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건강한 성장을 돕는 의료·복지시스템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커지는 상황 속에서, 관련 전문가들과 정부 담당자가 모여 현 소아 의료체계를 점검하고 문제 해결의 방향성을 공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11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는 이주영 의원(개혁신당 정책위의장,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주최, 보건복지부 후원의 '소아 의료체계 대전환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날 첫 번째 발제는 '일본 성육기본법 소개 및 국내 관련법 제·개정의 검토'를 주제로, 허종호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이 발표했다.

허 연구위원은 '성육기본법', '어린이 가정청' 등 일본 소아 의료체계를 바탕으로 국내 체계의 현황을 검토하고, 관련법 제·개정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일본의 '성육기본법'은 성육의료 등의 제공에 관한 시책의 기본이 되는 사항을 점함으로써, 소아와 그 보호자 및 임산부에게 필요한 성육의료 등을 끊임없이 제공하기 위한 시책을 종합적으로 추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내각부와 후생노동성의 어린이 정책 업무를 일원화한 '어린이 가정청' 역시 이러한 과정에서 출범한 내각총리대신 직속 기관이다.

허 연구위원은 '정책 수요자(소아-청소년)에 집중한 의료체계 정비'와 '의료역량의 집약화·중점화 및 의료-복지-교육 서비스와의 통합성·연속성 고려'를 '성육기본법'의 함의로 꼽으며, 특히 "의료 자체뿐 아니라 교육, 복지 등 아이가 성공적으로 자라나기 위한 모든 것들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 깊다"고 평가했다.

이를 바탕으로 현재 국내 소아청소년 제도와 관련해서는 △법률 및 정책의 분절성과 통합성 부족 △예방적·통합적 서비스 및 지역사회 연결 미흡 △아동권리·참여 보장 및 취약계층 보호의 한계 등 법체계의 한계와, △성인 중심·질병 중심의 보건의료법 체계 △민간 중심의 보건의료 공급자 체계 △의료자원의 지역적 불균형 △복지·교육 등과의 연계 전무 등 보건의료체계의 한계를 지적했다.

끝으로 허 연구위원은 법 개정보다는 제정에 더 무게를 뒀다. 그는 "기본법 또는 대상에 따른 통합법의 제정이 필요하다"며 △소아에 특화된 중증도에 따른 의료전달체계 △중앙-지방 간의 의료전달체계 및 의료자원 배분 △보건 및 복지, 교육 등의 인접 분야 간의 연속적인 전달체계 등 3가지 축을 제시했다.

다음은 김원섭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회장(충북대병원장)이 연자로 나서 '의료 현장에 느끼는 소아 의료시스템의 문제점 및 개선안'을 주제로 강연했다.

김 회장은 현장에서 느끼는 소아 의료시스템의 문제점으로 △소아 의료 환경의 변화 △ 높은 법적 리스크 △낮은 수가 △저출생으로 인한 수요 급감 △전공의, 전임의 부재를 짚었다. 또한 소아 의료를 책임지는 법과 전담하는 부서가 없다는 점도 언급했다.

실제 대한청소년과학회가 지난해 전공의 및 전임의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이 낮아진 원인으로 △낮은 의료수가(90%)를 가장 많이 꼽았다. 다음으로는 △의료사고(분쟁)의 위험(80%) △저출산으로 인한 소아청소년 인구 급감(70%) 순이었다.

소아 분야 전임의 지원이 낮은 원인으로는 △분과(세부) 전문의 가산이 없다(70%) △교수직 매력 저하(노력, 로딩에 비해 적은 보상) △의료사고(소송)의 위험(61%) 순으로 높았다.

소아청소년과 필수의료 소생을 위한 타당한 소아 수가 개선의 범위로는 '300% 이상'이라는 답변이 무려 90%로 압도적이었다.

이에 김 회장은 "이제는 소아 보건의를 전담하는 법이 필요하다"며 '(가칭)어린이 건강기본법'을 제안했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어린이'를 '만 18세 미만'으로 규정했으며, 어린이 건강보호 및 증진에 관한 종합적인 정책수립 및 책무를 포함하고 있다.

더불어 보건복지부 장관은 5년마다 어린이건강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하며, 해당 기본계획을 '어린이건강정책심의위원회'를 거쳐 확정하도록 규정했다.

이후 패널 토의에서도 이러한 기본법 제정에 대해 공감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특히 이용주 대한청소년과학회 법제이사(연세의대 소아과학교실 교수)는 소아과 의사들이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환자 치료 △예방의학 △성장과 발달 모니터링 △정서·행동 문제 진단 및 인계 △육아 상담 등을 언급하며, 우리나라에서 소아과 의사들의 역할이 굉장히 축소돼 있음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내 소아과 의사들의 역할 확대를 통해 소아 건강과 관련해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그런 취지에서 이러한 소아 건강 기본법의 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조우경 보건복지부 필수의료총괄과장은 아동 정책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정부의 노력에도 현장에서 체감되지 않은 점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조 과장은 "취약계층 중심의 지원이고 복지 중심으로 이뤄지다 보니 정말 소수의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이끌어가는 정책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면에서 어려움이 많이 있었다"면서 "대책을 만들면서 소아계와 꾸준히 소통이 이뤄졌어야 하는 필요성이 있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소아 의료의 어려움들을 해결하기 위해 수가 인상,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등 계속 보완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노력이 여전히 체감되지 않는 것에 좀 많은 안타까움을 느낀다"며 "소아 의료가 악화되지 않고 국민이 안심하고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더 고민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를 개최한 이주영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최근 대한민국 의료의 혼란 속에서 소아·청소년 의료 역시 큰 위기를 맞게 됐다"며 "응급의료의 비중이 높은 소아 의료의 특성상 지역 간 의료 서비스의 격차를 최소화할 수 있는 의료체계 정비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