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혈액학회(이사장 김석진, 이하 학회)가 만성골수성백혈병(Chronic Myeloid Leukemia, CML) 산정특례 재등록 기준의 오류를 지적하며, 합리적인 제도 운용을 위한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혈액학회는 10일 입장문을 통해 "현 제도는 조직검사나 CT 같은 침습적이고 고비용의 반복 검사를 강제해 환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고, 불필요한 의료 행위를 초래할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치료 전략의 왜곡까지 불러온다"며 "산정특례 재등록 기준이 치료 지속 여부와 유전자 검사 등 임상적 판단을 중심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현재 CML 산정특례 재등록 기준은 5년이라는 획일적 시점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조직학적으로 잔존 암을 입증할 수 없는 경우 산정특례 재등록을 제한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학회는 유전자 검사(BCR-ABL1) 상에서 '미검출'로 나타나더라도 실제로는 체내에 백혈병 세포가 잔존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 NCCN 및 유럽 ELN 진료 지침도 이러한 점을 반영해 키나아제 억제제(TKI)의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복용을 표준 치료법으로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학회는 "CML 환자가 5년이 경과한 시점에 골수검사, 염색체검사, 유전자검사 등에서 이상이 없다고 하더라도, 치료는 지속돼야 한다. 이들은 여전히 항암 치료 중인 '암환자'"라며 "현재의 기준은 질병의 생물학적 특성과 치료 전략 모두를 왜곡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일부 환자에서 치료 중단(Treatment-Free Remission, TFR)을 시도할 때 TKI 미복용을 이유로 산정특례 재등록이 불가능한 점 역시 문제로 꼽았다.

학회는 "최근 일부 환자에서 깊은 분자 반응(Deep Molecular Response, DMR)을 장기간 유지하는 경우, 치료 중단을 시도할 수 있다. 그러나 TKI 중단 후에도 50% 이상에서 2년 내 분자 재발이 발생한다"며 "약제 복용을 중단한 환자조차도 '완치' 상태가 아니라 지속적 모니터링이 필수적인 상태임은 명확하다"고 밝혔다.

이어 "현행 제도하에서 많은 환자가 경제적 불이익을 피하고자 불필요하게 약제를 계속 복용하게 된다"며 "TKI의 연간 약제비가 1인당 2000만원임을 고려하면, 이러한 구조는 오히려 재정 효율을 해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환자와 의료진이 임상적으로 타당한 TFR 전략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TKI 복용 여부와 관계없이 암환자로서 재등록이 가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TFR을 통해 장기적으로 치료 약제를 중단하고, 정기적인 분자학적 검사만 시행하는 것이 비용 절감에 훨씬 유리하다고 했다.

덧붙어 다발성골수종, 소아청소년 급성림프모구백혈병, 골수증식종양 등에서도 동일한 문제가 나타나고 있음을 설명하고, 개선을 재차 요구했다.

끝으로 학회는 "재등록 기준이 각 환자의 치료 경과와 임상의 판단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될 수 있도록 개정돼야 한다"며 "치료 지속 여부와 진료 지침에 기반한 실질적 기준으로의 전환이 절실하다. 이는 환자 중심의 합리적 제도 운용과 건강보험 재정의 효율적 운용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학회는 2018년 등록기준 개정 이후 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여러 차례 현행 기준의 비합리성을 설명하고, 개선을 요청해 왔다.

2019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1차 의견서를 제출한 이후, 2020년에는 NCCN 및 ELN 등 국제 가이드라인과 관련 논문을 근거로 보완자료를 회신했으며, 이후에도 학회 보험이사를 중심으로 개선 필요성을 전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