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바이오기업인 메드팩토의 신계열 면역 항암제 후보물질 ‘백토서팁’(vactosertib, TEW-7197)이 희귀암인 골육종 환자에게 제한적이지만 추가 투여 가능성을 확보하며 치료 옵션의 폭을 넓히고 있다.

헬스코리아뉴스 취재 결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7일 골육종에 대한 개인별 환자 대상 치료목적 의약품으로 ‘백토서팁’을 사용 승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용승인 신청인은 연세대학교의과대학 세브란스병원으로, 병원 측은 개별 환자 치료에 ‘백토서팁’을 활용할 방침이다.

‘백토서팁’의 첫 치료목적 사용승인은 지난 2022년 11월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이 골육종 치료를 위해 신청한 것이다. 여기에 이번 식약처의 추가 승인으로 두 번째 치료목적 사용승인을 취득했다.

‘백토서팁’의 대상 질환인 골육종은 뼈에서 발생하는 악성 종양이다. 전체 암 중 매우 드문 편으로 1% 미만의 비율을 차지한다. 성장기인 10대에 많이 발생하며, 남성에서 다소 높은 발생률을 보인다.

팔, 다리, 골반 등 신체의 다양한 뼈에서 생길 수 있지만, 주로 무릎 주변 뼈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종양이 발생한 부위의 통증이나 붓기가 흔한 초기 증상이다.

골육종의 표준 치료법은 수술, 항암화학요법, 방사선요법이다. 다른 조직으로 전이되지 않은 국소 골육종의 5년 생존율은 약 76%로, 악성 종양 가운데 비교적 치료 성공률이 높은 편이다.

문제는 치료 옵션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골육종은 뼈에서 발생하는 암이라는 특성상,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특히 방사선은 암 조직에 직접 닿기 어려워 효과가 제한적인터라 주로 높은 독성의 화학 항암제를 사용한다.

대부분의 골육종 환자가 체력적으로 건강한 젊은 남성인 만큼, 국소 골육종의 경우 고강도 항암요법을 통해 유의미한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고령 환자에게 발병하거나, 환자의 약 절반에서 나타나는 폐 전이가 발생하면 생존율은 급격히 낮아진다.

그럼에도 적은 환자 수 탓에 골육종 치료제의 시장성은 매우 낮았고, 때문에 그간 신약 수요는 높았지만 기업들의 투자 유인과 개발 동기는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었다.

‘백토서팁’은 이러한 의료 옵션 공백을 해결하기 위해 메드팩토가 개발 중인 경구용 형질전환 성장인자 베타(TGF-β) 억제제 후보물질이다.

타깃인 TGF-β은 세포의 성장, 분화, 면역 반응 등을 조절하는 사이토카인이다. 암세포는 TGF-β를 활용하여 성장하거나 증식할 뿐만 아니라 면역 반응까지 억제하기도 한다.

‘백토서팁’은 이러한 TGF-β을 저해하여 면역 세포의 활성을 다시 촉진하고 이를 토대로 암세포에 대한 공격력을 회복시키는 기전이다. 이로 인해 새로운 기전의 면역 항암제로 분류되곤 한다.

관건은 ‘백토서팁’이 미충족 의료 수요가 높은 골육종 치료의 새로운 해결책이 될 수 있느냐다. 비임상 실험에 따르면, ‘백토서팁’의 단독 투여만으로도 종양 크기 감소와 폐 전이 억제 효과가 확인된 바 있다. 따라서 그에 대한 메드팩토의 답은 분명 ‘그렇다’이다.

의료 현장에서도 ‘백토서팁’의 예비적 유효성을 눈여겨보는 분위기다. 아직 정식 허가를 받지 못한 임상 시험 중인 후보물질에 불과하지만, 식약처의 ‘치료목적 사용승인’이라는 제한적인 경로를 통해 일부 환자들에게 투약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메드팩토는 지난 2018년 영국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 AZ) 및 미국 MSD와 ‘백토서팁’에 각각의 PD-1 면역관문 억제제를 병용하는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AZ와는 ‘백토서팁’+‘임핀지’(Imfinzi, 성분명: 더발루맙·durvalumab), MSD와는 ‘백토서팁’+‘키트루다’(Keytruda, 성분명: 펨브롤리주맙·pembrolizumab) 병용요법의 유효성 및 안전성을 평가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