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유정민 기자] 아토피 치료제 '유토마'의 허가 과정에서 불거진 시험성적서 조작 논란으로 촉발된 영진약품과 알앤에스바이오 간의 95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이 6년 만에 합의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유토마'는 허가 과정에서의 시험성적서 조작 문제로 인해 시장에서 퇴출된 바 있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은 오는 6월 16일, 영진약품이 알앤에스바이오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의 조정 기일을 열고 양측의 합의를 모색할 예정이다.

2023년 2월, 1심에서 영진약품이 일부 패소하며 94억원 상당의 배상 책임을 지게 된 이후, 2년간 여러 차례 기일이 진행됐으나 뚜렷한 진전이 없었다.

최근 조정 절차에 들어가면서 양측이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영진약품 관계자는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며 이번 조정 기일은 재판부가 양측의 입장 차이를 좁히기 위한 절차로 지정한 것으로, 합의에 성공할지는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이번 소송은 2012년 영진약품이 허가받은 돼지폐추출물 성분의 아토피 치료제 '유토마외용액2%'의 판권을 둘러싸고 2019년부터 시작됐다.

영진약품은 조건부 허가 조건으로 2016년 10월까지 600례의 임상시험 증례 보고서를 2017년 1월까지 제출해야 했다. 이후 2014년 9월 영진약품은 알앤에스바이오에 특허권 및 판권 관련 사업 협력 계약을 체결, 판매권을 양도했다.

그러나 '유토마'의 주성분 품질에 결함이 있었고, 시험성적서 허위 작성 의혹이 불거지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2023년 1심 소송 자료에 따르면, 유토마 핵심 성분인 돼지폐 내 지방 성분(DPPC) 위탁 생산 업체가 초보적인 칼럼 정제 기술을 갖추지 못한 상태였다는 개발자 최 모 박사의 증언이 나왔다.

최 박사는 제조 공정의 문제점을 경고했으나, 영진약품은 허위 의심 성적서를 제출해 허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알앤에스바이오에 판권이 넘어간 후, 영진약품은 원료를 중국 업체로 변경하며 시험성적서 조작 및 품질 불량 문제가 또다시 제기됐다.

결국 알앤에스바이오가 영진약품의 시험성적서 조작 사실을 식약처에 신고하면서 검찰 조사로 이어졌다.

2017년 8월, 식약처는 시험성적서 허위 작성 등으로 제조업무정지 처분을 내렸고, 2018년 1월에는 시판 후 조사 자료 미제출로 품목 허가가 취소됐다. 2019년, 영진약품 연구소 임직원이 허위 자료 제출로 기소된 후 2020년 9월 형이 확정됐고, 이후 알앤에스바이오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알앤에스바이오가 유일한 제품을 확보할 수 없어 사업 기회를 잃었고, 영진약품이 계약상 의무를 지키지 않아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영진약품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 네 번의 변론 기일을 거쳤다. 그러나 지난 5월 말, 변론이 조정 절차로 전환되면서 5년간의 법정 공방은 합의를 목표로 나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