ‘스토보클로’ 및 ‘오센벨트’ 출시를 최대한 지연시켜 시장 진입을 늦추는 것이 핵심 전략이 될 수밖에 없다. 암젠이 셀트리온 대상 ‘프롤리아’ 소송에 사활을 거는 배경이다.

한편, ‘프롤리아’는 파골세포(뼈파괴세포)의 생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핵 인자 카파-β 리간드(RANKL)를 억제하는 약물이다. RANKL에 작용하여 뼈 조직의 재흡수 과정을 감소시켜 골다공증을 치료하는 기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