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김미경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한의사의 의료법 위반 행위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정부의 철저한 단속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지난 6월 2일 한의사의 ‘한약제제가 아닌 의약품’ 사용이 의료법 위반으로 최종 유죄가 확정됐다.

전문의약품 ‘리도카인’을 사용해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의사가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상고를 취하함에 따라 1심과 2심에서 선고된 벌금 800만원 형이 그대로 확정된 것이다.

앞서 한의사 A씨는 지난 2021년 11월부터 약 2개월간, 국소마취제인 리도카인을 봉침액과 혼합해 통증 부위에 주사하는 방식으로 환자 87명에게 면허 외 의료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됐고, 서울남부지방법원은 1심과 2심 모두 무면허 의료행위로 인정해 유죄를 선고했다.

의협은 “이와 같은 한의사의 의과 의약품 사용 문제는 과거부터 지속된 문제”라며 “리도카인, 스테로이드 등 전문의약품이 약침 등 한방 시술에 무분별하게 사용돼 왔다”고 지적했다.

국회 국정감사 및 감사원 감사 결과에서도 부신피질호르몬제, 항생제, 국소마취제 등 전문의약품이 한의원에 다량 공급된 사실이 여러 차례 지적된 바 있다.

의협은 “그럼에도 최근 일부 한의사들이 업무 범위를 명백히 초과하는 의료행위 시도를 반복하고 있으며, 의과 의료기기와 의과 의약품을 무단 사용하는 행위가 지속돼 국민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이자 면허제도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무너뜨리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한의계 일부에서는 의과 영역을 침범한 의료행위를 소송 쟁점으로 의도적으로 확장시킨 뒤 일부 유리한 판결만을 앞세워 해당 행위가 정당한 한방행위인 것처럼 왜곡하고, 반면 불리한 결과가 나올 시, 책임을 회피하는 무책임한 행태를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사건에서도 대법원에서 판결이 불리하게 나올 것으로 예상되자 한의사 A씨가 상고를 자진 취하한 것으로 보이며, 이것은 결국 자신의 행위가 면허 범위를 초과한 무면허 의료행위였음을 스스로 인정한 것과 다름이 없다”고 말했다.

의협은 “이번 소송 결과가 향후 유사 사례들에 중요한 법적 기준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는바, 정부가 이번 판결을 바탕으로 의약품에 대한 관리·감독과 단속을 더욱 철저히 시행하라”고 촉구했다.

현행 제도상 한의사가 의과 의약품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명확한 규제 및 관리 체계가 미흡한 실정으로, 한의원에서 의과 의약품 공급 및 사용 실태에 대해 면밀한 조사와 제도개선 등의 대책이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의료행위는 면허의 경계를 넘어서는 순간, 환자 안전에 대한 위협이 된다”며 “따라서 일부 한의사들이 의과 의약품을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등 의료행위의 본질을 왜곡하고, 의료법 위반 등으로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해 온 행태는 단호히 금지돼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환자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한의사들의 무분별한 의과 의약품 사용에 대해 지속해서 모니터링하고 그 위험성에 대해서도 적극 알리는 등 한의사의 무면허 의료행위에 대해 강력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의협은 끝으로 “지난 5월, 의협 한방대책특별위원회는 한방 관련 현안을 주제로 대한한의사협회에 대국민 공개토론회를 제안한 바 있으나, 한의협은 이에 대해 사실상 회피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한특위에서 제안한 주제에 대해 정부, 국회를 포함한 대국민 토론회를 개최할 것을 한의협에 다시 한번 제안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