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전공의 관련 예산 약 1235억원을 감액한 정부의 결정에 염려를 표하며, 신중한 검토를 요청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26일 오전 '제1차 전체회의'를 열고, 보건복지부 소관 '2025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2025년도 국민건강증진기금운영계획변경안', '2025년도 응급의료기금운용계획변경안' 등 3건을 상정·논의했다.

정부는 경기 침체 회복과 민생 회복을 위해 30조5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은 같은 날 오전 10시 국회 본회의장에서 추경 시정연설을 통해 "인수위원회도 없이 출범한 정부가 시급하게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한 이유는 우리 경제가 처한 상황이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이라며 "대한민국은 지금 매우 엄중한 시기를 지나고 있다. 지금은 경제가 다시 뛸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설 때"라고 말했다.

이번 추가경정예산안에 따라 보건복지부의 증액 규모는 총 1975억원, 감액 규모는 총 2278억원이다. 복지부는 민생 지원과 경기 진작을 위해 꼭 필요한 사업 예산을 중심으로 조정·편성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저소득층 의료급여 위기가구 긴급복지 및 돌봄서비스 등 취약계층 민생 지원을 확대하고, 고위험 산모 신생아 이송 치료 체계 및 자살 예방 사업 등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한 바이오헬스 산업과 의료 분야 AI 활용 활성화를 추진한다.

그러나 이날 복지위 위원들의 주목을 받은 것은 의료인력 양성 및 적정 수급 관리 사업 예산이다. 총사업비 2991억원의 41%에 해당하는 1235억6100만원이 감액 편성된 것.

이지민 수석전문위원은 검토 보고에서 "6월 현재까지 다수의 전공의가 복귀하지 않고 있어 전공의 관련 예산의 불용이 예상되는 데 따른 것으로, 감액 필요성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정부가 9월 이후 전공의 복귀율을 50%로 가정해 예산 불용액을 산출함에 따라. 이번 추경안에서 가정한 전공의 복귀율이 정부 정책 집행 과정에서 목표의 상한으로 작동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반면 복지위 위원들은 예산 사감이 전공의 복귀 분위기 조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며, 예산 삭감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서명옥 의원(국민의힘)은 "최근 박단 전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대위원장이 사퇴하고, 전공의들의 복귀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며 "전공의들의 조속한 복귀와 질 높은 수련 환경 조성을 위해 2025년 본 예산을 10배 이상 증액하고서는 되려 전공의 복귀 분위기가 형성되는 지금 시점에 1200억원 이상 삭감하는 것은 전공의들에게 자칫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9월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일정을 앞두고 전공의들 사이에 분위기 반전이 일어나고 있는 이때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을 위한 예산을 삭감한다는 것은 전공의 복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서로 간에 불신만 더 키워 의정갈등 사태를 지속시키는 형국이 되지 않을까 심히 염려된다"며 "최소한 해당 예산은 삭감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윤 의원(더불어민주당)도 "전공의 복귀율이 낮아 예산이 다 쓰지 못할 것이 명백하지만, 해당 예산을 지금 삭감하는 게 복귀하려는 전공의들의 어떤 의사 의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좀 고려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개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추경안에서 의료 인력 양성 및 적정 수급 관리 사업 예산이 41.3% 삭감됐는데,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서둘러 삭감됐다는 생각이 든다. 심의 과정에서 재검토가 될 수 있도록 복지부에서도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주영 의원은 "전공의 복귀 수와 상관없이 지도 전문의나 수련 프로그램 등 수련 시스템 자체에서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며 "이에 대한 계획 없이 전공의 복귀가 부족하다고 해서 예산을 삭감한다면 앞으로 개별 수련 병원에서 일을 진행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끝으로 박주민 보건복지위원장 역시 "(삭감이) 이해는 되지만 현재 조성되고 있는 분위기와는 좀 안 맞는 부분이 있다"며 "좀 더 많은 전공의가 복귀하기 위해서는 고려돼야 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검토해달라"고 재차 강조했다.

삭감과 관련해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예산을 편성하면서 대규모 자체 삭감이 이뤄진 것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추경안 제출 후 전공의 복귀에 대한 새로운 움직임들이 있었다. 최종 예산안 확정 전 추가적인 복귀가 가시화되면 예결위 논의 과정에서 증액하고, 7월 말 이후 이뤄진다면 예산 집행 과정에서 이전용을 통해 정부가 약속한 예산은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회의 마무리 전 조규홍 장관과 박민수 제2차관은 일방적인 의대증원 추진 및 의료대란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했다. 조 장관과 박 차관은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장차관 교체로 이번 회의가 마지막 복지위 참석일 가능성이 크다.

조 장관은 "의료공백으로 인해 불편을 겪고 계시는 국민과 환자분들, 그 가족분들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의료공백을 조기 해소하지 못해 대단히 죄송하다"고 했다.

또한 "전공의분들에 대해서도 지난해 9월30일 미안한 마음을 전달한 바 있다. 지금도 변화하지 않았다"며 "지금 의료공백 해소가 최우선 과제인 만큼 또 조속히 해결될 수 있도록 자리에 있는 동안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박민수 차관도 "장관님과 동일한 생각을 갖고 있다"고 짧게 말했다.