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휴젤이 액상 보툴리눔톡신 제제 개발을 포기했다. 정확한 이유는 확인되지 않지만, 현재 글로벌 진출이 활발한 동결 건조형 분말 제품인 ‘보툴렉스(해외 제품명 : 레티보·LETYBO)’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회사 측의 전략으로 보인다.

휴젤은 17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액상 보툴리눔톡신 제제 ‘HG102’의 3상 임상시험 종료를 보고했다. 다만, 이번 임상 종료 보고의 경우 최종 피험자 등록이 이뤄지지 않은 채 이뤄진 만큼, 임상 중단에 해당한다는 평가다.

HG102는 휴젤이 10년 동안 개발해 온 차세대 보툴리눔톡신 제제다. 국소마취제 리도카인염산염(Lidocaine hydrogen chloride)을 첨가하고 동결 건조한 가루 형태의 기존 보툴리눔톡신을 액상 형태로 만든 것이 특징이다.

국소마취제를 첨가해 주사 부위 통증 관련 환자의 편의를 개선하고, 생리식염수를 희석해 사용해야 하는 가루 형태의 보툴리눔톡신 제제와 달리 희석 단계를 생략해 사용자의 편의성과 시술의 안전성 및 정밀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휴젤은 기대하고 있다.

휴젤은 2015년부터 HG102 개발에 돌입, 2021년 1상 임상시험을 완료하고 2023년 6월 3상 임상시험계획을 승인받았다. HG102의 3상 임상시험은 이듬해인 2024년 1월 첫 피험자 등록을 시작으로 본격화했다.

그러나 이번에 제출된 임상 종료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3상 시험에서 최종 피험자가 등록되지 않았다. 이는 임상 진행 도중 회사 측이 환자 모집을 중단했다는 의미다. 실제 헬스코리아뉴스 취재 결과, HG102의 3상 임상시험은 ‘드랍(중도 포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HG102의 3상 임상시험 중단 사유는 정확히 확인되지는 않는 상황이다. 휴젤도 이와 관련해 말을 아끼고 있다. 다만, 현재 판매되고 있는 액상 보툴리눔톡신 제제들에 대한 시장 수요가 크지 않고, 휴젤의 주력 보툴리눔톡신 제제 보툴렉스가 중국에 이어 세계 최대 보툴리눔톡신 제제 시장인 미국에 입성한 만큼, 선택과 집중을 위한 회사 측의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휴젤, 주력 파이프라인 연이은 개발 포기

HG102 임상 중단으로 미래 먹거리 ‘비상’

휴젤은 최근 수년 사이 주력 파이프라인의 개발 포기가 이어지고 있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R&D 투자 비용도 축소되면서 미래 먹거리 부재에 대한 시장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휴젤은 올릭스로부터 도입한 흉터 치료 신약 후보 물질 ‘BMT101’의 권리를 반환하고 그동안 진행하던 BMT101의 2상 임상시험을 중단했다. 내부 사업 방침 변경에 따라 개발 종료를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에는 다한증 치료제로 개발하던 마이크로니들 톡신 ‘HG103’과 턱밑지방 분해제 ‘HG301’의 개발도 중단했다.

이에 더해 이번에 HG102의 개발까지 포기하면서 현재 휴젤이 보유한 파이프라인(2024년 사업보고서 기준)은 내성 발현을 낮춘 액상형 퓨어(Pure) 보툴리눔톡신 제제 ‘HG105’와 새로운 균주로 개발 중인 보툴리눔톡신 제제 ‘HG401’ 등 2개로 대폭 줄었다.

특히 HG105는 비임상시험 종료 이후 아직 임상시험에 진입하지 않았고, HG401은 이제야 균주를 확보한 상태여서 휴젤은 한동안 미래 먹거리 부재라는 시장의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휴젤은 파이프라인이 줄면서 R&D 투자 비용도 급감했다. 2022년 매출의 9.49%에 이르는 267억 원을 연구개발에 쏟아부었던 휴젤은 매년 두 자릿수 매출 성장을 이뤄내는 가운데서도 이듬해인 2023년 219억 원(6.86%), 지난해 148억 원(3.97%)으로 연구개발 비용이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HG102는 상용화에 가장 근접한 파이프라인이었는데, 이마저 개발이 중단되면서 휴젤은 앞으로 수년 동안 자체 개발 제품을 선보이기가 어렵게 됐다”며 “회사 측은 보툴렉스 사업에 집중하려는 모양새인데, 글로벌 시장에서 보툴렉스의 성장 폭이 크지 않을 경우 그동안 개발을 포기한 파이프라인들의 빈자리가 더 크게 느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