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김미경 기자] 2050년이 되면 연금과 의료비 지출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20%까지 확대되며, 지금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고령 인구 비중이 급격히 늘고 취업자 수가 줄어드는 구조 속에서, 국가 재정의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는 경고다.

한은은 최근 발표한 ‘BoK 이슈노트: 인구 및 노동시장 구조를 고려한 취업자 수 추세 전망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히며, 경제 전반의 구조개혁을 통해 생산성과 경제활동참가율을 높이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의 추세 취업자 수 증가 규모는 10만명대 후반으로 추정된다. 이는 최근 경제활동참가율 상승세가 둔화한 데 따른 것으로, 실제 취업자 수 역시 추세치를 밑돌며 고용 상황이 부진한 것으로 평가된다.

‘추세 취업자 수’란 경제의 구조적 변화와 자연실업률을 반영해 경기 중립적인 취업자 수 규모를 의미하며, 고용시장의 건강성을 가늠하는 주요 지표다.

추세 취업자 수는 지난 2011~2015년 연평균 40만명 수준이었지만, 2016~2019년에는 19만명으로 줄었다.

코로나19 이후인 2021~2024년에는 일시적으로 반등해 연평균 32만명 수준으로 회복했지만, 2032년을 기점으로 추세 취업자 수 증가 규모가 마이너스로 전환되고, 2023년부터는 15세 이상 인구도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경제활동참가율도 2030년 전후에 하락세로 전환하면서 노동 공급의 구조적 축소가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2050년 취업자 수는 2024년 대비 약 90%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취업자 수 감소는 노동 투입 축소로 이어지면서 GDP 성장률에 직접적인 둔화 압력을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은 자본 투입과 생산성 향상을 고려해도 2050년경 GDP 성장률이 0%대 중반에서 등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또한 경제활동참가율이 낮은 고령층 인구 비중이 늘면서 인구 감소보다 더 빠른 속도로 취업자 수가 줄어들 것으로 보여, 1인당 GDP 증가율도 2030년경부터 구조적인 하락 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고령화가 심화하면서 연금과 의료비 지출 부담도 급증할 전망이다.

한은은 고령화와 경제활동 감소가 지속되면 현재 GDP 대비 약 10% 수준인 연금 및 의료비 지출이 2050년에는 20%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경제 전반의 구조개혁을 통해 생산성과 경제활동참가율을 제고해야 이러한 부정적 영향을 완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은퇴 연령층의 인적 자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청년과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제약하는 구조적 장벽을 해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은이 제시한 낙관적 시나리오에 따르면, 경제활동참가율이 2050년까지 추가로 4%p 상승할 경우, 추세 취업자 수의 감소 시점은 5년가량 늦춰지고, 2050년경 취업자 수 규모도 현재의 95% 수준으로 유지될 수 있다.

이 경우 1인당 GDP 증가율은 연평균 0.3%p 상승하고, GDP 대비 연금·의료비 지출 부담도 1.3%p 완화될 것으로 분석됐다.

이영호 한은 조사국 고용동향팀 과장은 “취업자 수 둔화는 우리 경제에 상당한 경제적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생산성과 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사회적 합의와 구조개혁이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