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창용] 글로벌 바이오텍 벤처캐피탈(VC) 투자 시장이 10여 년 만에 원점으로 돌아갔다. 2012년 121억 달러(16조 5056억 원) 수준이던 바이오 VC 투자는 2018년 1523억 달러(207조 7524억 원)로 12배 넘게 급증한 뒤, 2024년 다시 120억 달러(16조 3692억원)로 돌아오며 초기 수준으로 돌아왔다.

한국바이오협회가 23일 발표한 보고서(글로벌 바이오텍 VC 투자 현황)에 따르면, 이 같은 변화는 자본비용 상승, 팬데믹 이후의 거시 환경 재설정, 엑싯 시장의 정체, 그리고 섹터 내 자금 배분 변화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 완만한 상승기, 유례없는 확장기

2012년부터 2017년까지는 ‘완만한 상승기’로 정의된다. 이 기간 자본 조달은 121억 달러(16조 5056억 원)에서 447억 달러(60조 9752억 원)로 증가했고, 펀드 수도 81개에서 241개로 늘었다.

당시 주요 펀드로는 ‘오비메드 프라이빗 인베스트먼트 5호(OrbiMed Private Investments V, 2013년, 7억 3500만 달러)’, ‘소피노바 벤처 파트너스 9호(Sofinnova Venture Partners IX, 2014년, 5억 달러)’, ‘디어필드 헬스케어 이노베이션즈 펀드 1호(Deerfield Healthcare Innovations Fund I, 2015년, 5억 5000 달러)’ 등이 있었다.

이후 2018년부터 2021년은 ‘폭발적 확장기’로 진입한다. 2018년 자본 조달 규모는 1523억 달러(207조 7524억 원)에 달했으며, 펀드 수는 2021년에 309개로 정점을 찍었다.

주요 펀드로는 ‘RA 캐피털 넥서스 펀드 1호(RA Capital Nexus Fund I, 2019년, 3억 달러)’, ‘ARCH 벤처 펀드 10호(ARCH Venture Fund X, 2020년, 14억 6000만 달러)’, ‘벤비오 글로벌 스트래티직 펀드 3호(venBio Global Strategic Fund III, 2020년, 3억 9400만 달러)’ 등이 포함된다.

◆ 시장 합리화기··· 조정 칼바람

2022년 이후 바이오 VC 시장은 ‘시장 합리화기’에 접어들었다. 자본 조달액은 빠르게 감소해 2024년에는 120억 달러(16조 3692억원), 펀드 수는 46개에 그쳤다.

2025년 1분기에는 단 4개의 펀드만이 마감되며 투자 위축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이 시기의 대표적인 펀드는 ‘포비온 성장 기회 펀드 2호(Forbion Growth Opportunities Fund II, 2022년, 6억 6000만 달러)’였다.

◆ 투자자 유형별 분석··· 떠오른 전문형 투자자

펀드 투자자 유형을 살펴보면, 2012년~2017년에는 다분야형 투자자(Generalist)가 자본 및 펀드 수 양 측면에서 전문형 투자자(Specialist)를 앞섰다.

다분야형 투자자는 2012년 84억 달러(11조 4584억 원, 51개 펀드)에서 2017년 300억 달러(40조 9230억 원,156개)로, 전문형 투자자는 2012년 37억 달러(5조 456억 원, 30개)에서 2027년 147억 달러(85개)로 증가했다.

그러나 2021년, 전문형 투자자의 자본 조달액이 다분야형 투자자를 넘어섰고, 2024년에는 전문형 투자자의 펀드 수 점유율이 57%에 달했다.

2024년 기준 주요 다분야형 투자자 펀드에는 ‘NEA 17(2019년, 36억 달러)’, ‘제너럴 카탈리스트 그룹 11호(General Catalyst Group XI, 2020년, 23억 달러)’가, 전문형 투자자 펀드에는 ‘비다 벤쳐스 3호(Vida Ventures III, 2022년, 8억 2500만 달러)’, ‘메디시 성장 3호(Medicxi Growth III, 2023년, 3억 유로)’ 등이 있다.

◆ 펀드 규모별 흐름··· 대형에서 소형으로 재편

2017년에는 초대형 자본 집중 펀드(17억 달러)와 초소형 펀드(83개)의 활동이 두드러졌다.

2018년에는 초대형 펀드가 전체 자본의 78.3%를 차지할 정도로 집중도가 높았다. 그러나 2023년 이후 자본 조달 규모와 펀드 수가 모두 감소해 2024년엔 2012년 수준으로 돌아왔다.

2024년 기준 대표 펀드 가운데 소형 특화 펀드는 ‘Kdt 벤쳐스 펀드 3호(KdT Ventures Fund III, 2022년, 8000만 달러)’, 대형 특화 펀드는 ‘아틀라스 벤처 펀드 14호(Atlas Venture Fund XIV, 2023년, 8억 5000만 달러)’, ‘a16z 바이오 펀드(a16z bio fund, 2022년, 7억 5000만 달러)’가 있다.

초대형 펀드의 경우 ‘JJDC 펀드 2호(2022년, 25억 달러)’, ‘플래그십 파이오니어링 펀드 7호(Flagship Pioneering Fund VII, 2023년, 17억 달러)’, ‘ARCH 펀드 11호(2024년, 14억 달러)’였다.

◆ 단계별 분석··· 커지는 초기 단계 펀드

펀드 단계별 분석에서도 흥미로운 흐름이 관찰됐다.

2012~2017년에는 다단계 펀드가 시장을 주도했으며, 2018년 다단계 펀드의 자본 조달 점유율은 무려 92.8%에 달했다.

하지만 2021년 이후 초기 단계 펀드가 증가하면서, 2024년에는 초기와 다단계의 점유율이 유사한 수준에 도달했다. 이는 바이오텍 기업의 조기 성장 가능성에 투자자들이 더 큰 관심을 보인 결과로 해석된다.

◆ 지역별 흐름··· 아시아 약화, 북미 회복세

2012년부터 2017년까지는 북미, 유럽, 아시아 모두 고르게 성장했으나, 2018년 아시아가 전체 자본 조달의 74.8%를 차지하며 독보적 위치에 올랐다.

그러나 이후 아시아의 점유율은 급감했고, 2024년에는 전 지역 모두 100억 달러(13조 6330억 원) 미만의 자본 조달 실적을 기록했다. 상대적으로 북미가 다시 우위를 회복하는 흐름이다.

이는 단순한 버블 붕괴보다는 과열됐던 시장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으로 해석된다.

투자자들은 더 선별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을 택하고 있으며, 특히 기술력과 시장성을 겸비한 초기 바이오텍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