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약사회(회장 권영희)는 서울 남부지방법원이 리도카인을 사용한 한의사에게 선고한 벌금 800만원형이 확정된 것에 대해 지난 16일 "한의사의 한약제제가 아닌 의약품 사용이 한의사 면허범위를 넘어서는 무면허 의료행위임이 명확히 확인된 것"이라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한의사 ㄱ씨는 지난 2021년 약 2개월간 국소마취제인 리도카인을 봉침액과 혼합해 총 87명의 환자에게 통증 부위에 주사해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서울남부지법은 지난 1심과 2심 모두 ㄱ씨가 무면허 의료행위를 했다고 판단해 유죄를 선고했으며, ㄱ씨는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지난 2일 상고를 취하했다.

대한약사회는 16일 입장문으로 "한의사는 의약품이 한의학적 입장에서의 안전성·유효성 심사 기준에 따라 품목 허가를 받은 경우에만 그 의약품을 처방·조제할 수 있고, 서양 의학적 입장에서의 안전성·유효성 심사 기준에 따라 품목허가를 받은 경우에는 이를 처방·조제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약사법' 제2조에 따라 법적으로 한약과 의약품이 구분돼 있음을 짚으며 "너무나 상식적이고 당연한 판단"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번 판결이) 한약과 한약제제에 관한 약사 업무를 담당하는 자인 한약사에게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다"며 한약사의 한약 및 한약제제 외 의약품을 판매하는 행위도 무자격 행위라고 주장했다.

또한 2014년 보건복지부가 한약사의 업무범위를 한약과 한약제제 판매에 한정한 유권해석과, 2023년 조규홍 보건복지부장관이 국정감사에서 항히스타민제·경구피임약을 한약사 면허 바깥의 품목이라고 밝힌 것을 언급했다.

대한약사회는 "이번 판결에 따르면, 서양의학적 입장에서 안전성·유효성 심사 기준에 따라 품목허가를 받은 의약품은 한약제제가 아니며 한의사, 한약사 모두 처방·조제·판매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경구피임약, 리도카인, 슈도에페드린, 항히스타민제 등 한약이나 한약제제가 아닌 모든 의약품이 이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표했다.

이어 한약사의 한약 외 일반의약품 등 판매에 대해 "이제는 정부가 나서야 할 때"라며 "문제 한 건을 바로잡기 위해 개인 혹은 법인이 막대한 소송 비용과 시간적, 정신적 노력을 써야만 하는 상황을 더 이상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품목 구분 내 한약(생약) 제제가 아닌 의약품의 한의사, 한약사 취급 금지 및 수사기관·감독기관에 명확히 전달할 것 △한약(생약) 제제 '한약제제·생약제제' 구분을 요구했다.

대한약사회는 "한약(생약)제제 중 취소나 취하가 되지 않은 정상적인 완제 의약품은 현재 2,545개"라며 "약학 등 관련 전문가가 맡으면 1주일 안에 2545개 품목의 95% 이상을 이견 없이 구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마지막으로 "근본적으로 면허 범위를 벗어난 의약품의 취급 자체를 차단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다시금 국민 건강을 위한 법원의 상식적이고 현명한 판단을 환영하며, 정부는 조속히 나서 문제를 바로잡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