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창용] 제네릭 의약품과 개량신약의 산업적·공공적 가치를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윤희 법무법인 태평양 전문위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제네릭의약품과 개량신약의 가치 재조명)를 한국제약바이오협회(KPBMA)의 ‘KPBMA FOCUS 제29호’에 기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제네릭 의약품과 개량신약은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 공중보건 위기 대응이라는 복합적 상황 속에서 보건의료 체계의 지속 가능성을 떠받치는 현실적인 해법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실제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제네릭과 개량신약은 재정 안정성 확보, 고령 환자 복약 편의성 개선, 의약품 공급망 회복력 유지 등 다양한 공공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필수의약품의 국내 생산 역량이 국민 건강 보호와 직결됨을 확인한 만큼, 유사한 공중보건 위기 발생 시 치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내 제네릭 생산 기반을 강화하고 이를 정책적으로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

제네릭은 경제·사회적 측면에서도 기여도가 매우 큰 의약품이다.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가 만료되면 제네릭 의약품 출시를 통해 오리지널 약가는 30% 인하된다. 이는 결과적으로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 확보에도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현행 약가제도에 따르면 제네릭 의약품은 오리지널 약가의 53.55% 수준으로 책정되고, 최초 등재 후 1년간은 가산금액 차이로 인해 더 저렴하게 공급된다.

이러한 제도적 구조는 특히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 중인 우리 사회에서 더욱 중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보고서는 “한국은 2025년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를 넘어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며, 2023년 노인실태조사에서 전체 노인의 86.1%가 1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보유하고, 평균 만성질환 수는 2.2개로 나타난 점에 주목했다. 이처럼 장기간 약물을 복용해야 하는 고령층에게 제네릭 의약품은 단순한 비용 절감 수단을 넘어서 필수 치료 자원이라는 것이다.

개량신약은 기술적 측면에서 의미 있는 발전을 이뤘다. 개량신약은 복용 편의성, 안전성, 효능을 개선한 제품으로 고령층에게 특히 유용하다. 무엇보다 복약 순응도를 향상시켜 치료 효과를 극대화한 약물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개량신약 인정제도 도입 이후 총 152개 품목이 허가되었다. 이 중 87.5%는 새로운 조성 복합제 또는 제제개선을 통한 용법·용량 변경 제품이다.

예를 들어, 기존에 하루 두세 번 복용하던 약을 하루 한 번으로 바꾼 제품이 16개, 주 1회 복용 하던 것을 월 1회로 줄인 제품이 2개로, 복용 횟수 감소는 인지기능 저하로 인해 복약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고령층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다.

제네릭은 공급망 측면에서도 큰 역할을 한다. 전체 제네릭 공급량의 약 90% 이상을 국내 제약사가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해외 공급망 불안정, 원료 수입 차질 등 외부 충격 발생 시에도 국내 제조 기반과 유통 역량을 통해 신속한 대체 공급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현재 약가제도는 신약 중심의 평가 및 지원체계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제네릭 의약품과 개량신약의 실용적·공공적 가치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2007년 선별등재제도, 2013년 위험분담제도, 2015년 경제성평가 생략제도 등은 혁신 신약 중심의 제도였던 반면, 제네릭 의약품에 대해서는 2020년 급여적정성 재평가, 2023년 기등재 의약품 상한금액 재평가 등 규제적 제도 위주로 운영돼 왔다. 이에 연간 2~3회의 약가 인하가 발생하는 사례도 있어, 중장기 투자계획 수립에 불확실성을 초래하고, 궁극적으로는 R&D 투자 의지를 저하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고서는 “이 같은 문제를 풀기 위해 제네릭·개량신약의 기능적 가치에 대한 평가 기준 마련, 합리적 가격 설정 기준 정립 및 저가구매 장려금 제도 재설계, 약가 통제에 집중된 사후관리 및 제도 간 부조화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보고서는 “국민 건강과 제약바이오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지켜내기 위해서는 제네릭 의약품과 개량신약의 가치를 인정하고 그에 상응하는 제도 설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며, “특히 제네릭 의약품과 개량신약 개발을 통해 축적된 경험과 지식은 우리나라가 글로벌 신약개발 역량을 확보하고 제약바이오 강국으로 도약하는 핵심 기반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